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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
뒤집기 한 판
어느 날 세상이 거꾸로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비틀어 뒤뚱이긴 했지만
나도 드디어 뒤집었다
어, 세상이 달리 보이네
내가 늘 깔고 있던 담요의 빛깔이 무엇인지
내가 베고 있던 짱구 베개의 모양이 어떤 것인지
위만 바라보며 살던 세상
아래를 내려다보니 새로운 것들이 많다
거꾸로 보는 세상
이제는 아래도 보며 살아야겠다
오늘도 뒤집기 한판에
세상을 배운다
[맘스커리어 =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첫아이가 뒤집기 했을 때의 감격이 생각나는가? 뒤집기는 아이가 등을 대고 누운 상태에서 엎드리거나 반대로 엎드린 상태에서 등을 대는 움직임을 뜻한다.
신생아의 뒤집기 시기는 아기마다 조금씩 다르다. 주로 백일을 지나 생후 3~5개월 정도에 뒤집기를 시작한다. 아이마다 발달단계는 달라서 이것보다 더 빠른 아기도 있고, 좀 더 느린 아기도 있다. 뒤집기를 한다는 것은 목과 어깨 근육이 발달했음을 말한다.
아이가 늘 누워있다가 뒤집었을 때 부모들은 또 한 번 놀란다. 누워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던 아이가 스스로 뒤집었을 때 박수를 보낸다. 뒤집기, 배밀이, 기기로 아이는 서서히 일어나 걷고 자립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아간다.
뒤집기를 통해 늘 누워만 있던 자신의 짱구 베개의 모습도 알게 되고, 자신의 담요 빛깔과 모양도 알게 된다. 아이가 뒤집기 세상을 살아가듯 우리도 가끔은 뒤집어 보는 삶을 살아가자.
연말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말을 했다. 여전히 방황하고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한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이다. ‘뒤집기 한 판’처럼 수 십 번 뒤집기를 경험하고 그 시기를 지나야 아장아장 걸음마 단계가 온다.
내 삶을 뒤집어 감사를 찾아보고, 올 한 해도 여기까지 잘 살아온 나를 다독여주자. 우리 모두 애썼다. 인생 곳곳마다 힘겹게 달려온 나를 힘껏 안아주자. “잘하고 있어. 애썼어. 사랑해.”
진심 어린 한 마디, 가장 듣고 싶은 말 한마디! 먼저는 나에게, 또한 가까이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먼저 전하는 따뜻한 연말이 되길 소망한다.
맘스커리어 /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khk9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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