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누굴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다. 저출생(출산) 시대에 많은 이가 출산은커녕 만남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요즘 청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자만추'로 상대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그것도 만남의 자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남녀가 만나 합숙을 하며 사랑을 찾는 연애 프로그램이 조금씩 포맷만 바꿔 다양한 플랫폼에서 방영되고 있다. 시청자가 타인의 연애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청년은 만남 행사에 참여하는 걸 흥미롭게 생각한다. 이에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구성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런 시도를 하는 많은 지자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대구 달서구다. 달서구는 4개 분야 28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긍정적 결혼관을 전파하며 인식개선에 앞장설 뿐 아니라 만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방식도 다양하다. 소규모 미팅부터 직장인들은 연애 코칭 전문 사회자와 게임을 통해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 주말엔 도자기 만들기, 와인 수업 등을 제공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달서구는 8년간 결혼 장려 사업을 이어온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1278명이 만남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 가운데 총 235쌍이 탄생한 것이다. 이 가운데 14쌍이 결혼했다. 달서구 관계자는 “결혼친화서포터즈단·새마을커플매니저봉사단 등 협력 민간 기관의 결과치를 합하면 모두 169쌍의 커플이 결혼에 성공했다”라고 전했다.
세종시도 5년여간 중단한 ‘세종시 인연만들기’ 행사를 다시 열었다. 시는 코로나19와 경제 불황 속 청년들 사이 만남의 기회가 줄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확산되는 분위기를 해소하고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참여 문의가 빗발쳤으며 총 326명이나 지원하는 등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본인이 접수하거나 부모, 지인도 나서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도왔다.
지난 5월 11일 열린 첫 행사는 팀 레크레이션으로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첫인상 투표, 개별 대화 시간 등을 마련해 각각의 인연을 찾도록 했다. 한 참석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좋은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라며 “이런 행사가 많아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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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
지자체뿐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만남 행사를 개최한다.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이름을 따온 사찰 소개팅 ‘나는 절로’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하 재단)은 오는 8월 9일~10일 1박 2일간 만남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낙산사'를 연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남녀 각 10명, 총 20명이 참가해 1박 2일 동안 저출산 대응 인식개선 교육, 연애 특강, 레크리에이션, 1대1 로테이션 차담, 낙산사 참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30대 미혼남녀라면 종교와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다. 신청은 오는 26일 오후 1시까지 재단 홈페이지 구글폼을 통해 받는다.
물론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시대가 달라져 연애한다고 결혼하거나, 출산 대신 둘만 살고 싶다는 부부도 많아졌다. 정책 결정자들이 ‘저출생(출산) 대책을 위해 뭐라도 해 보려고 한다’라고 말하는 대신 ‘청년 행사의 일환으로 하루 시간을 보내다가 자연스럽게 만나 보라’라고 하는 건 어떨까.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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