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부터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 시행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가족에게 동물원은 가족 나들이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아이가 평소에 책 또는 영상으로만 접했던 동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동물과의 교감이라는 명목 아래 동물에게 먹이를 주거나 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실내 동물원과 동물체험 카페도 많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동물원 속 동물들의 삶은 과연 안전하고 행복할까?
지난 6월 갈비 사자 '바람이(19)'의 사진이 보도되면서 김해 부경동물원은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속 수사자 바람이는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모습이었다. 사람 나이로 치면 100살이라는 19살 나이를 감안해도 정상적인 사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바람이에게 사육장은 처참한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쪽 벽면이 유리로 돼 있는 실내 사육장은 햇빛은커녕 환기도 잘 되지 않는 곳이었다. 한 눈에 봐도 비좁고 더러운 공간에서 바람이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바람이가 무슨 중범죄라도 저지른 걸까.
바람이는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2016년 김해 부경동물원으로 옮겨졌고 이후 7년간 이렇게 홀로 지내왔다. 바람이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비판이 확산되자 지난 7월 5일 시는 바람이를 사육 환경이 잘 갖춰진 청주동물원으로 이송했다. 다행히 바람이는 먹이를 잘 먹고 재활 훈련을 거듭하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지난 23일에는 동물원 내 야생동물보호시설에서 암사자 도도와 합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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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의 암사자 도도와 바람이[사진=청주시] |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경동물원이 바람이가 있던 그 사육장에 바람이의 딸을 전시한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동물원 폐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지자체의 감독 또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지자체는 부경동물원을 지속적으로 점검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10월까지 전혀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문제점이 지적된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부경동물원은 지난 8월 12일 문을 닫았다. 50여 마리의 남은 동물들은 시민들이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기부한 먹이로 삶을 이어가면서 다른 곳으로 분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많은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해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은 비단 부경동물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윤건영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동물원에서 폐사한 멸종위기종은 1983마리다. 윤 의원은 "많은 멸종위기종이 동물원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폐사하고 있다"며 "동물원의 사육 환경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환경부는 "올해 12월 14일부터 동물원·수족관 허가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된다"며 "이를 통해 동물복지가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에는 △동물원·수족관 허가제로 전환 △허가사항 준수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관제 도입 △부적절한 체험 행위 금지 △전시로 인해 폐사 또는 질병 발생이 높은 종 신규 전시 금지 △동물원·수족관 근무자에 대한 법정 교육 신설 △동물원·수족관 휴·폐원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언제부터인가 동물원에 가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동물들, 우리 안에 갇혀 정형행동을 반복하는 동물들을 보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인권이 중요한 만큼 동물들의 기본적인 권리도 지켜져야 한다. 동물원은 단순한 위락시설이 아닌 멸종위기종을 보호, 연구하는 곳으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만약 환경이 열악한 동물원에 방문하게 된다면 아이와 동물복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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