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만남 주선 어떨까?... 저출생 대책으로 선보여

김혜원 엄마기자 / 2024-11-14 09:40:26
성남시 '솔로몬의 선택' 블룸버그 시티랩 국제회의에 소개되기도
'설렘 인 한강' 서울시 개최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연포자(연애포기자)와 결포자(결혼포기자)가 날로 늘고 한국의 미혼남녀 절반 가까이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요즘이다. 연애관을 물으면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꿈꿉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소개팅을 주선해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할 때 흔히 이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데 현실에선 매일 회사와 집만 오갈 뿐 만남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


대리 만족을 위해 넷플릭스 ‘솔로 지옥’ 티빙 ‘환승연애’ 등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에 인기에 힘입어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를 선호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세태에 상대의 신원을 보증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현경 더메이 부대표는 맘스커리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만남의 자리가 축소되다 보니 확실한 사람을 소개받으려는 경향이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누구에게 물어도 저출생 문제는 ‘국가적 위기’라고 말할 것이다. 이를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인구가 자연스럽게 감소되고 있다. 청년은 혼인도, 출산도 꺼려 하고 있다. 사는 것이 팍팍하다는 이유로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되자 정부에서는 만남의 기회를 늘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선 저출생 극복 대책의 하나로 청년의 만남을 주선하고 나섰다.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 사람은 접근이 쉽지 않은 결혼정보회사 대신 지자체에서 단체 미팅을 주선하는 것이다. 성남시의 ‘솔로몬의 선택’은 지난달 15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제11회 ‘블룸버그 시티랩’ 국제회의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정책은 청년층 소외와 저출생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각국 대표단의 주목을 받았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K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가 출산 아이의 4.7% 정도인데 유럽은 결혼 안 하고 아이 낳는 비율이 45%다”라며 “그렇기에 결혼하는 사람이 늘어야 출생률이 높아지는 첩경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신 시장은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이니만큼 신뢰성이 보장되어야 하기에 참가자들에게 미혼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직장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신 시장은 “이 사업을 통해 2쌍이 결혼했으며, 지난해 참가자 가운데 115명이 여전히 만나고 있으며 그중 78%가 결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답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지자체의 정책에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청년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연을 만나지 못해서가 아닌 다양한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남녀는 결혼하지 않은 이유 1순위로 ‘결혼자금이 부족해서’를 꼽았다. ‘출산과 양육이 부담된다’와 ‘고용상태가 불안정하다’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미혼남녀 모두 가장 효과적인 저출생 대책으로 ‘주거 지원’을 택했다. 지자체가 만남에 들어가는 예산을 청년의 주거, 결혼 비용으로 써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신 시장은 “이미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돈을 썼으나 합계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걸로 봐서 다자녀 가구 지원, 주택 지원 등만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라며 “새로운 정책을 시작해서 이것이 많이 퍼져 결혼을 많이 하게 되고 출생률 극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런 시도가 청년 사이에 결혼에 대한 인식 개선이 되고 많이 참여하는 분위기 조성이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만큼 이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 [사진=서울시]

 

한편 서울시에서도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한다. 오는 23일 한강 세빛섬에서 ‘설렘 인(in) 한강’을 개최하는 것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25~39세 미혼남녀가 참가할 수 있으며 남녀 각각 50명씩 100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참가자는 한강 요트 투어 및 레크레이션, 1:1 대화 등 소개팅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적어내고 주최 측은 이를 기준으로 매칭해 커플 성사 여부를 개별 통보하는 방식이다. 커플에겐 1천만 원 한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트권을 제공한다. 지난해 무산된 ‘청년만남, 서울팅’을 재시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시는 다르다고 답했다. 시 예산이 사용되지 않으며 공식적인 저출생 대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설렘 인 한강’은 우리카드에서 전액 후원하고 있다. 지난 8일에 접수가 마감됐으며 시는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서류 검토와 성범죄 이력 조회 등을 거친 뒤 무작위 추첨으로 남녀 각각 50명을 선정해 18일까지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저출생 문제를 단순히 만남 주선으로 해결할 순 없다. 청년이 누군가를 만나고 달달하게 연애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완벽주의’가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누구를 만날 수 있고, 번듯한 집이 있어야 결혼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청년을 위해서 일자리 창출, 주거 지원 등을 하면서도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에 기꺼이 나서는 분위기 역시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때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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