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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현직 시절, 조금씩 모아둔 모임 회비로 봄·가을 골프를 즐겼다. 그린피는 각자 부담하고, 식사비는 총무가 모임 회비에서 계산한다. 20~30년 함께한 선후배들과 그린 위에서 웃다 보면, 저축 이상의 보람을 느낀다.
어제 횡성 동원썬밸리CC에서 라운드를 나갔다. 늘 88타 언저리를 맴돌던 내가, 전반 라운드만큼은 달랐다. 5번 홀 엣지에서 올린 써드샷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고, 7번 파3에서는 1.5m 퍼트가 쏙 들어갔다. 모처럼 연속 버디, 세종대왕 만 원권 캐디의 미소가 그린 위 우리 기분만큼 환했다.
운동 후 시골밥집 식당에서 C 동기가 청첩장을 꺼냈다.
"드디어 우리 아들도 장가간다!"
모두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신혼집 이야기가 나오자 금융인들답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요즘 젊은 친구들, 특히 신혼부부들 집 마련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 우리 때와는 완전히 다르지"
실제로 젊은 세대 앞에는 숫자의 벽이 있다. 주택 구입 대출 관련 몇 가지 용어를 보면, LTV(Loan To Value) 즉 집값 대비 최대 대출 가능 금액이 있고, DTI(Debt To Income) 즉 연 소득 대비 1년간 갚아야 할 이자 비율과 DSR(Debt Service Ratio) 즉 원금과 이자를 합쳐 1년간 소득 대비 갚아야 할 비율 등이 있다.
한 신혼부부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냈지만, DSR 규제로 잔금 대출이 2억 5000만 원으로 줄어 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은행에서는 "정부 지침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2024년 말 기준 가계대출은 약 1800조 원, 전세대출도 큰 비중을 차지하며 지속 증가 중이다. 2025년 7월부터는 신용대출 1억 원 초과 시 금리에 1.5%포인트가 더해지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됐다. 수도권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LTV 한도도 80%에서 70%로 줄었다.
3일 전 발표된 ‘9.7 부동산 대책’은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담았지만, 규제지역 LTV 상한을 50%에서 40%로 강화했다. 다음 날 S·H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했고, K은행도 일부 대면 대출업무를 일시 중단했다. 은행들은 "전산 반영에 1주일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규제가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전세대출에는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정작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만 부담이 커진다. 서울시 ‘미리내집’ 프로젝트도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이지만 실제 혜택은 전세금 부담 때문에 제한적이다.
정책의 균형이 필요하다. 투기를 막는 일은 중요하지만, 진짜 집이 필요한 신혼부부와 청년들에게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 작은 배려가 현실을 살린다. 생애 첫 주택 구입 시 LTV 80%까지 허용하고, 금리 변동 부담이 적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며, 이미 계약이 완료된 경우 잔금 대출을 예외로 적용해야 한다.
집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가정을 꾸리는 보금자리다. 특히 신혼부부에 대해서는 유연한 접근과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
C동기 아들의 결혼을 축하하며, 9월 20일에도 지인의 자녀 결혼이 여섯 건 잡혀 있다. 집 걱정 없이 전세로 시작해 목돈을 모은 뒤 소형에서 중형으로 넓혀 가던 30~40년 전 시절이 오히려 행복했던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언젠가는 신혼부부 누구나 숫자의 장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따뜻한 집에서 서로의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이 와야 대한민국의 내일도 든든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yskwoori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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