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용혜인 의원 “현장에 꼭 필요한 저출생 대책 필요해”②

박미리 기자 / 2025-02-06 13:10:57
용혜인 기본소득당 당대표 인터뷰 ②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아동수당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에도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 잠깐 시간을 냈다는 그는 “지금의 어려움과 충격을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본지는 용혜인 의원과 인터뷰를 통해 사회연대경제 발전에 대한 진심과, 육아를 하는 엄마로서의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기사는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지난 12월 3일 밤 아이를 돌봐준 친정어머니가 집으로 가는 걸 배웅하다가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들었어요. 어머니를 다시 붙잡아 아이의 짐을 챙겨 함께 보냈는데, 그날따라 아이가 울면서 떨어지기 싫어하더라고요. 평소에는 할머니를 잘 따라가는 아이인데도요. 그때 저도 언제 아이를 다시 볼 수 있을지,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아니면 아예 아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건 일상을 파괴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용혜인 의원은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막아낼 수 있었다며, 힘들지만 이 위기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어려움과 충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당기는 것이 (국회에서) 할 일이고, 그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용혜인 의원이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출처=용혜인 의원실] 

 

- 지난해 6월 기본소득당 1호 법안으로 ‘아동수당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셨습니다. 해당 법안에는 “8세 미만의 아동에게 매월 10만원을 지급했던 기존 아동수당법을 개정해,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매월 30만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동의 기본수당을 확대 지급하는 것이 저출생 문제 해소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나요?

아동수당 확대는 저출생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저출생 예산은 직접비용은 물론 간접비용도 포함된 수치입니다. 예를 들어 성범죄가 없는 치안이 안정된 나라가 되어야 사람들이 아기를 더 많이 낳으니까 그에 대한 비용도 저출생 예산으로 분류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수백 조라고 하는 예산이 정말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는데 충분히 투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법안을 발의했던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출생 대책이라고 하면 임신과 출산, 영유아기만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육아는 아이가 성장하면서도 계속 필요한 것인데, 영유아기 몇 년에 집중한다고 헤서 육아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도 1인당 지원하는 예산 수준이 유지가 되지만, 한국에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1인당 지원되는 현금지원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더 큰 비용이 발생하고, 심지어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를 ‘경력단절의 무덤’이라고 합니다. (맞벌이를 못 하게 되면)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줄어드는 겁니다. 그래서 아동수당을 청소년기까지 확대해서 충분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법안을 발의하게 됐습니다.

- 지난 2021년 아기와 함께 국회에 출근하신 걸 본 적 있습니다. 당시 ‘국회 아이 동반법’도 발의하셨는데요. 이 같은 상황을 시민들의 일상에 대입해 보면 실제로 시민들이 이용하는 식당이나 카페 중에는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습니다. 노키즈존이 일상화 되고 있는 요즘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저도 아이를 낳기 전에는 노키즈존에 대해 별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출산을 하고, 주말에 아이와 함께 외출을 했는데 제가 갔던 카페가 노키즈존이었어요. 알고 보니 그 동네가 전부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더라고요. 결국 카페에 못 들어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 나는 이제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몸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아이가 생겼잖아요. 아이를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의 무게가 굉장히 커졌는데, 사회에서는 거부당하는 거죠. 저는 이게 어떤 면에서는 모멸감 같은 걸 느끼기도 했고요.

사실 제가 갔던 그 동네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자체가 거대한 노키즈존 이라고 생각해요. 유아차와 같이 다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힘들고, 아이를 잠시 앉힐 수 있는 공간도 거의 없죠. 아이가 울거나 불편해하면 주변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 눈치를 보고 어딘가를 돌아다녀야 하고 위축되기도 하고요. 아이는 우는 게 당연한 건데,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리면 내가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 사회에서는 사실 아이를 낳기가 쉽지 않죠. 아까 말했듯이 엄청나게 큰 책임이 생기고 경제적 비용도 많이 드는데, 사회에서는 배제되고 차별받는 상황에 놓이니까, 합리적으로 보면 아이를 낳을 이유가 없거든요. 그래서 결국 거대한 노키즈존이 되어버린 사회의 분위기와 제도, 인프라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예산을 많이 쏟아붓는다고 해도 저출생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몇 년 사이에 노키즈존에 대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2023년에는 보건복지부가 처음으로 노키즈존 실태조사를 시행했어요. 실태조사를 하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매장에서 왜 노키즈존을 운영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고, 노키즈존이 아닌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원책 등도 만들 수 있죠. 제주도에서는 노키즈존 확산 방지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고, 서울시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도 했고요. (물론 저는 공간을 분리시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사회에서 같이 지낼 수 있는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치권에서 노키즈존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용혜인 의원 의정활동 사진.[사진 출처=용혜인 의원실] 

 

- ‘국회의원’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육아를 하는 ‘엄마’로서, 워킹맘의 입장을 누구보다 이해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워킹맘들을 위해 보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정책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에게 누가 ‘아이가 없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느냐’고 하면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아이를 너무 사랑하고 아이 없이 살 수 없어요. 그런데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에요.(웃음) 정말 힘든데, 또 너무 행복하거든요.(웃음) 그 양면이 있는 것 같아요.

