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의 마케팅 전략, 제대로 알고 신청해야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육아맘 김씨(37세)는 요즘 SNS를 켤 때마다 가족사진 촬영권, 제주도 여행권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광고를 접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자녀가 있는 영등포구 주민이면 무상으로 가족사진 촬영을 진행해 준다는 광고,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가족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한 제주도 여행권 등 광고의 종류도 다양하다.
김씨는 "전문 스튜디오에 가서 가족사진을 촬영하거나 제주도로 여행 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요즘, 이런 이벤트를 접하면 잠시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이와 추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신청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무료 촬영인 줄 알고 갔다가 몇백만 원 쓰고 왔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후기들을 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만삭사진·아기의 50일 사진·가족사진·리마인드 웨딩 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준다거나 숙박과 렌터카 등이 포함된 2박 3일 제주도 무료 여행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들은 요즘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다.
'영등포 가족 제주여행 지원 행사'라는 한 제주여행권 이벤트는 영등포에 거주하는 가족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2박 3일 제주여행권 △전 일정 3~4성급 호텔 무료 숙박 △렌트카 48시간 무료제공 △가족 화보 무료촬영권과 고급 액자 무료 증정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선착순 200팀 모집 후 조기 마감된다는 문구도 함께 표시돼 있다.
또 다른 광고는 수원가족 행복지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육아지원 무상 촬영 캠페인이라며 수원에 거주하면서 자녀가 있거나 출산 예정인 부모들 85팀을 모집한다. 이 캠페인은 △키즈 프로필 무상 촬영 △인근 스튜디오 가족 촬영 무상 지원 △고급 의상과 액세서리 무상 대여 △아크릴 소재 액자 무상 증정(6*8인치) △SNS용 수정본 무상 증정 △포켓용 가족사진 인화본 3장 무상 증정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광고는 많은 부모를 현혹시킨다. 무상으로 제공하는 혜택이 상당히 크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행복지원 프로젝트' 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자칫 지자체가 시행하는 정책으로 오인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광고에서는 무상 촬영이 마치 사진작가들이 선한 의도로 진행하는 재능 기부 행사인 것처럼 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상 촬영, 무료 여행권을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들이 올린 후기를 검색해 보면 '역시나 속았다', '사기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무료 촬영을 신청하면 당첨을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예약금을 입금하라는 연락이 온다. 3~5만 원 선인 이 예약금은 한번 입금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 촬영 전 헤어·메이크업 비용은 당연히 별도다. 스튜디오에서는 이벤트 당첨자들에게만 헤어·메이크업 비용을 특별 할인가로 제공한다며 예약을 유도한다.
촬영을 위해 가족들과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무료로 받을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다. 사진 기사는 가족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단체 사진과 부부 컷, 아이 프로필, 개인별 증명사진 등 다양한 배경에서 수백 장의 사진을 찍고 보여준다. 여기서 무료로 제공하는 사진은 단 몇 장뿐. 이마저도 원본은 제공하지 않고 아무런 보정 없이 뽑아 딱 봐도 저렴해 보이는 액자에 넣어 주는 곳도 있다.
오랜만에 바쁜 가족들이 시간을 내서 모였고 헤어·메이크업까지 하고 사진 촬영을 했는데 무료 이벤트로 받는 작은 액자 하나에 만족하고 돌아가는 가족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스튜디오의 영업과 설득이 더해지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잘 나온 사진 몇 장을 더 선택해 액자로 만들거나 원본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때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가족사진 무상 촬영 이벤트에 당첨된 A씨는 "SNS의 룰렛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가족사진 무료 촬영에 당첨돼 기분 좋게 촬영 일정을 예약했는데 알고 보니 스튜디오의 영업 방법이었다"며 "예약금과 헤어와 메이크업 비용을 따로 내야 했고 원본을 구매하려면 인당 십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으며 액자의 가격도 수십만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무료 여행권을 받은 소비자 B씨는 "저희는 가족이 3명인데 무료라는 제주도 여행권은 2인 기준이라 인원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준성수기나 성수기, 주말에 출발하면 금액이 또 추가됐다"며 "렌터카도 소형차에 48시간 기준이라 차종을 변경하거나 옵션, 시간을 추가하게 되면 엄청난 추가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숙소는 반드시 펜션인 제휴 숙소에 묵어야 하고 펜션 사용료로 인당 12만 원을 내야 해 무료가 아니었다"며 "여기에 인원 추가 요금이 또 발생해 무료 여행권을 사용하느니 내 돈을 쓰고 원하는 대로 여행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지원 프로젝트도 아니고 가족의 행복을 위한 무료 이벤트라고도 할 수 없다.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제주도를 2박 3일간 여행 다녀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소비자를 스튜디오에 방문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진관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다.
전형적인 낚시성 이벤트인 무상 촬영권, 무료 여행권으로 인해 실망하는 부모들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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