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임신 중 흡연과 음주는 태아에게 해로운 영향 줘"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4-08-28 13:00:05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분만 국가 책임제로 바꿔야"

 

 

▲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본인]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이금재 기자] 지난 11일,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제13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저출생(출산) 대응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저출산 시대에 직면한 가운데 현실적으로 출산율을 증가시킬 수가 없다면, 고위험 임산부를 잘 케어하고 조산으로 아이를 잃는 일을 막아야 저출산 위기 극복에 보탬이 될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건강한 산모와 신생아는 물론 이른둥이 케어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영주 교수는 생명 탄생의 순간을 30여 년간 지켜보며 사명감을 가지고 엄마와 아기 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왔다. 조산예방치료센터장으로 이른둥이 분만과 치료에 앞장섰고 고위험 임신 예방과 치료 연구에 매진했다. 최근엔 조산의 조기 예측 방법 개발과 개인 맞춤형 진통 억제제 사용 근거 마련을 통해 고위험 임신과 분만 대응에 기여하며 저출생(출산) 극복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김 교수를 만나 저출생(출산) 시대의 산부인과 이야기를 들어봤다.

 

▲ 북콘서트에서[사진=본인]

 

-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대목동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하는 김영주입니다. 현재 이대목동병원모자센터·조산예방치료센터장과 태아알코올증후군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최근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개소해 장애 여성에게 안전한 산부인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제13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저출산 대응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습니다. 소감이 어떠십니까?

지난 30년간 임산부와 아기의 건강을 돌보는 일을 해 왔습니다. 아이 만 명 정도를 제가 받았더라고요. 이른둥이 분만과 치료, 고위험 임신 예방과 치료 등에도 힘썼습니다. 제가 국무총리 표창을 받게 돼 매우 감개무량하고 앞으로도 건강한 산모와 신생아, 이른둥이 케어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김 교수는 저출생 대응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사진=본인]

 

- 최근 분만을 포기한 산부인과가 많습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산부인과 분만 수가 개선을 ‘국가책임제’로 바꿔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30년 전엔 대학병원에서 하루에 200-250명의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50명도 분만하러 오지 않습니다. 분만실이 운영되려면 하루에 아기 100명은 태어나야 하는데 턱없이 모자랍니다. 또 아이 한 명이 태어나려면 의료진 10명 정도가 필요합니다. 산부인과·소아과 의사, 산부인과·소아과 간호사, 마취과 의사 등이 함께 분만실에 들어오죠. 세쌍둥이를 태어날 적엔 의료진 40명이 들어와 분만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를 받을수록 적자인데 이를 유지할 병원이 있을까요? 누가 산부인과를 지망하겠습니까. 전문의 배출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이제 분만을 국가책임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나서서 분만실이 없는 지역에 병원을 설립하고 의사를 고용해서 산모가 안심하고 진료받으며 무사히 출산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입니다.

-이 외에 분만 진료를 어렵게 하는 것이 있을까요?

불가항력적인 분만사고임에도 의사가 책임지는 것이 분만 진료를 포기하게 합니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젊은 의사는 산부인과를 선택하지 못할 것입니다. 가장 최근 뇌성마비 신생아 분만을 담당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법원은 12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의사가 의무를 다했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국가에서 전적으로 보상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정부에서 3억 원을 보상해 줍니다. 한국은 겨우 3천만 원입니다. 그 나머지 비용을 의사가 전부 책임져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무과실 분만사고의 국가보상 한도를 실제 민사배상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결론이 나길 희망합니다.  

 

▲ 김 교수는 <배꽃에서 피어 온 김영주의 시간들>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다.[사진=본인]

 

- 30여 년간 1만 명 이상의 임산부와 신생아 건강을 위한 안전한 분만을 수행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분만 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임산부는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가서 산전 진찰을 받습니다. 이때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살피고 혈압·당뇨 등을 체크합니다. 임신 동안 분만 시 산모와 아기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진단해 대처 방안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모든 노력은 안전한 분만을 위해서인데요. 분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모와 태아가 건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출생아 수는 줄어드는데 조산아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산은 아이는 물론 산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데요 이를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은 전체 출산율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령 임산부가 늘어나면서 조산과 고위험 임신의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중요한 예방 방법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통해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죠. 둘째,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을 권장합니다. 셋째,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휴식과 취미 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조산을 한 적이 있다면 조산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산의 발생 원인은 다양해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관리한다면 조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 김 교수는 지난 30년간 만 명 정도의 신생아를 받았다.[사진=본인]

 

- 교수님은 조산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힙니다. 이 분야 연구에 매진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건강한 임신·출산은 행복한 가정·국가의 기초입니다. 조산은 신생아 사망의 80%를 차지하고, 신경학적 합병증 발병 등 신생아에서 높은 이환율을 차지합니다. 산모에게도 심리적·신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주고, 가정과 의료체계를 넘어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조산을 조기에 관리한다면 아이의 일평생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한 가정·국가를 위해서 매우 중요합니다. 제 연구의 원동력입니다. 조산 예방과 관리를 통해 많은 가정이 건강하고 행복한 출산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임산부가 꼭 피해야 할 것으로 음주, 흡연이 있는데요.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하셨습니다. 임산부가 음주, 흡연 시 어떤 문제점이 생길까요?

