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유보통합, 아이들 위한 마음이 우선시돼야"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4-10-23 11:10:07

김선철 국공립 해태어린이집 원장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순간 뿌듯해"

 

 

▲ 김선철 국공립 해태어린이집 원장[사진=본인]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아이를 낳지 않는 초저출생(출산) 시대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문을 닫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영유아 보육 시설이나 교육 시설이 사라진 자리에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선다. 유치원을 어르신 주간보호센터인 ‘노치원’으로 하나둘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저출생 시대에 어린이집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국공립 해태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선철 원장을 만나봤다.


-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국공립 해태어린이집 원장 김선철입니다. 영유아 교육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해태어린이집을 아이들이 행복한 어린이집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선철 국공립 해태어린이집 원장[사진=본인]

 

- 어린이집 원장님이 남자인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남자 원장님을 처음 본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초기엔 우려의 눈길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학부모님들이 성별보다는 능력과 열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습니다. 여성 중심적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차이를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소통하려 노력합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화장실입니다. 해태어린이집엔 남자 화장실이 없습니다. 저는 볼일을 참느라 물도 잘 안 마시고, 정말 급할 적엔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합니다. 지난여름처럼 폭염이 있는 날, 비 오는 날, 한파주의보가 내렸거나 업무가 많다 보면 멀리 있는 주유소 화장실까지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이 낡아 고장도 잦고, 수선할 곳도 많아 남자 화장실을 만들 예산이 없습니다. 가끔 ‘생리적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는데 이 일을 왜 하나’ 싶기도 합니다.

한번은 어떤 학부모님이 원장이 근무시간에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근무시간에 돌아다니는 원장이 되었습니다. 학부모 운영위원님은 제가 화장실 때문에 물도 적게 마신다는 것을 알아 그 학부모님에게 살짝 이야기를 해 주기도 했습니다. 상위기관에 사정을 토로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더는 이야기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렇게 볼일을 참으면서 4년을 보냈습니다.

-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국공립 해태어린이집을 4년째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에 대해 어떤 목표와 철학을 가지고 계십니까?

영유아 보육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창의적 사고, 협력, 그리고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서, 사회의 변화와 도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보육 철학이라고까지 할 수 없지만, 제일 첫 번째는 아이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도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교육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교육은 별개라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하나 영유아 교육에서는 교사에게 아이들을 존중하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선생님은 전문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아이를 그저 좋아하기만 한다면, 일반 사람이 아이를 예뻐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이를 교사에게 스스로 되물어 보라고 합니다. 어린이집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전문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놀아 줄 때도 일상생활 습관을 알려 줄 때도 교사는 철저히 전문적인 지식과 개별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 어떻게 지원해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약 20년 후입니다. 지금도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만 20년 이후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할 것입니다. 단순한 지식 위주의 교육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어린이집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이 될 것인지 먼저 생각하고 계획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과 함께[사진=본인]

 

- 요즘 엄마들은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보육 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이나 체험 활동에도 굉장히 관심이 높습니다. 해태어린이집에서 진행되는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특색 있는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희는 교육목표에 맞춰 아이가 자신의 정서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여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사회정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 프로그램’에선 세시풍속, 텃밭, 논상자 등을 진행합니다. 특히 논상자 프로그램은 도시에서 아이들이 벼농사를 직접 지어 수확하고, 탈곡까지 해 그 쌀로 밥을 해 먹는 경험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이 글자뿐 아니라 배경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해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문해력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다채움 프로그램’은 오감, 대소근육, 인지, 언어, 창의력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여 영유아기에 필요한 전인발달이 이루어지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유아는 경험을 통해 지식을 구성하기 때문에 연령과 발달정도에 따라서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지난달 영등포구가 쾌적한 보육 환경 조성을 위해 공모한 ‘그린 리모델링 사업’에 해태어린이집이 선정됐다고 들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어떤 점이 개선되길 기대하십니까?

해태어린이집 건물은 어린이집으로는 보기 드물게 외벽이 유리로 지어져서 에너지 손실이 크고, 외부소음이 너무 심했습니다. 여름이면 냉난방기가 전체 전원이 내려가기도 하고, 냉기가 안 나오기도 해 2022년에 공모 신청을 했습니다. 처음 선정 시에는 전체 유리와 프레임을 교체하는 것이었으나, 100명이 넘는 아이가 옮겨갈 공간이 없어, 창문과 방화문을 교체하고 단열필름을 부착하는 것으로 공사의 범위가 축소되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냉난방기를 교체해 한여름에 에어컨이 멈춰, 아이들이 땀을 흘리지 않고, 교사들도 에어컨이 멈출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린리모델링은 에너지 효율화 측면에서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노후된 실내환경을 개선하는 공사는 빠져 있기에 노후된 어린이집들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원아들과 함께[사진=본인]

 

