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보호출산제 앞둬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3월 13일 방영된 MBN 예능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4’에서는 학교 뒷산에서 출산한 지소희(가명)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임신인 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양수가 터진 지소희 씨는 야산에서 홀로 아기를 낳았다. 지소희 씨는 갈 곳도 도움을 청할 방법도 몰라 길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맡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윤연수 씨는 남자친구와 교제 2주 만에 동거를 시작했다. 갈 곳이 없어 남자친구의 바람기를 모른 척했고 임신 사실을 확인했으나 알리지 못했다. 임신 7개월째에 윤연수 씨는 남자친구에게 임신 이야기를 꺼냈고 그는 “지우라”라며 폭력을 행사했다. 남자친구 집에서 쫓겨난 윤연수 씨는 모텔방을 전전하다가 화장실에서 홀로 출산을 했다. 주인은 아기 울음소리가 난다며 문을 열어보라고 했고 그녀는 모텔방 창문을 열어 아이를 던지려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오열했다. “아이를 버릴 용기도, 키울 능력도 없어 막막하다”라는 윤연수 씨 사연에 출연진 모두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만약 출산 직후 위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실제로 유기나 살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1년간 매달 아이 13명이 유기되고 아이 1명이 살해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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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시] |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뜻하지 않은 임신이나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어려움으로 출산과 양육에 갈등을 겪는 위기임산부 통합지원에 나섰다. 위기임산부는 전화(1551-1099)나 SNS(카톡채널 ‘위기임산부 상담지원)로 24시간 전용 비밀상담을 받을 수 있고 시설·기관 연계, 맞춤형 서비스, 긴급현장상담 지원이 제공된다. 이런 가운데 시는 지난 3월 26일, 위기임산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현재 위기임산부가 익명으로 충분히 상담받고 출산을 결정할 수 있게 돕는 ‘위기임산부 통합지원 사업단’을 오는 7월부터 ‘서울시 위기임산부 통합지원센터’로 확대해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전담인력도 기존 4명에서 10명으로 늘리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위기임산부가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다.
위기임산부는 소득과 관계없이 요청이 있을 시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 시는 위기임산부 보호 쉼터를 10호 내외로 새롭게 마련하고 시설 생활이 어려운 위기임산부의 경우엔 개별 공간에서 보호한다.
사회적 약자지원에 뜻을 같이하는 사회공헌기업 등의 민간자원을 적극 유치해 위기임신 사례별 맞춤지원을 강화하고 선제적 발굴체계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임신으로 고민, 갈등하는 위기임산부 누구나 서울시가 24시간 운영 중인 비밀상담 서비스를 통해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서울시는 위기임산부에 대한 통합지원을 한 단계 강화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과 아이의 생명을 모두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태어난 아이와 위기임산부를 보호하고자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가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누락해 미신고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제는 미성년자, 미혼모 등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고 출산해도 정부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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