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환아 부모들 잠시 충전할 수 있는 기회 생겨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2021년 방송된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2’는 율제병원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다뤘다. 극중에서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등장하는 안정원(유연석 분)과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안미도 분)는 보호자 쉼터를 조성한다. 지방에서 올라왔거나 투석하러 매일 오는 환자 그리고 이들의 보호자를 위해서였다. 안정원은 “최종 꿈은 어린이병원 건립이다”라며 보호자쉼터는 그 시작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입원하는 환자를 간병하는 건 무척 고되다. 환자 뒷바라지를 해야 하기에 보호자가 자신을 신경 쓰기가 쉽지 않다. 당시 이 에피소드는 환자들을 위하는 의사들과 소아 심장병 환자들을 간호하는 엄마들의 애끊는 모정을 보여 주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선사했다.
드라마가 현실이 됐다. 지난 1일, 국내 최초로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단기 입원과 돌봄 치료가 가능한 단기돌봄 의료시설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가 문을 열었다. 자녀를 돌보느라 일상을 돌보지 못한 중증 소아환자 부모는 얼마간 아이를 맡기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24시간 간병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는 전국에 약 4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보호자는 잠시의 쉼도 없이 의료 돌봄을 해야 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감히 이들을 대신해 환자를 돌봐 주겠다고 할 수도 없었다. 해외에서는 보호자가 일시적 휴식과 회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가정 방문 서비스나 단기간 기관에 위탁하는 ‘단기 휴식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엔 이런 서비스가 전무했다.
단 며칠만이라도 환자를 대신 돌봐 보호자들이 재충전하고 돌아와 다시 돌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이가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가 마련됐다. 이 센터의 별칭은 ‘도토리하우스’로 100억 원의 건립 기금을 후원한 넥슨에서 임직원 사내 공모전을 통해 결정했다. 넥슨 임직원들은 센터 운영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센터는 서울대학교병원 근처인 종로구 원남동에 자리 잡았으며 연면적 997㎡(302평)의 지하 1층, 지상 4층, 병상 16개 규모다. 그 외에도 놀이치료실, 가족 상담실 등이 마련돼 있다. 이용 가능 대상은 24세 이하이며 자발적으로 이동이 어렵고, 의료적 요구(인공호흡기, 산소흡입, 기도흡인)가 필요하며 급성기 질환이 없는 안정 상태여야 한다.
해당 환자 중 사전에 외래를 통해 입원 지시를 받았다면 서울대어린이병원 홈페이지 예약 후 이용 가능하다. 1회 입원 시 최대 7박 8일, 연간 최대 2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24시간 센터에 상주하며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전문지식을 지닌 간호사들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센터를 이용하는 건강보험 가입 환자는 보건복지부의 ‘중증 소아 단기입원서비스 시범사업’ 지침에 따라 비용의 5% 정도만 부담하게 된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은 “센터 개소가 전국의 중증 질환 환아들과 지속되는 간병으로 지친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후원을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개소로 의료 돌봄 시설 부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앞으로도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운영을 통해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전인적 치료와 중증 질환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고, 공공의료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