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청소년 손 뻗으면 닿는 곳에

김보미 엄마기자 / 2024-10-25 14:10:54
온라인몰·무인판매점 등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돼
제대로 된 유해성 분석과 규제 필요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글로벌 담배 기업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의 한국 법인 BAT로스만스는 다음 달 국내에서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합성 니코틴은 천연 니코틴과 달리 담배 식물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 물질을 합성해 만든 것으로 현행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담배사업법 제2조에 따르면 담배는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제품은 담배와 비슷한 유해성을 가졌음에도 공산품으로 분류돼 유해 문구나 경고 그림을 표시할 의무가 없고 온라인몰이나 학교 앞에서 판매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등 규제와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니코틴이 없는 무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안전하지만은 않다. 식약처는 지난 9월 "온라인에서 무니코틴 제품이라고 광고하는 제품도 메틸 니코틴 등 유사 니코틴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당 제품에 대한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흡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합성 니코틴과 무니코틴 액상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상점이나 무인점포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몰에서는 성인 아이디로 로그인만 하면, 무인점포에서는 성인 신분증으로 인증만 하면 누구나 액상형 전자담배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일반 담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냄새가 덜 나고 볼펜·USB 등 담배 같지 않은 디자인으로 부모 눈에 띄지 않게 휴대가 가능한 점도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799개교 5만2880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의 6.6%, 여학생의 3.5%가 담배 제품을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남학생이 3.8%, 여학생이 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해 세계 여러 나라들은 전자담배와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일회용 전자담배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뉴질랜드·미국·프랑스·영국·벨기에·독일 등 국가들도 액상 전자담배의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홍콩·마카오·인도·싱가포르·대만·태국 등에서는 전자담배 반입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액상 전자담배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중독 위험과 유해성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전자담배 규제를 강화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담배의 정의를 확대해 합성 니코틴도 담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6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식약처가 12월까지 무니코틴 액상형 흡입 제품에서 메탈 니코틴 검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내년부터는 유사 니코틴의 중독성 등에 대한 연구 용역도 실시할 계획이어서 입법 논의는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니코틴의 유무와 관계없이 전자담배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전자담배에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적절한 규제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하겠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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