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음악살롱] 쓸쓸한 방랑자의 노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D.911'

김보미 엄마기자 / 2022-11-25 10:40:14
탑스테이지, 음악극 '슈베르트와 겨울나그네' 선보여
12월 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
베이스 손혜수·바리톤 양준모·배우 이산하 등 출연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는 총 24곡의 노래로 이뤄져 있다. 전곡을 다 들으려면 70분 정도가 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목이 '겨울 나그네'로 의역됐으나 원래 제목은 독어로 'Winterreise(여행·방랑)'이며 영어로도 'Winter Journey(겨울 여행)'라고 번역한다. 제5곡인 '보리수'가 대중들에게는 가장 잘 알려져 있다. 

31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간 작곡가 슈베르트는 30세이던 1827년 이 곡을 작곡하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이 곡은 슈베르트의 사망 후 1830년대에 동료였던 바리톤 요한 포글에 의해 초연됐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를 작곡하기 4년 전 분위기가 전혀 다른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를 작곡했는데 두 연가곡집 모두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들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는 자연과 청춘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서정적인 곡들로 가득한 반면 겨울 나그네의 분위기는 암울하고 어둡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를 작곡할 당시 무척이나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고 돈이 생기면 먹을거리 대신 오선지를 구해 작곡을 이어나갈 정도로 이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겨울 나그네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추운 겨울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방랑의 길을 떠나는 내용이다. 눈 덮인 들판을 헤매는 청년의 마음에는 도깨비불, 까마귀, 백발 등 죽음에 대한 상념이 가득하다. 이야기는 마을 어귀에서 늙은 악사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면서 마무리된다. 슈베르트가 이 작품을 쓸 당시 자신이 세상을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마치 알고 있었던 듯하다.   
 
어두운 분위기의 겨울 나그네는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운 겨울날 가슴속을 더 깊이 파고든다. 조용한 실내에 울려 퍼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듣고 있자면 금세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밤, 하얗게 눈 덮인 들판, 방황하는 청년, 방랑자, 이별, 죽음 등이 눈앞에 그려진다. 눈을 감고 귀로 들리는 음악을 온전히 느끼는 것도 좋지만 한글로 번역이 된 가사를 보면서 가사의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으며 들으면 노래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배가 된다.

겨울 나그네의 음악적 느낌은 대체로 애절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띄고 있지만 그 안에 흐르는 서사에 따라 때로는 서정적이며 감미롭고 때로는 아름답고 경쾌하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그렇게 강렬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나 단아하고 부드러운 음악 속의 감정의 깊이가 매우 깊어 한번 매료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같이 영롱한 피아노 소리가 노래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부분과 마치 이야기의 해설자처럼 등장해 심금을 울리는 피아노의 전주와 간주는 진정 슈베르트 음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사진=탑스테이지]

클래식 공연기획사 탑스테이지는 다음 달 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극 '슈베르트와 겨울나그네'를 개최한다. 

▲[사진=탑스테이지]

베이스 손혜수·바리톤 양준모·배우 이산하 등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주로 독창자와 피아노 반주로만 접하던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를 피아노와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에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음악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음악극 '슈베르트와 겨울나그네'에서는 겨울 나그네를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목수로 설정해 평범한 한 남자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관객들은 슈베르트의 심오한 예술 세계를 특별한 연출로 한층 더 새롭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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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엄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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