- 예전에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국공립어린이집에 입소 대기를 신청해도 우선순위자에 밀려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도 국공립어린이집의 인기는 여전한가요? 국공립어린이집이 민간·가정어린이집에 비해 어떤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국공립의 인기라기보다는 지역의 어린이집 수급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영유아가 많은 지역은 국공립뿐만 아니라 민간 가정어린이집도 대기가 많아서 입소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영유아가 적은 지역은 국공립도 대기가 없어서 정원이 모두 차지 않기에 언제든지 입소할 수 있습니다. 국공립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없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출생률의 하락으로 전체 영유아의 숫자가 줄었고, 2019년부터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국공립어린이집 의무 설치와 지자체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의 숫자는 늘고, 민간 가정어린이집의 숫자는 줄어 대기 없이 국공립어린이집에 입소하기가 쉬워졌습니다.

국공립어린이집의 장점은 여러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만, 저는 공공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공립어린이집 원장과 교직원은 정부에서 정한 호봉에 따른 급여를 받습니다. 잉여금이 있다고 해서 원장이 마음대로 월급으로 가져갈 수 없기에 대개 모두 사용하게 됩니다. 일부 어린이집은 잉여금을 적립하기도 합니다.

-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선에서 저출생의 여파를 어떻게 느끼고 계시는지 어떤 해결 방안이 필요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저출생으로 어린이집이 폐원하는 것은 민간 가정 어린이집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미 국공립어린이집도 원아가 없어서 문을 닫는 곳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생은 이미 2016년부터 급격히 시작되었음에도, 국공립어린이집의 입소 대기가 길고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근거로 2019년 공동주택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의무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또 지자체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공약으로 전체적인 공급 과잉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출생아 수의 급감으로 수요가 줄어들며 폐원하는 어린이집의 숫자가 많아지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보육시설이 없어 젊은 층이 지역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역에 젊은 층이 없어지고, 영유아가 없다 보니 보육 시설이 폐원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집의 폐원이 지역 소멸과 일부 연결고리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 소멸을 불러올 만큼의 영향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그간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출생장려정책을 펴왔지만, 그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정책을 펼쳐왔음에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저출생 문제가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복잡한 사회 문제라는 점입니다. 과거엔 교육비 등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힘든 점과 자신의 자녀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힘들어지는 사회구조에 직면하면서 자녀에게 부모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점 등으로 출생률이 떨어졌다면, 지금은 자녀보다는 자신의 삶과 목표가 더 비중을 두기 때문에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생이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젊은 층의 이러한 생각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요? 이제 저출생은 개인의 삶에 대한 이념과 태도에 관한 문제이며 이런 이념과 태도는 원가족의 경험과 사회문화적 환경,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주거 문제, 가치관의 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혼재되어 있기에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더 이상, 출생률 감소가 인구소멸, 국가소멸, 노동력 부족, 군병력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가치와 보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유보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유보통합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유보통합은 간단한 문제입니다. 유보통합을 하는데 갈등이 있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보통합의 갈등이 아니라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계자(교사, 원장 등)의 득실에 갈등이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모두 아이들을 위해서 유보통합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양측이 득실을 따지고 있습니다. 그 득실은 물질적, 정량적 손해라기보다는, 감정적, 추상적 손해에 더 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유치원 자격증이 있으니 월급도 더 많이 받아야 하고, 보육교사보다 우월해, 그런데 동등한 대우를 한다고, 그건 아니지’라고 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닐지요. 보육교사는 ‘지금도 지자체에서 각종 수당이 나와서 유치원 교사와 같지 않아도 되고, 상대적으로 결혼 후에도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은데, 굳이 힘들게 유치원에 맞추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요.

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보통합의 문제점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질 높은 교육 돌봄을 위해 유치원을 기준으로 통합을 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입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각각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조건과 운영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법령에 따라 지금까지 충실히 운영해 왔습니다. 어느 한쪽의 질이 높고 낮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어린이집은 수준이 떨어지고 유치원은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기준도 불명확합니다. 하나 예를 들면, 어린이집이 교사자격을 취득하기에 쉬워서 유치원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논리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수준이 높고 적게 받은 사람은 수준이 낮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지요. 이러한 논리라면,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유치원 교사간의 수준도 차이가 난다고 보아야 합니다. 4년제를 졸업한 교사가 많은 유치원은 수준이 높고, 2년제를 졸업한 교사가 많은 유치원은 수준이 낮은가요? 4년제 아동학과를 졸업하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와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교사 중 누가 더 수준이 높은 것일까요? 이러한 단순한 논리로 교육의 질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영유아 기관의 종류나 성격, 교사자격증으로 교육의 질의 수준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9월부터 시행되는 시범사업 또한, 하루 12시간 교육 돌봄 보장, 연장교사(방과후교사) 지원 등 이미 어린이집에서는 모두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시범사업에 포함하여, 시범사업에 참여한 유치원에 재정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결국은 저출생으로 원아수가 감소하는 유치원 운영에 재정적 도움을 주기 위한 시범사업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유일 것입니다. 어린이집은 지역사회연계의 지속성이 시범사업의 내용입니다. 지역사회 연계는 지금도 어린이집에서 잘 진행되고 있는데도요.

