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1월, 충남 태안의 주택가에 주차된 차에서 부부와 9살 초등학생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부부가 남긴 유서엔 ‘딸아이가 1형 당뇨를 앓고 있는데 병 때문에 힘들어해 마음이 아프고 경제적 부담이 크다’라고 적혀 있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19세 미만 소아·청소년 1형 당뇨환자 지원책 실행을 두 달 앞두고 벌어진 터라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건강보험 지원 시점을 한 달 앞당겨 지난 2월 말부터 시행하는 중이다. 소아·청소년 정밀 인슐린 자동주입기 본인부담률을 30%에서 10%로 줄이고,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모성 재료 기본형 기준액도 늘렸다. 이는 1형당뇨병에 걸린 자녀를 둔 부모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1형당뇨병은 대체 어떤 병이기에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힘들어하는 걸까. 1형당뇨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2형당뇨와 다르다. 으레 당뇨라고 하면 식습관 문제나 비만 때문에 병이 생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1형당뇨병에 소아가 걸리면 소아당뇨라고 부르는데 그러다 보니 2형당뇨로 착각해 식이조절을 하거나 성인이 되면 나아질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나 1형당뇨병은 완치가 없는 병으로 환자는 매 순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1형당뇨는 우리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장기인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몸에서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고혈당이 되면 인슐린 주사를 주입하고 저혈당이 되면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24시간 혈당 체크와 인슐린 주사로 관리를 해야 하기에 부모는 자녀 간병에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1형당뇨 관리에는 매달 40~50만 원씩 들어가 경제적 부담도 크다.
복지부가 소아·청소년 환자의 부담액을 줄였다곤 하나 1형당뇨 의료기기 구매 시 모든 비용을 환자와 보호자가 낸 뒤 보험급여를 청구하는데 목돈이 한꺼번에 들어가고 이후 절차가 복잡해 사용률이 떨어진다고 한다.
1형당뇨가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보육이나 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다. 1형당뇨가 있다는 이유로 유치원에서 퇴소를 권유하고, 어린이집에선 원장이 보육을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에서 교육부·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어린이집, 학교 내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은 ‘돌보기 어려우니 다른 곳을 알아보라’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것이다.
학교에선 어떨까? 교내에서 1형당뇨 환자가 위급 상황에 응급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지정돼 있으나 이도 쉽지 않다고 한다. 부모가 학교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주사를 놓아주거나 소아·청소년 환자가 스스로 하기도 한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시도교육청을 통해 학교에 주사 지원을 요청했다. 복지부도 교사가 인슐린을 투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학교보건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보건교사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반가운 소식도 있다. 지난 9월 30일엔 1형당뇨 등 중증 난치 질환 학생을 근거리 학교로 입학 배정을 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심의, 의결됐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마다 달랐던 배치 기준을 통일해,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는 1형당뇨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복지부에선 1형당뇨인에 대해 장애 인정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의료진들은 1형당뇨인들의 고충을 설명했고,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근거로 ”이토록 불편하고 힘든 질환인데 당사자와 가족에게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답변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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