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고객과 정치권 비판에 한발 물러나
![]() |
▲[사진=대한항공] |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대전에 거주하는 60대 주부 송씨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이 백지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장거리 여행을 많이 하는 송씨 부부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많았다.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항공권 구매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마일리지가 늘어나게 돼 속상해하던 찰나였다.
송씨는 "올해 5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해 크로아티아에 갈 계획이었다"며 "기존대로라면 편도에 3만5000마일인데 개편안이 적용되면 4만 마일로 상승해 개편안이 적용되기 전 서둘러 티켓을 끊어 놓았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이 소비자들의 날선 비판과 정치권의 압박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대한항공은 2023년 4월부터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기존에 △대한민국 △일본/중국/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괌 △서남아시아/타슈켄트 △북미/유럽/중동/대양주 등 5개 권역별로 나누어지던 마일리지 차감 금액을 거리별 10구간으로 차등을 둔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가 적용되면 일본 후쿠오카·호주 브리즈번·베트남 다낭 등 마일리지 차감액이 줄어드는 도시도 있으나 대부분 미주·유럽 국가 등 거리가 먼 도시들은 마일리지 차감액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평수기 기준 뉴욕행 편도 항공권은 기존 3만5000마일에서 4만5000마일로, 프레스티지 항공권은 기존 6만2500마일에서 9만 마일로 차감액이 늘어난다.
이에 대한항공의 충성고객들은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대한항공이 장거리 노선을 거의 독점하고 있고 마일리지는 보통 장거리 비행에 사용하는 빈도가 높은데 항공사는 이번 개편으로 단거리 이용객의 혜택이 늘었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열심히 모은 마일리지 혜택을 처참하게 줄여놓았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 비판에 가세했다. 원희룡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항공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번 개편안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밝혔다.
결국 대한항공은 지난 22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스카이패스 제도 변경 시행 중단'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을 올렸다.
대한항공 측은 "사전 고지 포함 3년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4월 1일부터 적용 예정이었던 스카이패스 제도 변경 적용을 중단하며, 마일리지 적립·공제 기준과 우수회원 제도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며 "또한 이번 마일리지 제도 변경 시행 중단과는 별도로 고객들이 보다 원활히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너스 좌석 공급 확대 △다양한 마일리지 할인 프로모션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 등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기업의 경영에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마일리지는 기업이 판촉활동으로 제공하는 혜택이고 항공사에게는 비용이자 원가인데 현 정부는 사기업이 자신의 재량권 내에 있는 원가 절감을 하지 못하게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직권남용적인 민간 기업의 경영권 침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명소 국토교통부 차관은 지난 27일 SBS Biz의 '경제현장 오늘'에 출연해 "정부는 코로나19 시기에 대한항공에게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원하고 공항 시설 사용료를 감면하는 등 여러 가지로 지원을 했다"며 "대한항공이 국민과 고객의 권리 회복 관점에서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