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방문 사전예약제, 민원면담실 등 제도 마련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학부모와의 갈등을 겪으며 회의감이 들었어요” 경기도에서 초등교사로 일했던 A씨는 지난해 과감하게 학교를 그만뒀다. 교직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이 원인이었다. 학부모가 “내 아이가 중요하다”라며 간섭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며 ‘내 아이도 돌보지 못하는데 이러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저 말고도 이런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라며 “특히 이제 막 임용된 신규 교사는 더욱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용 1년 이내에 학교를 떠난 교사가 지난 5년간 총 43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2024년 그만둔 교사는 총 433명으로, 초등학교가 179명, 중학교 128명, 고등학교 126명이었다.
교사를 꿈꾸며 교대에 진학했으나 중도탈락한 학생 역시 늘었다. 교육부는 올해 전국 10대 교대에서 그만둔 학생이 총 777명이라고 밝혔다. 2019년 233명에서 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한 교대에서 ‘초등 진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교대 진학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재학생 44.2%가 ‘선택하지 않겠다’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또한 ‘초등학교 임용 이후 걱정되는 어려움’으로는 ‘학부모 민원 및 관계유지 문제’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런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교사의 교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활동을 제대로 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교사는 학교를 떠나고 예비 교사는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교사의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지자체와 교육청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민원면담실 설치, 방문 사전예약제 도입 등 실질적인 조치들이 하나둘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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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경기도교육청] |
경기도는 유·초·중·고, 특수학교에 민원면담실을 구축했다. 이는 도가 지난해 교권 보호 대책 가운데 하나다. 임채숙 경기도교육청 생활인성교육과 장학관은 지난 8월 23일 경인방송 라디오 ‘이미엽의 모닝테라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원면담실의 설치 이유를 밝혔다. 임 장학관은 “서이초의 선생님이 순직하신 뒤 학교장 책임하에 학교 민원 대응팀을 구성해 학교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을 추진하게 됐다”라며 “악성 민원인이나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방지하고 교원이 민원 대응할 때 기관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학교 내 전용 상담 공간 조성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라고 전했다.
민원면담실엔 악성민원과 위험 상황에 대비할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CCTV와 녹음 전화기, 비상벨, 그리고 휴대용 영상기록장비와 녹음기, 안전거리유지를 위한 광폭 테이블 등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사와 학부모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여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사의 반응은 어떨까? 문희 서호초등학교 교사는 경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원면담실은 일반 상담실과 다르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데 외부인을 면담했을 때 좀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상담하니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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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시교육청] |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일부터 관내 모든 학교에서 ‘학교 방문 사전예약제’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상용소프트웨어, 학교 홈페이지, e알리미, 전화 등을 통해 상담 예약을 신청하고 승인받은 뒤 학교 출입이 가능하다. 예약하지 않은 방문인은 출입을 거부당할 수 있다. 대상 학교는 공립 유치원, 공·사립 초·중·고·특수 등 학교 전체다. 시교육청은 외부인의 무분별한 학교 방문으로부터 교사의 수업과 교육 활동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엔 유·초·중·고·특수학교 68개교에서 시범 운영을 실시했고 이후 교직원 252명을 대상으로 이용 현황과 설문조사 등을 실시해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1교당 시스템 사용 건수가 월 평균 1.8건으로 파악됐으며 설문에 응답한 교직원의 71.8%가 전면도입에 찬성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범 도입 이후 상담 신청 뒤 45%가 예약을 취소했다”라며 “시스템 도입 후 민원성 상담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 출입이 정기적으로 필요해 출입증을 교부받은 사람, 학생 및 교직원의 안전‧응급구조‧재난대응 등 긴급한 사항으로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 교육활동이 아닌 시간에 운동장, 체육관을 이용하는 사람 등의 경우 사전 예약 없이도 학교에 출입할 수 있다.
한편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악성 민원을 일삼은 전주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에게 특별교육 30시간을 이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난 3월 교원지위법이 개정되면서 교권 침해가 인정된다면 이 같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학부모는 지난 2022년부터 아동학대 혐의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제기 및 교사 징계 민원을 수십 차례에 걸쳐 제기해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됐다.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교사를 보호하려 하나 여기에도 문제점이 많다. 전국 모든 학교에 민원면담실이 마련되지 못했다. 학교 방문 사전 예약제는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학부모를 막지 못하거나 예약하지 않은 교사를 불쑥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교권 침해 학부모에게 특별교육이수 명령은 내려졌으나 교육부가 특별교육을 만들지 못해 교육이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지원체계가 마련돼 교사가 안정적으로 교육 활동에만 전념할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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