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아이가 콜록콜록 기침을 시작해 동네 소아청소년과(이후 소청과)를 방문했다. 귀와 입안을 살피고 청진까지 한 의사는 “목이 좀 부었으니 감기약을 먹이라”라고 했다. 해열진통제가 들은 약을 먹었음에도 아이는 그날 밤부터 고열이 났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 미온수 마사지를 해 주었다. 체온보다 낮은 온도인 32~34도 물을 수건에 적셔 몸을 닦아 주는 것을 미온수 마사지라고 한다. 아이 옷을 벗긴 뒤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을 수건으로 닦아 주면 체온이 낮아진다. 한데 미온수 마사지를 해도 아이 체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엔 해열제를 교차해 먹였다. 해열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덱시부프로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계열로 나뉜다. 예를 들면 동아제약의 챔프시럽은 아세트아미노펜이며, 삼일제약의 어린이부루펜시럽은 이부프로펜이다. 대개 소청과에선 열이 날 경우를 대비해 약과 다른 성분의 해열제를 추가로 처방해 준다. 같은 계열 약을 연거푸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네 시간 이상, 이부프로펜·덱시부프로펜은 여섯 시간 이상 간격을 둔다. 해열제를 교차 복용한 뒤에야 39도가 넘던 열은 38도로 떨어졌다. 한데 4시간 뒤 다시 열이 올랐다. 이틀 내내 고열과 미열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일교차가 큰 데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고 바람이 불어 호흡기 질환이 유행이다. 뉴스에서 호흡기 질환 유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규모가 큰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을 찾았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올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입원환자는 2만 69명이었다. 41주차인 10월 6~12일엔 입원환자가 1001명으로, 7~12세가 341명으로 가장 많고, 1~6세가 274명이었다. 13~18세가 170명 순으로 소아·청소년 환자가 많았다.
환자로 북적여 진료 보기가 쉽지 않은 이 병원은 재진 환자의 경우 미리 접수해야 한다. 처음 내원했다면 현장접수만 가능하다. 평일엔 오전·오후·야간, 주말엔 오전·오후에 진료가 있다. 진료 내역이 있는 환자가 매일 오전 7시, 오후 12시 50분, 오후 5시 40분에 모바일 접수에 성공해야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밤새 고열에 시달린 아이를 돌보다 오전 7시 정각에 모바일접수에 성공했다. 근처 다른 병원이 문을 닫는 일요일 오전 진료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진료의가 네 명인데도 오전 7시 1분부터 속속 오전 접수가 마감됐다. 서둘렀음에도 진료대기순번은 31번이었다. 오전 11시 15분경이 되어서야 아이는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는 아이 열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에 “단순 감기가 아닌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다”라며 “관련 검사를 해 보자”라고 했다. 아이는 생애 처음으로 엑스레이를 찍고 피 검사를 했다. 오랜만에 PCR 검사도 진행했다. 마이코플라스마에 감염됐더라도 또 다른 바이러스도 동시 감염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아이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이었다. 의사는 당장 입원해 치료받을 것을 권했다. 중증 폐렴이 생기면 오래 고생해야 하기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입원한 아이는 4박 5일간 치료를 받고 무사히 퇴원했다. 퇴원 전 시행한 피검사와 엑스레이에서 뚜렷하게 좋아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전문가들은 ‘손씻기’를 강조했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이다. 흐르는 물에 손을 씻기만 해도 세균을 50% 이상 제거할 수 있다. 또 실내 습도를 45~50%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환절기엔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기에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예방접종도 필수다. 국가예방접종 지원에 따르면 6개월부터 13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르신, 임산부는 무료 접종을 할 수 있다. 예방접종으로 감염되는 것을 막거나 증상이 심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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