고위험군,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접종 해야 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2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양천구의 가정의학과의원은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는 A씨는 “진료 시작 30분 전에 왔는데도 40분 넘게 기다려서 진료 봤다”라며 “대부분 독감 검사를 하더라”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B씨는 “아이가 밤새 39도까지 올라서 병원에 데려왔다”라며 “독감이 유행이라고 해서 검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B씨의 자녀는 A형 독감으로 진단받았다.
전국이 독감으로 비상이다. 어딜 가나 독감에 걸린 사람을 만날 수 있다. 3세 여아를 양육하는 C씨는 “어린이집에서 매일 독감 환자가 나왔다는 알림장을 보내 걱정스럽다”라며 “오늘은 해충방제회사 직원이 정기방문하는 날인데 독감에 걸려 일정을 연기해야겠다는 연락이 왔다”라고 했다. 유명인의 독감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 1일 가수 윤도현 씨는 독감에 걸려 예정된 뮤지컬 무대에 오르지 못했고, 가수 이승철 씨 역시 지난달 28일 공연을 당일 취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주일 전보다 환자 수가 2배 넘게 많아졌는데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 3일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12월 22~28일 표본감시 대상 병원 300곳에서 외래환자 천 명당 독감 의심 환자가 73.9명 발생했다고. 청소년층에서 환자 수가 특히 많다. 질병청은 지난달 20일 전국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A형 독감뿐 아니라 영유아 사이에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도 유행하고 있다. 두 질환 모두 고열과 근육통, 그리고 기침 등의 증상이 있다. 고위험군인 13세 이하 어린이, 임산부, 65세 이상 등은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데 무료 국가예방접종 대상인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 당국은 고위험군은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고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봄철까지 인플루엔자 유행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므로 어린이와 임신부, 어르신들은 이미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을 받으시라”라며 외출 전후 손 씻기 등의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 실천도 당부했다.
한편 미국 AP 통신의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역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전역에서 보고된 독감 환자 수가 최소 530만 명으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어린이 11명을 포함 2700명이라고 전했다. 지난주엔 미국 50개 주 가운데 40개 주에서 질병 유행 수준이 ‘높음’ 혹은 ‘매우 높음’으로 평가됐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RSV, 노로바이러스까지 확산 중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지는 현재 ‘쿼드데믹(네 가지 감염병 동시 유행)’이 우려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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