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경제의 지피지기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기자 / 2025-02-05 11:10:27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前 SK전남도시가스 대표이사
[맘스커리어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前 SK전남도시가스 대표이사을사년 구정(舊正)을 앞두고 큰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내심 걱정을 했습니다. 목련의 겨울눈도, 산수유 가지도 떨어지는 물방울을 붙잡아 부족한 수분을 챙기려는 모습에 자연의 이치를 새삼 깨닫는 시간입니다. 퇴직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적 경제에 이어 동네일에 참여(?)하고자 나선 김에 우리 구 구의원을 처음으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은연 중에 대화는 사회적경제 지원정책으로 넘어갔고, 구 의원은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를 제정할 때의 어려움을 토로하였습니다.


역시나 조례 제정 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적경제와 사회주의를 동일시하는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나아가 구청 공무원, 구 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찌어찌하여 설득하고 동참을 이끌어 내서 그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기한 것이 아니라 구청과 구의회의 주체가 바뀌어서였다는 것에 있습니다.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바는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는 호혜와 연대의 공유경제인 탓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쳐질 수 없는 것임을 분명하게 하여 또다시 착오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정 정치세력과 함께하는 듯한 행사가 반복되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신중했으면 합니다. 사회적경제는 우리 모두의 것이야 합니다.

여하튼 그런 속사정으로 인해 이제는 제가 사는 구에서도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의 위탁 운영 용역이 끊겼고, 센터 운영 인력도 사업 예산도 축소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향으로든지의 활동 내용의 근본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고 그냥 규모만 줄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사회적경제의 내일을 여전(如前)히 붙잡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설문조사의 결과 보고서 앞머리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사회적경제를 모른다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넘어가거나 교육이나 홍보는 내부인에게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사회적경제와 사회주의, 공산주의와의 오해도 불식되지 않고 있으며, 국가의 인건비, 사업비 등 지원만 받는다는 억울함 등 사회적경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말에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하였습니다. 지금이라도 지기에 집중적인 고민과 새 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꼭 집어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지기는 몇 시간의 일방적인 개념 설명이나 PPT 교육 또는 홈피의 비젼, 목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항상 같이 있고 배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ocial Enterprise; A concept not an entity.’(사회적 기업: 실체가 아닌 개념)

SEL 대표 앨리슨 오그덴뉴턴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이래 20년이 되어가건만 활성화가 여전히 모토인 것은‘사회적기업을 새로운 시민운동이자 실천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개별 기업을 지원과 육성의 대상으로 삼는’(고장난 자본주의에서 행복을 작당하는 법, 유병선) 오류에서도 오늘날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의 현실, 지기의 어려움은 이미 배태되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다음은 지피입니다. 사회적경제도 시장경제처럼 경영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그 너머가 필요합니다. 제가 몸담았던 SK그룹에는 SKMS(SK Manage-ment System)이라는 경영 바이블이 있습니다. 오늘의 SK는 여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제는 대단히 간략해졌지만 그 중에 예를 들어 생산관리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어떻게 보면 누구나 아는 하나마나한 얘기입니다. 이 단순하고 명료한 얘기를 얼마나 또는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關鍵)입니다. 여기에서 학교에 서 한 번쯤은 들어본 인수분해가 필요합니다. '고객이 뭐지? 누구지? 어디에 얼마나 있지? 요구하는 상품은 뭐지? 맞나? 효율적은 뭐지? 할 수 있나? 만드는 것은 뭐지? 자원은 있나? 누가 만들지?' 등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제대로 된 질문과 답이 있어야 합니다.

대학과 대학생들은 취업이 힘들다 하는데 대기업은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질문과 답을 가지고 있냐 없냐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질문과 답에 익숙한 사람이 대기업은 물론이고 시장경제에서는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이 되어 있습니다. 시장경제나 사회적경제를 차치하고 기업의 안정과 성장은 여기에서 나누어집니다. 그렇듯이 사회적경제의 지피는 끊임있는 학습(學習, 배우고 몸에 익힘)에서 비롯되어 역량으로 자기 안에 똬리를 틀어야 합니다.

이러한 지기와 지피는 어느 정도의 멈춤(?)을 필요로 합니다. 내 것이 되기 위한 시간입니다. 그냥 스쳐가고 지나치는 바람은 정녕 나를 키울 수 없습니다.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바이소셜 등은 지나간 지가 이미 오래이고 ESG에 대한 열풍도 시들해진 지금 이제는 AI에들 열심입니다. AI를 모르고 적용할 중 모르면 바보 취급을 당할까 걱정입니다. 키오스크 주문도 이제 더듬거리며 배워가는 중인데, 그 많던 민간 자격증과 수료증은 제안서에 첨부할 일도 없어진 지금 어디에 저장되어 있을까요?

지난해만 해도 공공기관, 지자체까지도 나서서 ESG 경영전략을 세웠고, ESG 경영 대상을 만들었던 언론사나 협회는 그렇다 해도 우리 사회적경제에서만은 ESG와 달리 Chat GTP, AGI 등 AI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의 논의가 한두 번은 있었으면 합니다. AI는 대체가 아닌 보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다른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서도 말입니다. 한 번쯤 매듭지지 않고 넘어가는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가치관의 확고한 구축과 정립, 그리고 우리의 고객인 일반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지속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는 계속 목표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것은 마지막 단추에 이르러 알게 되는 법이지만 아직 넉넉한 활성화가 되어있지 않은 사회적경제에게는 두 번째 단추 쯤인 지금, 을사년도 결코 늦은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현재와 미래 사회적기업 사업모델의 지속적인 안정과 성장에 대한 재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해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세상이 함께 그리고 더불어 사는 것이고, 사회적경제가 그 세상을 앞당기는 것임을 재확인하는 날이 우리 앞에 펼쳐지리라 확신합니다.

f(사회적 경제) = (가치관, 召命의식 + 사업 모델, 경영역량)²

 

맘스커리어 /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前 SK 전남도시가스 대표이사bonggeun0937@daum.net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기자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기자

경력보유여성을 위한 언론, 커리어+, 출산육아경제, 사회/문화, K클래스, 기획특집, 오피니언 기사제공

뉴스댓글 >

맘스커리어 후원안내

맘스커리어는 경력단절 없는 세상, 저출생 극복, 워라밸을 사명으로 이 땅의 '엄마'라는 이름이 최고의 스펙이 되는 세상, '엄마'라는 경력이 우대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예비사회적기업 언론사입니다. 여러분들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우리은행 : 1005-004-582659

주식회사 맘스커리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