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련 변호사 |
집중호우로 제방이 붕괴되거나 산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인재’라는 주장을 많이 듣게 된다. ‘인재’란 자연재해로 인한 천재지변 즉 사람이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그 피해가 ‘예견 가능하고 회피 가능’하였음에도 관련자의 과실로 막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국가배상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와 붕괴 피해에 공무원의 과실이 있다면 그 피해를 국가가 배상하여야 한다. 만약 개인 소유 건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를 주장한다면, 해당 건물이 통상적으로 갖추어야 할 침수 방지 설비나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건물주의 책임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집중호우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건조물이나 시설의 관리자인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국가나 담당 공무원의 ‘과실’ 즉 피해에 대한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실제 판례에서 법원은 1년 전에도 산사태가 발생한 전력이 있어 당해에도 ‘폭우 시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에 대한 방지나 대피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2011년 우면산 산사태 피해자가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였고, 사고 발생 전 폭우로 인한 도로 파임을 신고받고도 복구하지 않아 발생한 차량 사고에 대해서도, 도로 파임 신고로 사고 발생이 미리 ‘예견 가능하고 회피 가능’ 하였음에도,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도로 관리 지자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중랑천이 범람하여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서울시 등이 ‘지난 100년간의 홍수위 보다 높게 제방을 설치’하였으나, ‘10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집중호우로 침수가 발생하였다면, 서울시에 이러한 피해까지 예견하고 더 높은 제방을 설치할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서울시의 손해배상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역대급 집중호우라는 기준도 빠르게 갱신되고 있어,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재해 예방 기준도 더 엄격하고 높아질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한 후 적법한 배상을 받는 것보다, 장마철에는 미리 기상 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위험지역을 미리 피해 사고를 예방하는 생활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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