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손으로 직접 만든 건강한 면생리대, 엄마와 아이 건강 지킨다

박미리 기자 / 2024-11-05 11:10:55
이경미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 이사장
깔창 생리대가 사회문제였던 당시 여성의 건강을 위해 시작
친환경 생리대로 여성의 건강과 일회용 쓰레기 감소에 앞장
“아이와 엄마의 건강을 위해 바꿔야 할 것들 생각해 봤으면”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지구별가게에 친환경 원단으로 만들어진 생리대와 속옷, 손수건 등.[사진 출처=박미리 기자]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제주도에서 자체적으로 환경정책을 시행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제주도 사람은 아니지만 워낙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 보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어요. 마침 또 필요한 물건이 있기도 하고요.”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지구별 가게에서 만난 한 손님이 진열된 상품을 보며 말했다. 그는 “여기서는 제품 포장도 거의 안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좋다. 단순하기도 하고. 이런 움직임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니까”라며 웃었다.  

 

▲이경미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 이사장.[사진 출처=박미리 기자] 

 

“저희의 미션은 여성의 건강이에요. 거기에 환경이 더해진 거고요.”

함께하는 그날 협동조합(이하 함께하는 그날)은 제주도에 소재한 사회적기업이다. 제주공항에서 멀지 않는 곳에 제로 웨이스트숍 ‘지구별 가게’를 운영하는데,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매장에서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을 판매한다. 제품은 ▲자체브랜드 ‘소락(SORAK)’ ▲친환경 소모품 ▲업사이클 제품 등 크게 세가지 라인으로 나눠 구성됐다.

‘소락(SORAK)’은 (소락: ‘햇빛에 뽀송하게 잘 마르다’는 뜻을 가진 제주어) 2018년 론칭한 자체브랜드다. 면으로 만드는 페브릭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친환경 면생리대, 소창 행주, 소창 브라, 코튼 팬티, 순면 손수건 등이다. 친환경 소모품은 말 그대로 사용하면 사라지는 제품으로 비누, 나무 칫솔, 고체치약 등이 주요 제품이다. 닥터노아, 동구밭, 스페이스선, 꽃마리협동조합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전국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선보인다. 업사이클 제품 라인은 제주도에서 꾸준히 문제시되는 해양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해 만들었다. 폐그물과 폐부표 등을 활용해 만든 조명 등 버려진 쓰레기에 특별한 디자인을 입혀 제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특히 ‘소락(SORAK)’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직접 손으로 만든다는게 특징이다. 이경미 이사장은 “소락 제품은 70대 2명, 60대 1명, 50대 2명 등 다섯명이서 직접 만든다”고 했다. 친환경 소재를 직접 만들다 보니 제품에 대한 ‘찐 팬’들도 많다. 그는 “아까 만난 분도 그렇지만 우리 고객들은 소위 ‘찐 팬’들이 많다. 처음 제품을 팔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오는 고객들도 있다. 어제도 부산에서 오신 4분이 우리 매장을 들르셨다”며 웃었다.

 

▲지구별가게에는 자체브랜드'소락(SORAK)'의 제품은 물론이고, 전국의 친환경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들도 만날 수 있다.[사진=박미리 기자] 

 

시작은 ‘여성의 건강을 지키고 싶다’는 거였다.

함께하는 그날은 제주도 지역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아이쿱 생협 마을 모임에서 시작했다. 2016년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하는 ‘깔창 생리대’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우리가 생리대를 만들어서 나눠주자”는 마음부터 였다.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비용 마련을 위해 시청을 찾았고, 마을기업을 알게됐다. 이경미 이사장은 “공공에서 진행하는 마을기업 지원사업에 참여하려면 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함께하는 사람들 10명이 협동조합 법인을 만들고, 마을기업 인증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마련한 공간에서 친환경 면생리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사업 초기 면생리대가 의약외품이라는 걸 몰라 허가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는 것. 그러다 보니 법인을 설립하고 기업 운영도 시작했지만, 면생리대 품목허가를 받는 기간에는 정작 제품을 판매할 수 없었다. 이경미 이사장은 “그때 살아야 하니까 당시 내가 휴지 대신 사용하던 와입스(면 휴지)를 제품화했다. 그렇게 2018년 품목 허가가 나오고 2019년 스마트 스토어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첫 달 100만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5개월만에 10배로 뛰었고, 코로나19 시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면서 2021년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은 점점 (상승세가) 누그러져서 이제는 좀 어렵다”고 했다.

“저희가 조금 더 알려진 이유가 사회적경제기업들은 B2G가 대부분인데 저희는 B2C 시장에 강해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대량으로 납품을 하고 싶어도 못해요. 저희는 진짜 손으로 하나하나 다 만들었거든요. (웃음)”

 

▲초기 지구별 가게 매장 모습.[사진 출처=지구별가게 인스타그램 이미지 캡쳐] 

 

 “지구별가게는 어떻게 오픈하신 거예요?”

‘소락(SORAK)’에서 출시한 제품을 포함해 여러 친환경 제품이 잘 정돈된 지구별 가게는 공장을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시작했다. 그는 “우리 기업이 아이쿱 생협 마을 모임에서 시작되다 보니 아이쿱 생협 조합원들이 우리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고, 자연드림에도 제품을 납품했다. 그러다 보니 관심 있는 조합원들이 ‘생산지 견학’이라는 이름으로 공장을 오는 경우가 생겼는데, 잠깐 앉을만한 공간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마침 그때 제품 패키징을 위해 박스를 주문했는데, 예상보다 주문한 박스가 많아서 공장 옆에 있는 상가의 작은 공간을 얻었고, 그곳에 주문 실수로 남은 박스를 깔고 흰 천을 덮어 제품을 진열했다. 그게 지구별 가게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인터뷰 말미, 이경미 이사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우리 아이가 자주 아프다면,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 이사장은 “면생리대, 다회용 손수건을 사용하면 매번 빨아서 써야 하는 건 불편하고 어렵다. 그런데 나는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화학 물질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가 건강하려면 엄마도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그냥 어렵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을 가는 시간에 빨아서 쓴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엄마와 아이 모두를 위해서”라고 조언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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