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박사, 여행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 전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내년 추석 연휴에 어디로 여행을 가면 좋을지에 대한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내년 추석 연휴는 개천절, 한글날과 붙어 있어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총 7일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10일에 연차를 사용하면 12일까지 최장 10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해당 기간의 항공권이 풀리면서 예약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연휴를 활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항공권 수요가 폭증하면서 인기 여행지의 항공권 가격이 평소의 5배, 많게는 8배까지 껑충 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내다가 사람들은 훌쩍 여행을 떠나곤 한다. 인생에 쉼이나 재충전이 필요해서 혹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등등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왜 사람들은 여행을 못 떠나서 안달인 걸까. 여행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무엇을 얻을까.
지난 19일 영등포구에 위치한 조롱박작은도서관에서는 성인 인문 강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진행됐다. 행복을 연구하는 사회학자이자 저서 '가장 가까운 유럽 핀란드'를 집필한 이연희 박사가 나에게 맞는 여행을 찾는 방법, 여행의 참된 의미 등을 주제로 강의했다.
이연희 박사는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여행하는 인간)라고 정의했다"라며 "여행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기도 하며 인류의 속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의에 따르면 여행은 꼭 해외여행이나 장거리 여행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집 주변의 공원을 산책하거나 동네의 골목골목을 구경하는 것, 반나절 동안 다른 장소에 방문했다 돌아오는 것 모두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다. 비록 여행은 혼자 떠났을지언정 여행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그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혼자 하는 여행은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행은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잘 먹는지 등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내 모습을 여행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여행은 자신의 속도를 존중하는 여행이다. 주변 친구들이 어느 곳에 갔다 왔는지, 어디에 묵었는지, 무엇을 사 왔는지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진짜 원하는 여행이 무엇인지 알고 나의 취향과 속도를 존중하면서 내가 세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최고의 여행이다.
여행을 아직 많이 다녀보지 않은 초보 여행자라면 국내여행부터 시작해 보고 해외여행을 갈 때도 가까운 나라부터 가보는 것이 좋다. 아무런 준비 없이 첫 여행지를 아프리카나 남미로 정했다가는 고생만 하다 돌아오기 십상이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는 비행시간, 이동 거리와 교통편, 계절과 날씨, 해가 지는 시간, 언어, 음식,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 등을 모두 고려해서 정한다. 만약 혼자 여행을 한다면 안전이 최우선이다. 위험하다는 지역을 선택해 갈 필요가 없으며 어디서든지 어두운 곳, 위험한 곳은 절대 혼자 돌아다니지 않아야 한다.
여행 계획은 자신의 건강 상태와 경제력, 취향을 고려해 세워야 한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행, 미술관·박물관이나 공연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여행, 쇼핑이 주가 되는 여행, 레저 스포츠 활동이 중심인 여행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주제의 여행이 펼쳐질 수 있다.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도서관을 찾아다니거나 수목원·국립공원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행지에서 어학이나 수상안전요원 자격증을 따오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하는 방식은 여행하는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자유여행이든 패키지든, 민박을 하든 호텔에 묵든, 친구와 가든 혼자 가든 어느 것이 더 나은 여행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여행이 좋은 여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실 즐거운 일만 가득한 여행은 없다.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다시 돌아올 내 집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행을 간다. 여행이 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연희 박사는 "여행은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경험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한다"며 "지금까지 60여 개국 350개 도시를 여행하며 쌓아온 수많은 경험과 기록들은 저에게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때로는 위로를 안겨준다. 여러분도 여행을 통해 소소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나씩 쌓아나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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