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제주에 오신 분들이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던 시간이었기를”

박미리 기자 / 2024-10-30 11:10:55
임현정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이번 활동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이야기 한 부분이지만, 오시는 분들을 응원해 드리고 싶었어요. 제주에 오셔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임현정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2024 사회적경제 활동가대회 in 제주(이하 활동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를 찾은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요즘 협력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데, 이번 활동가 대회를 제주도에서 진행하게 된 것도, 우리가 더 많이 협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4 제주사회적경제 기념주간의 일환으로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활동가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컨퍼런스와 기념식, 다크투어 등 다채롭게 마련된 이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의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이 제주를 찾았다. 임현정 센터장은 현장을 찾은 사람들을 환대하며 인사를 전했다.


활동가대회를 앞둔 지난 23일, 임현정 센터장을 만나기 위해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찾았다. 행사 준비를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잠시 시간을 내준 임현정 센터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4일~26일 제주도에서 열린 활동가 대회 모습.[사진=박미리 기자] 

 

Q. 제주도는 타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주도의 지역적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이것이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사회적경제뿐만 아니라 도시재생 등 다양한 부분에서 커먼즈(Commons, 공유자원 및 공유자산을 위한 활동)에 대해 많이 이야기합니다. 제주도에도 커먼즈 연구 사례가 굉장히 많아요. 다른 지역은 커먼즈가 개념적이고 무형의 것인 경우가 많은데, 제주도는 공동 목장이나 공동 숲처럼 마을이나 공동체의 자산으로 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제주도의 특징은 커먼즈. 즉 ‘공동체가 가진 무엇’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연구자들도 제주도의 사례를 많이 언급하시고요.

그러다 보니 주민들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마을기업'을 설명하면 쉽게 이해하세요. 마을기업들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공장이나 매장 등 공동 자산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고요.

제주도는 섬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먹거리, 자급자족에 대한 고민을 예전부터 많이 하셨더라고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환경이나 먹거리. 관광이라고 하면 생태관광, 마을 관광을 들 수 있고요. 그런 부분들이 제주도의 사회적경제가 가진 특징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지난해 진행된 제주 사회적경제 한마당 행사 당시 모습.[사진 출처=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제주도는 지난 6월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경제기업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사업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가 통과 됐습니다. 조례가 통과되기까지 추진 과정과 경과 내용 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우리 지역에서는 ‘제주도 사회적경제 기본계획’을 5년에 한 번씩 세우는데요. 2021년 2차 기본계획의 비전이 ‘사회적 가치’였어요. 그러니까 사회적 가치를 지역에 알리고 실현하는 게 제주도의 사회적경제 비전인거죠. 그래서 제주도 자체제적으로 판단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에게 도지사상이 수여되고요. 이 상은 사회적경제기업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지역의 중소기업까지 선정해서 수여해요. 제주도 사회적경제가 주는 상인 거예요.

사회적 가치 연구원에서도 사회성과 인센티브(SPC)를 통해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잖아요. 우리 지역에서도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봤고요. 그래서 협력하게 됐어요. 


그리고 본래 제주도는 도의회 의원들이 연구모임이나 포럼을 구성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회적경제포럼이에요. 제주도의원 7명 정도가 참여하고 계시고요. 마침 제주도에서도 사회적경제가 단순히 취약계층을 고용하거나 보조금을 받는 지원단체라는 개념에서 조금 확장된 형태가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에 의견을 모아 사회적경제포럼 의원님들과 제주사경센터, 그리고 이와 관련된 분들이 모여서 1년 정도 학습을 했어요. 이후 시범 사업을 거쳐서 조례 제정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임현정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사진 출처=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조례 통과가 지역의 기업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측정값이 명확히 나오는 부분을 확인하기 쉽죠. 그러니까 공공기관이나 외부에서 일반인들이 봤을 때도 A사회적기업이 20억원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달성했다고 보면 더 와닿기도 하고 이해하기가 쉬운거죠. 기업의 활동에 대해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봐요. 또 그동안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보상받지 못했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물론 한계도 있어요.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굉장히 다양한데 측정할 수 있는 것만 측정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B기업에서 리필 제품을 판매해서 탄소 배출량을 얼만큼 줄였다 하는 부분은 측정이 가능해요. 하지만 C기업에서 옷을 새로 사지 않고 교환해서 계속 사용하자는 취지의 ‘의류교환 파티’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측정할 수가 없는 거예요. 옷을 교환해서 어떤 가치가 발생하고, 교환한 옷을 몇 년간 입을지 등에 대해 측정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측정 값이 나왔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죠. 그래서 우리 센터에서는 이 같은 사회적 가치에 대해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를 찾아내기 위해 계속 연구 자료를 찾으면서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Q. 조례에 적용되는 기업은 사회적경제기업에 한정되나요?

