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믿으며 기다려 주는 것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를 둔 정씨(41세)는 요즘 자녀와 대화하기가 힘들다. 아무리 친절하게 말을 건네도 돌아오는 것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무장한 말대답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눈빛과 표정은 덤이다. 정씨는 "사춘기가 왔나 보다 하고 그냥 넘기려 해도 말대답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엉켜버린 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둔 김씨(37세)는 요즘 부쩍 짜증이 많아진 딸 때문에 매일이 전쟁이다. 걸핏하면 신경질을 내고 작은 일에도 눈물을 보이는 딸의 모습이 마치 사춘기의 전조증상처럼 느껴진다. 김씨는 "매일 저녁 딸의 감정 쓰레기통이 돼 주느라 힘들다"며 "아직 3학년인데 벌써 사춘기가 시작된 건가 걱정도 되고 나중에 본격적인 사춘기가 오면 어떨지 솔직히 두렵다"고 전했다.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갈 무렵 신체적으로는 2차 성징이 나타나며 생식 기능이 완성돼가는 시기를 '사춘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신체적인 변화뿐 아니라 정서적, 인지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기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불린다.
사춘기 자녀들은 대체적으로 자아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불안과 혼란을 경험한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충동성이 높으며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보인다. 부모나 선생님보다 또래집단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고 또래집단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해지기도 한다. 가정 내에서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지며 부모와의 갈등이 늘어나는 시기다.
많은 부모들이 사춘기 자녀와 대화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갑자기 변해버린 자녀의 태도에 당혹스러워하기도 하고 자녀와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 몰라 헤매기도 한다. 사춘기가 촉발한 극심한 갈등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를 아예 단절시키거나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춘기는 누구나 경험하는 정상적인 발달 단계의 일부이다. 자녀들이 사춘기를 겪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며 자녀에게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자녀와는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 부모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춘기 자녀를 바라봐 주고 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김미경 강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사춘기 시기의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자녀와 부모, 누구에게나 힘들다"며 "힘든 시기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 어른들이 더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에 대해 강의했다.
김 강사는 "사춘기 아이는 문 닫고 들어가 있으면 수도승, 문 열고 나오면 조폭 같다"며 "사춘기가 되면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깊어진다. 아이는 크고 있는데 엄마가 일곱 살 엄마에 머무르고 있으면 안 된다. 아이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사춘기 자녀가 소리를 지르거나 울부짖으며 괴로워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일 때 엄마는 '아이가 성장하고 있구나', '아이가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있구나' 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주위의 엄마들과 비교하지 말고 아이를 아이답게 키워야 한다. 부모의 요구가 많았던 아이들이 사춘기 때 크게 터진다"며 "사춘기 때 틀어진 관계를 회복시키려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 시작은 부모의 사과"라고 말했다.
자녀의 사춘기가 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엄청난 위력으로 다가오지만 결국은 자연히 소멸되는 태풍과 같이 사춘기도 자녀의 몸과 마음을 한바탕 휩쓸고 언젠가는 지나간다. 자녀가 혼란스러운 시기를 스스로 통과할 수 있도록 부모는 그저 옆에서 바라보면서 믿고 기다려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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