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미등록 숙소 예약 제한
정부,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 추진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낯선 지역을 여행할 때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 머물 수 있는 공유숙소, 에어비앤비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가장 큰 매력은 편리함과 다양성이다. 전 세계 220여 개국, 10만여 개 도시의 숙소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통해 여행자는 손쉽게 숙소를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다.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 현지인의 일상을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은 에어비앤비를 여행자들의 필수 앱으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2025년 5월 발간한 '대한민국 내 에어비앤비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따르면 2024년 한국 내 에어비앤비 게스트의 숙박 및 비숙박 부문 지출 총액은 6조3000억 원이며 에어비앤비 관련 지출은 한국 경제에 약 5조9000억 원(국내총생산의 0.2%)의 기여를 한 것으로 추산된다. 에어비앤비가 유발한 경제 활동은 총 8만4500개의 일자리를 지원했으며 이는 전국 총 고용의 0.3%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2024년 기준 에어비앤비 숙소 이용객의 79%는 내국인으로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2%)보다 소폭 증가했다. 보고서는 "국내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한국 내에서 에어비앤비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에어비앤비가 이제 한국인에게도 일상적인 여행 숙소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행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도시 지역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할 수 없다. 도시 지역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려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 업종은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며 호스트가 실제 거주 중인 주택의 일부만 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독채 임대, 오피스텔·원룸 대여 등은 모두 불법이다.
이러한 규제 때문에 그동안 국내 에어비앤비 숙소 중 상당수는 편법으로 운영돼왔다. 미등록 숙소로 운영하거나 내국인 투숙을 묵인하고, 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집이나 오피스텔 등을 임대하는 형태가 대표적인 경우다. 물론 내국인이 이용 가능한 에어비앤비 숙소도 있다. 농어촌민박업, 한옥체험업으로 등록된 숙소는 내국인도 투숙이 가능하다.
공유 숙박의 불법 논란이 계속되자 에어비앤비도 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미등록 숙소의 신규 등록을 받지 않았으며 지난달 16일부터는 기존 등록된 숙소에도 영업 신고 의무화를 적용해 신고가 되지 않은 숙소는 2026년 1월 1일 이후의 예약이 전면 차단된다. 이번 조치로 미등록 숙소 약 3만여 곳이 플랫폼에서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 매니저는 지난 9월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한국의 법 테두리 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숙소만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지만 일부 미신고 숙소가 시장에서 이탈하면 공유숙박 공급 감소의 문제가, 영업신고 의무화가 없는 타 플랫폼으로 이탈하면 불법 숙소 문제가 지속된다"며 "모든 플랫폼에 숙박업의 영업신고 의무를 일괄 적용하는 법적 장치를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숙박업 규제가 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 대표는 "서울에서 30년 이상 된 주택은 숙박업 등록이 어렵고 주민 동의나 외국어 안내 같은 불명확한 규정도 많다"며 "실거주 의무 완화, 건축물 기준 합리화, 내국인 이용 제한 해제, 외국어 요건 폐지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 요건을 완화해 준공 후 30년이 지난 노후 주택이라도 안전성이 확보되면 등록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사용 승인 후 30년이 넘은 건축물은 노후·불량주택으로 분류돼 등록이 불가능했지만 이번 지침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건축사 등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실질적인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외국어 서비스 평가 기준도 현장 상황에 맞게 현실화됐다. 기존에는 사업자의 외국어 유창성이 필수 요건이었는데 앞으로는 통역 애플리케이션 등 보조 수단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다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된다. 문체부는 이번 조치로 외도민업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외국인 관광객이 다양한 숙박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내국인에게 공유숙박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달 2일 열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TF 1차 회의에서는 급증하는 관광 수요와 숙박난에 대응하고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국인 공유숙박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한국경제인협회는 "관광진흥법 제3조에 공유숙박업을 신설해 관련 산업을 제도화해야 한다"며 "내외국인 구분 없이 숙박을 허용하고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와 공급 물량, 영업일 제한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숙박 시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숙박업 진흥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유숙박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주택 임대료 상승, 기존 숙박업계와의 갈등, 안전 관리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빈집 증가로 고민이 깊은 지방 도시들에선 공유숙박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 내국인이 도시 지역의 공유숙소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받은 플랫폼에 한정된다. 에어비앤비가 진출한 전 세계 220개국 중 내국인 공유숙박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내국인 공유숙박 합법화 논의가 관광 진흥을 넘어 공유경제의 확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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