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손편지의 온기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 2026-01-16 11:10:09

[맘스커리어 =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나는 평소에 손편지를 자주 쓰는 편이다. 크리스마스 카드, 친한 친구나 동료의 생일과 중요한 날 선물에,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의 생일과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에게 속상하고 화가 날 때,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을 전하고 싶을 때, 혹은 화를 내고 나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도 나는 펜을 든다.

 

문구점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카드를 고르고,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다 보면 괜스레 마음이 즐거워진다. 지금까지 수많은 환자께서 감사의 편지를 남기고 가셨고, 어떤 가족은 자신들의 사진을 모아 작은 수첩처럼 만들어 주고 가기도 했다. 그 모든 순간이 내 마음에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아 있다.


오늘은 특별한 청첩장을 받고 감동한 마음을 글로 남기고 싶어 이렇게 펜을 든다. 분만실에서 막내처럼 함께했던 우리 혜지 간호사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2026년 새해를 여는 참으로 기쁜 소식이다.

 

▲ 혜지 간호사의 청첩장과 손편지[사진=김태희 교수]

 

그동안 많은 동료 간호사들에게서 청첩장을 받았지만, 혜지 간호사가 건넨 것은 조금 달랐다. 귀여운 카드에 정성스러운 손편지가 함께 담겨 있었고, 그 글을 읽고 난 후 마음에 남은 푸근함에 참 많이 감동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디지털 시대에 무슨 손편지냐”고, “환경을 생각해서 종이를 아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몇 줄이라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한 깊은 생각과 마음이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에게 이 손편지는 2026년의 시작을 가장 행복하게 열어 준 글귀였다.

항상 조용히,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던 혜지 간호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분만실은 분만이 없으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곳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분만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긴장과 책임의 연속이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두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곳, 아기와 엄마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결코 버틸 수 없는 곳이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간호사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그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료로 함께해 주어서 고맙고 또 고맙다.

결혼이라는 길 위에서는 기쁜 날만큼이나 힘들고 속상한 순간도 분명 찾아오겠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떠올리며 두 사람이 긴 세월 동안 따뜻하고 행복하게 함께 걸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조심스럽게 권해 본다. 소중한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짧은 글이라도 직접 써보시길 보시길. 글로 적어 내려간 고마움은 마음속에서 더 크게 자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더욱 귀하게 만들어 준다.


아날로그와 레트로가 주는 이 느린 온기가, 우리의 일상과 관계에 한 겹 더 따뜻함을 더해 줄 것이라 나는 믿는다.

 

맘스커리어 /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heeobgy@schm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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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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