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3월에 분만하는 우리 산부인과 전담 간호사를 위해 글을 쓰려고 한다. 오랜 기간 산부인과에서 근무한 우리 전담 간호사는 곧 첫아이를 세상에 맞이하게 된다. 기쁘게도 그 아이와 처음 눈 맞출 사람은 주치의인 나다. 젊지 않은 나이에 임신해 여러 힘든 문제를 잘 극복하고 이제 출산을 앞둔 것이다.
그에게는 ‘전담 간호사계의 한효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예쁘고 항상 밝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열정적인 간호사다. 산부인과 전공의가 적어 힘든 시절에도 함께 고군분투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를 양육하고자 1년간 육아휴직을 떠나는 그녀에게 잔소리를 해주고 싶어서 글을 쓴다. 그녀와 아이에게 내가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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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담 간호사와 함께[사진=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
생각해 보면 나는 원더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일보다 의사와 교수로서의 직업이 더 소중했던 것 같다. 아이들과 평범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순간이 요즘엔 후회스럽다. 그렇기에 육아휴직을 하는 우리 전담 간호사에게 “정말 잘한 결정이다”라고 칭찬해 주고 싶다.
아이들은 정말 금세 자란다. 엄마의 손길이 점점 덜 필요해지는 순간이 온다. 두 아이가 어린 시절 그린 그림이나 쓴 글이 집 안에서 발견될 때가 있다. '엄마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땐 왜 잘 보지 못했는지, 바보 같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병원 일이 힘들었고, 남에게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고 뒤처지는 것 같았다. 나만의 원칙을 고수하며 지내다 결국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놓친 것 같다. 이제 엄마가 되는 전담 간호사는 내가 겪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많이 만들어 글과 사진으로도 남기고, 추억으로 쌓아가기를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인생 목표가 있을 것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 되돌아보니,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는 자리가 가장 소중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 아이가 내 배 속에서 자라날 때 느낀 불편하지만 소중한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아이와 보내는 1년이 전담 간호사에게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 지금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나,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모두,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들지만, 그 순간이 제일 소중한 시간임을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잔소리를 해 본다.
맘스커리어 /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heeobgy@schm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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