이번에 측정을 통해 8개 기업을 선정했는데, 전부 사회적경제기업이에요. 조례상에는 담겨있지는 않지만, 향후에는 중소기업들도 책정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해요. (올해 선정된 기업은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 ㈜파란공장,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 일배움터, 제주이어도 지역자활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제주맘이, 하효살롱협동조합 등이다.)

Q. 조례가 통과된 지역이 처음이다 보니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사회성과 측정, 사회적 가치 측정, 이런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사회적경제기업은 사실 국가와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뛰어든 거예요.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윤이 낮은 업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해주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사회성과,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보상이 또 다른 변화된 지원 방식이라고 생각되는 건 우려스러워요. 결과적으로 임팩트를 더 낸 기업만 성과를 보상한다는 것은, 사회적경제에 뛰어든 기업가의 선택에 대해서는 보상받지 못하는 부분인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하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와 별개로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나 임팩트에 대한 보상이 분리되어서 가야 한다고 생각이 들고요. 마치 이 사회성과 측정 보상이 정답처럼 될까 봐 걱정스러운 부분이에요.

요즘 사회적 가치 측정과 보상에 대해 많이 언급되고 있어요. 사실 우리 제주도에서 올해 조례가 제정되어서 많이 이슈가 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사회성과 측정 보상 조례안’에 대해 준비를 해 왔어요. 그리고 1년간 학습하는 과정도 거쳤고요. 깊은 고민과 논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요즘 판로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요.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상 판로를 확보하는데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판로를 확보하는 건 참 어렵죠.(웃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는 교육이나 체험, 관광 등을 묶어서 지원하려고 해요. 제품의 경우에는 제주도에서 생산, 판매되는 제품들은 일상생활보다는 선물세트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도외 지역의 판로가 중요해요. 코로나19 시기에 온라인 시장으로 전환 됐는데, 이런 상황도 제주도와 잘 맞은 부분인 것 같아요.

판로의 기반은 사실 '제품력'과 '브랜딩'이잖아요. 우리 센터에서도 제품 개발 단계부터 스토리를 입히고 브랜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리뉴얼 하는 사업을 했었어요. 그리고 도외 지역에서 1년에 한 번 정도씩 팝업 행사를 열기도 하고요.

 

▲제주도 식품박람회 '제주잇수다' 부스에 참여한 제주도 사회적경제기업들.[사진 출처=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사업 몇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우리 센터는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어요. 센터 홈페이지를 봐도 알 수 있을 텐데 그래서 사업명을 ▲소셜 스타터 ▲소셜 부스터 ▲소셜 시너지 등 단계별 사업을 진행하고, 해당 사업에 해당 되는 기업의 성격 등을 구체화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기업이 단계별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기업이 설립되고 필드에 진입할 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실행하면서 단계별 지원사업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와 연결된 사업으로는 공유경제 사업을 하고 있어요. 다른 지역에서는 공유경제를 단순히 플랫폼 비즈니스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플랫폼 비즈니스보다 조금 더 기업과 시민이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공유하는 거예요. 시민들이 지역의 자산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유경제에 참여해 보고, 직접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거죠. 시민들이 같은 취미를 공유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낮은 단계의 사업이 있고, 또 지역의 NGO 단체나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청년 또는 사회적경제조직 등과 함께 공유경제 프로젝트를 해 보는 것도 지원하는 사업도 있고요.

또 커먼즈 영역으로 볼 수도 있는데, 제주도에는 마을 안에 매장이나 카페가 운영되고 있어요. 그런데 많은 곳이 주변 마을과는 단절된 채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회적경제기업도 비슷해요. 매장이 마을에 있지만, 해당 마을과는 관계가 없는 경우요. 그래서 우리 센터에서 해당 기업이 마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많이 했었어요. 매장을 거점으로 마을과 교류할 수 있는 사업을 계속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을의 소셜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거나, 투어 코스에 마을 주민이 하는 카페나 식당을 넣거나, 공동 상품을 개발하는 등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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