워킹맘이나 워킹대디를 타깃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해요. 제가 했던 일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육아하는 엄마 아빠를 불이익 방지법을 발의를 했었어요. 그 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가 과거에 규모 있는 IT 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30대 워킹맘이 ‘워킹맘은 죄인인가’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일이 있어요. 저는 그 일을 듣고 정말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그분의 마지막 말이 지금 우리 사회의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고요. 우리 사회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육아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이 생겨요. 결국 부모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아니라 일과 가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거죠.

사실 핵심은 우리 사회에 노동시간이 많이 줄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워킹맘이나 워킹대디의 노동시간만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고요. 윤석열 정부에서 늘봄학교라고 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 저는 그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게 대안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필요한 정책 중 일부일 수는 있지만 그게 주요 정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를 밤 8시~10시까지 돌봐줄 테니 부모에게 ‘늦게까지 야근하라’는 거잖아요. 육아하는 부모들은 퇴근해서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잠들기까지 3~4시간 정도 되는 그 시간을 마음 편히 보낼 수 있게 하는 게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고 생각해요. 그 시간에 야근할 수 있도록 해줄게 라고 만드는 게 과연 바람직한 접근 방식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죠.

한국은 노동시간이 굉장히 긴 나라에요. 해외에서는 ‘과로사’라는 단어도 없다고 해요. 일하다가 죽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익숙한 일이잖아요. 누군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하면 ‘과로사구나’라고 생각하잖아요. 이처럼 사실 노동시간 전체를 줄이는 것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고, 또 대다수 엄마 아빠들에게도 실제 양육에 집중하고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떻게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느냐에 대한 고민이 저출생 대책의 가장 중요한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두 개뿐이라고 해요. ‘출산’과 ‘커리어’죠. 아이를 낳거나, 커리어를 유지할 것이냐, 예요. 여기에서 핵심은 성별 임금 격차라고 생각해요. 성별 임금 격차가 크니까 부부 중 누군가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해야 한다면 보통 엄마가 일을 그만두는 게 합리적인 거예요. 아빠가 그만두면 경제적 손실이 더 크니까요.

그런데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시기가 회사에서 성과를 쌓아서 승진하는 시기에요. 이 시기에 출산을 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와르르 무너지게 되죠. 그래서 실제로 KDI 조사를 보면 출산을 포기하고 무자녀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이 시기에 출산을 선택하면 생애 전 주기에 걸쳐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게 되는 거고요. 그래서 저는 성별 임금 격차 해소가 경력 단절 문제 해소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이 ‘예산지원’에만 집중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돈을 준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공공이 예산을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저출생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들어보면 육아휴직 쓰기 눈치 보여서, 경력단절, 부동산 이슈 등 다양한데 근원적으로 전제는 ‘돈’이거든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돈과 시간이고, 한국에서는 돈은 곧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돈이 곧 시간인 한국사회에서 공공지출을 늘리지 않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예요. 해외 사례를 보면 저출생 숫자가 반등한 모범국 중 하나인 스웨덴과 프랑스는 가족지원예산으로 스웨덴 3.4%, 프랑스 2.7%를 씁니다. 반면 한국은 1.6%를 씁니다. 한국은 압도적인 저출산 국가인데도, 다른 나라에 비해 돈도 많이 쓰지 않으니 기본적으로는 지출을 늘리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잘 안되니까 해당 정책을 적용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 하는 것 같습니다.

소득분위 대비 분만 건수를 분석해 보면 소득이 높은 사람은 분만 건수가 더 많아요. 반면 소득이 낮은 사람은 분만 건수가 더 낮고요. 이 말은 출산과 양육이라고 하는 것도 경제적으로 양극화 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의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게 더 현실적이겠죠. 이미 아이를 낳은 사람들보다도요. 그러면 저소득층을 위한 여러 지원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문제’라고 해요. 그러면 이들이 최소한 집 걱정 없이는 살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정도의 파급력 있는 정책은 나와야 출산율이 좀 올라가지 않을까요? 우크라이나가 전쟁 이후의 합계 출산율이 지금의 한국과 비슷하다고 해요. 정말 충격적이죠. 한국 사람들은 정말 전쟁 속에서,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합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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