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애 낳지 말라고 하는 걸까요?” “나라에선 왜 그러는 걸까요?” “이렇게 저출산 시대에 한발 더 나아가네요” 회원 수 67만 명인 맘카페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정부가 분만할 때 무통주사와 국소마취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고 밝히자 산모뿐만 아니라 이미 아이를 낳은 엄마들까지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분만 때 주로 사용하는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국소마취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무통주사라고 불리는 자가조절진통법은 분만 때 주로 쓰인다. 수술 부위에 소량 주입해 통증을 빠르게 줄여 줄 수 있는 국소마취제인 페인버스터는 제왕절개로 출산할 때 보통 선택적으로 사용됐다.
보건복지부는 다른 통증조절 방법(무통주사)과 국소마취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정신 독성 우려가 있다는 관련 학회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행정 예고했다. 무통주사를 사용하기 어려운 산모에게만 페인버스터를 선별급여 90%를 적용하며, 그 외의 산모는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아이를 출산할 때 산모와 가족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행정 예고에 출산을 앞둔 산모와 가족의 걱정은 컸다. 분만을 앞뒀다는 임산부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관련 문의 글을 올리자 또 다른 회원은 관련 기사 링크를 댓글에 달아 주거나 언제부터 적용될지 등을 알려 주기도 했다. 일부 산모는 출산일을 고시 시행 전인 6월로 앞당기겠다고 하고,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까지 제기됐다.
만 1세 여아를 양육하고 있는 A씨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는데 그때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같이 사용했다”라며 “둘 다 맞아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닌데 왜 갑자기 이런 정책을 내놨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임산부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번복에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달 행정예고에선 한 종류 약제만 투여하도록 ‘국소마취제 투여법’ 급여기준을 강화했는데 임산부와 의사의 선택권을 존중해 달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두 가지 약제를 동시에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다만 무통주사 이후에 페인버스트를 추가로 사용한다면 분인 부담률을 기존 80%에서 90%로 상향 조정한다. 본인 부담금이 3~10만 원가량 인상된다.
최근 서울시의원이 ‘케겔운동법’을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고,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는 여성을 1년 조기 입학시키는 방안을 제안해 논란이 일었다. 많은 이의 빈축을 산 이 두 가지 방안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졌고 널리 퍼지고 있다. 차라리 아이를 낳는 데 드는 비용을 산모에게 좀 더 보태 주는 건 어떨까.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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