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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로열코칭 대표 |
[맘스커리어 = 최은주 로열코칭 대표] 속이 텅 빈 나무를 만져본 적이 있는가? 그런 나무들은 겉은 멀쩡해 보여도 만지면 바스러진다. 속이 꽉 차 있으면 촉촉했을 텐데, 아니 그렇게 쉽게 바스러지지는 않았을 텐데. 그 텅 빈 공간에는 공허함과 서러움만이 가득하다.
얼마 전, 다음 일정을 위해 차를 주차해 놓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이 협소한 탓에 여러 대의 차가 이중 주차되어 있었다. 내 차를 향해 가다가 두 분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얘기인즉슨, A의 차 앞을 가로막고 이중 주차한 운전자 B가 막 차에서 내리자 마침 차를 이동하려던 A가 B에게 ‘제 차가 나가야 하니 차를 빼 주시면 좋겠다’고 했는데, B는 약 3초 정도 잠시 멈칫하더니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 ‘건물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 가지러 갔다가 금방 올 테니 기다리라’. 60 대 후반에서 70 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분의 걸음걸이로 금방 뛰어갔다 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리라’는 B의 말은 내가 듣기에도 너무나 황당했다. 이런 경우엔 먼저 차를 빼 주고 자신의 볼 일을 보러 가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갈등과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는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과 편리함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집단이든 그 나라, 그 사회, 그 조직에는 고유한 문화가 있다. 문화는 개개인의 상식적인 판단과 행동이 반복되면서 점차 그 집단의 고유한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이 말은 만약 비상식이 상식이 되면 우리 문화가 비상식 선에서 형성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꼬리가 잘린 열 마리 여우들 틈에 꼬리 달린 여우 한 마리가 들어간다면 꼬리 달린 여우가 비정상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건강한 ‘문화’를 위해 상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모두가 상식 안에서만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아쉬운 일이 왕왕 일어난다. 내 아이만 생각한다던지, 내 이익만 주장한다던지, 내 편리함만 고집한다던지 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극히 이기적이고 상식이 결여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나무는 속이 텅 빈 강정 같은 나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B에게 있을 수 있지만, 사정을 알 길이 없는 나는 안타까운 마음만 한가득이었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 이제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이 오고 있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나에게 나를 묻는다. ‘나’라는 나무는 속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사랑, 배려, 신뢰, 온기, 긍정, 기쁨, 평화, 만족, 용기, 겸손, 이런 것들이었으면. 쉽게 바스러지는 속이 텅 빈 나무가 되지 않도록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볼 일이다.
맘스커리어 / 최은주 로열코칭 대표 uniceuni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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