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육아시③ 옹알이가 통하는 세상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 2024-09-20 11:10:07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옹알이가 통하는 세상


아침햇살에 눈을 떴다
“아이, 눈부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가 다가왔다
“어, 그래, 우리 아기 배고프다고?”

“아니, 배 안고파. 눈이 부셔서 그래.”
작은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했다

“응, 알았어. 엄마가 빨리 맘마 줄게.”

“아니, 배 안고파.”

“어휴, 우리 아기 옹알이도 잘 하네.
그래, 조금만 기다려. 자, 여기!“

“아니, 아니라니까......”

아직도 엄마는 내 말을 못 알아듣나 보다
그래도 내가 한마디 하면 얼른 다가와 답해 준다
늘 서로 다른 대답이지만 웃음만 가득

옹알이가 통하는 세상,
서로 어긋나도 용서와 기쁨이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맘스커리어 =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아기가 태어나면 먹고 자다 하다가 어느 날 옹알이를 시작한다. 옹알이는 아기가 혼자서 입속말을 내는 것을 말한다. 대개 생후 4~6개월 경에 옹알이를 시작한다. 단순한 울음소리가 아닌 발성 놀이로 최초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시기이다.


이때 부모의 반응이 중요하다. 이것이 강화되면 계속해서 옹알이를 하게 된다. 아기는 9개월 전후로 타인의 소리도 모방하기 시작한다. 보통 12개월쯤 지나면 모국어의 고유한 소리들을 내기 시작하고, 알아들을 만한 단어를 한두 마디 내기도 한다. 옹알이 시기는 영아 스스로 발성기관을 경험하며, 청력과 인지발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대부분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엄마’라고 했다, ‘아빠’라고 했다고 하며, “우리 아이가 천재인가 봐요” 즐거운 호들갑을 떤다. 엄마를 먼저 말했는지, 아빠를 먼저 말했는지, 아름다운 경쟁과 시샘을 내기도 하고, 아이와의 소통을 본격적으로 즐긴다.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할 때 모든 부모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내게도 신비로움이 찾아왔다. 맞선 본 지 한 달 보름 만에 초스피드 결혼을 했다. 아는 친구도 하나 없이 고향을 떠나 낯선 땅, 일산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허니문 베이비로 첫아이가 태어났다. 첫아이는 긴 하루를 보내는 내 유일한 친구이자 초보 엄마에겐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도 했다.


지구별로 온 생명체의 감탄은 어느새 사라지고 고단한 육아전쟁은 시작되었다. 막연히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나는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했을 때, 내 멋대로 해석하고 열심히 대꾸해 주느라 바빴다.

발달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사회심리 발달 단계를 8단계로 말하고 있다. 그 첫 단계가 0~1세의 신뢰감이 형성되는 시기다. 영아는 자신의 반응에 따른 양육자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에 따라 “아, 세상은 살 만한 곳이구나!” 신뢰할 만한 곳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좌절되면 불신감이 생긴다.


에릭슨이 정의하는 신뢰는 “타인에 대한 근원적 신뢰뿐 아니라 자신의 신뢰성에 대한 근원적 감각”을 말한다. 아기는 생존을 위해 양육자의 돌봄이 필수적이다. 인간만이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홀로 설 수가 없다. 거의 1년은 지나야 혼자서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창조를 동물과 다르게 만드셨다. 태어나자마자 걷는 소나 말이 아닌, 서로가 의존하고 돌봄이 필요한 존재로 만드셨다. 아기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때 양육자의 반응으로 인한 애착형성은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애착관계는 평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자존감 발달의 요인이 된다. 아기가 내는 최초의 언어 신호, 옹알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경험은 기나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추석이 지났다. 이혼율은 명절 전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어느 가정이 이혼했다는 소식은 이젠 특별한 가십거리도 되지 않는다. 최근에 강의 간 어느 지역아동센터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이야기하고, 그때 자신의 모습을 푸드테라피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이혼 전 엄마, 아빠가 함께 살았을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밖에 엄마를 만날 수 없다고 속상하다고 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속 마음을 말해 준 아이가 고마웠고, 안타깝고 뭉클했다.

아이가 옹알이 신호를 보내듯 사랑하는 사람들의 옹알이에 우리는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까? 자신의 욕구를 어떻게 건강하게 표현해야 하는지 서툴고, 상대의 언어적, 비언어적 욕구를 읽고 해석하는 것도 서툴다.


배우자는 평생을 배워야 하는 관계라 배우자이다. 배우자를 배우자. 아이 사랑은 건강한 부부로부터 시작된다. 첫 만남의 설렘을 잊지 않고, 서로의 옹알이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자. 온 마음으로 해석하고, 서로의 사랑의 언어를 끊임없이 배우는 부부와 부모 자녀가 되길 소망한다.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아가자. 서로의 비방을 그치고, 옹알이가 통하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맘스커리어 /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khk9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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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부모교육, 글쓰기, 책쓰기 코칭
국방부 인성강사, 굿네이버스 세계시민교육 강사
K클래스 감정코칭과 공감대화 강연
아침마당 ‘내 아이를 이해하는 길’ 출연
‘암, 내게로 와 별이 되다’(2020), ‘디지털의 힘’(2022), ‘날비 날다’외 10여권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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