모성의 영양섭취와 생활습관은 태아의 발달과 건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여성이 임신기에 영양섭취가 부족하거나 해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아이의 발달에 이상이 생긴다는 태아프로그래밍 가설이 있습니다. 20여 년 동안 저는 임산부의 환경에 따른 아이의 건강과 영향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특히 임신부 여성의 흡연이나 음주는 태반을 통해 자궁에 있는 아이에게 해로운 영향을 주어 저체중아 출산이나 기형아 출산율을 높이게 됩니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태아의 얼굴에 기형을 초래하여 눈이 작아지고, 위쪽 입술이 얇아지며 인중이 평평해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출생 전후의 성장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지적장애 및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등 신경 발달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모의 음주율이 비교적 낮지만, 임신 초기에는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알코올을 섭취하기도 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임신 중 흡연 역시 신생아 저체중 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태반의 기능을 저해하여 태반 조기 박리 등 조산의 위험을 높입니다. 이외에도 흡연은 태아의 폐 발달을 방해하여 출생 후 호흡기 질환, 면역 시스템의 약화, 정서 발달 등의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오랜 기간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며 다양한 출산 사례를 접하셨을 것입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산모나 출산 사례가 있으신가요?

사실 기억에 남는 산모는 많습니다. (웃음) 그 가운데 2005년쯤에 아이를 낳은 산모가 기억이 납니다. 산모가 임신중독증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조산했습니다. 당시 산모는 자궁과 태반 사이 출혈이 나는 범발성 혈액응고장애가 발생해 대량출혈을 일으켰습니다. 쇼크가 와서 중환자실에 가게 됐습니다. 저는 당직 근무를 하며 산모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여러 처치를 통해 8~9시간 후에 산모는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산모가 병원에 찾아왔습니다. 산모가 아이에게 “너랑 엄마 살려 주신 분이야” 하는 말을 들으니 뭉클했습니다.

 

 

▲ 김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사진=본인]

 

- 모유수유의 장점을 소개해 주십시오. 또 모유수유를 보다 많은 엄마가 아이에게 해 주려면 어떤 점이 바뀌면 좋을까요?

모유수유는 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모유수유는 아기의 면역력 향상뿐만 아니라 아토피, 천식, 비만 등의 질병을 낮추고 두뇌 발달에도 좋습니다. 모성에서는 고지혈증, 당뇨병, 유방암 등 질병 가능성이 내려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데 국내 모유 수유율이 2010~2012년 66%에서 2019~2020년 34%로 떨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상승하는 데 비해 제도적인 지원이 부족해 사회활동과 모유수유를 병행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모유 수유 교육이나 배우자나 가족에 의한 지지의 부족, 엄마와 아이를 분리하여 관리하는 산후조리원 시스템 등이 있겠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제도의 지원과 산후조리원의 시스템 변화 등을 통해 모유수유가 어렵지 않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회장으로 있는 모유수유넷을 통해 이러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저출생(출산) 극복을 위해 어떤 정책이 마련되면 좋을까요?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충격적인 숫자였습니다. 이에 한국의 미래가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출생(출산)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문제이며 그동안 저출생(출산) 정책에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했다지만 현실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사실 저출생(출산) 정책을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습니다만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아이를 시어머니가 맡아 줘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급할 때 언제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안심하고 맡길 수 있어야 일할 수 있습니다. 요즘 폐원하는 보육시설이 많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일하는 엄마가 아이를 보낼 수 있도록 보육시설을 잘 관리해 주면 좋겠습니다.

요즘 주변에 물어보면 ‘아이 낳으면 짐이다’ ‘육아가 힘들다’ ‘아이 키우기 쉽지 않다’ 이런 말만 들려옵니다. ‘아이 낳으면 좋다’ ‘육아는 행복하다’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요즘 청년들은 아이 양육할 돈, 사람, 집이 없다고 합니다. 최근 정부에서 양육을 위한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걸 잘 알아보고 활용해 봐도 좋겠습니다.

이민자를 대우하는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전 세계 많은 이가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 합니다. 한데 우리는 여전히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필리핀·파키스탄·네팔 등에서 온 엄마들이 아이를 돌보기 어려워하고, 아이들 역시 학교에 입학해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역사적으로 어려운 과정을 겪어 오지 않았습니까. 이민을 늘리고 정착을 도와 다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함께 아동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독일은 부모 중 한 명 이상과 동반하는 자녀는 14세까지 기차 요금이 무료이고, 17세까지 무료로 입장하는 박물관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36개월 이상이면 성인에 버금가는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다양한 이용요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부모와 동반한 자녀는 국가유공자급으로 대우해 공공시설 이용요금 감면이나 무료 혜택을 주고, 교통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저출산(출생)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아기의 탄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또 많이 지켜보신 교수님께서 맘스커리어 독자분들께 출산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기의 탄생을 제일 먼저 보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건강한 아기와 행복해하는 임산부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요즘은 아이 낳는 것이 두렵고, 키우는 것은 더 어렵기에 출산을 포기하는 분이 많습니다. 아기가 멋지게 커 가는 것을 보면 부모는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아기를 임신해 분만하면 좋겠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맘스커리어 / 이금재 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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