두 번째는 재정적 지원을 나누기 싫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원만한 세금에는 부가세로 교육세가 함께 부과되는 조세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쟁 후 후진국에서 개발도생국으로 그리고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교육에 대한 국민적 투자이었을 것입니다.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생긴 교육세는 경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엄청난 금액이 되었습니다. 교육세는 특별세로 일반세금과 달리 그 목적대로만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유치원과 교육청은 어린이집과 나누기 싫은 것은 아닌지요. 어린이집 수가 유치원 수보다 훨씬 더 많기에 자신들의 파이가 작아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갈등은 없습니다. 자신들의 파이가 작아지는 것이 싫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파이는 자신들이 당연히 얻어야 할 몫이 아닙니다. 국민의 몫이고 아이들의 몫입니다. 어린이집에서도 유보통합만 되면 ‘교사 처우가 더 좋아지고 월급과 수당이 올라서 좋다’라는 식의 막연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왜 유치원으로부터 질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부터 반성하고, 단지 아이들 기저귀나 가는 보모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며, 더욱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유보통합은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양측 모두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우선되어야 하며, 아이들에게 최선의 교육과 보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장점을 모두 살리면서,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시설 기준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해태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원생이 있으십니까? 어린아이들에게 해태어린이집이 어떤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매 순간이 뿌듯하다고 말씀드리면 너무 일상적인 답변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매 순간이 뿌듯합니다. 제가 처음 해태에 왔을 때 저를 좋지 않게 보던 학부모님들, 교사들이 지금은 제게 가장 큰 후원자가 되어 주고 계셔서 고맙고, 선생님들이 다른 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게 우리 원장님을 자랑한다고 할 때가 뿌듯합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조리사님들이 갑자기 출근하지 못하시는 상황이 발생하여 급하게, 제가 주방에서 조리하게 되었을 때 학부모님들께서 이것을 아시고, 순번을 정하셔서 새로운 조리사를 구인하기까지 조리를 도와주시고, 설거지를 해주셨을 때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고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원생은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가서도 매일 어린이집으로 전화를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할머님이 “아이가 어린이집으로 전화하고 싶다고 졸라서 안 된다고 하니 내 휴대폰으로 몰래 전화를 하는데 죄송합니다”라며 아이가 전화하지 못하도록 휴대폰에서 어린이집 전화번호를 지운 적이 있습니다. 5개월쯤 지나서 아이는 할아버지를 졸라서 어린이집에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모든 아이가 해태어린이집에서의 추억이 행복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 해태어린이집 종사자 중 원장님을 제외한 모든 분이 여성일 것 같습니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경험하기도 하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힘든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여성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쓰고 계신 것이 있을까요?

저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다는 점을 항상 교직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여성이 기존의 남성 위주 사회의 틀에 얽매이는 모습을 보일 때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육아해야 하기에, 남편의 직장이나 업무 때문에 자신의 삶과 목표,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자녀가, 남편이 자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으며 100세 시대에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성 직원을 위해서 당연히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첫 번째는 임신한 선생님은 당직을 제외합니다. 어린이집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을 운영합니다. 선생님이 오전, 오후 당직을 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양해를 구해서 임신한 선생님은 오전 당직에서 제외합니다.

두 번째는 임신기 단축근무는 법적 의무 사항이지만, 아무래도 교사가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단축근무를 적극 지원합니다.

세 번째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합니다. 유치원에서는 지금도 결혼하면 퇴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린이집도 결혼을 앞둔 교사를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출산이나 육아로 퇴사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2022년엔 교사 4명이 출산,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전국에서 동시에 교사 4명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어린이집은 저희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네 번째는 복직을 적극 권장합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선생님은 모두 복직을 했습니다. 복직할 때도 담임교사 또는 보조교사 중 선생님이 희망하시는 직책으로 복직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어린이집이 3월 신학기 시작과 담임교사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학기 초에 복직하지 않으면 반이 없어서 복직이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어버이날에 담임선생님의 부모님께 꽃바구니와 케이크를 선물해 드리고 있습니다. 자녀분들이 어린이집에서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부모님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교사는 친정 부모님께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성 직원들을 위해서 스승의 날, 빼빼로 데이,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보물찾기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선생님들이 너무 재밌어했습니다.

꼭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직원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원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교사실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서 교사실과 원장실을 바꾸는 공사를 했습니다. 담임교사만 16명이고, 원장은 1명인데, 에어컨도 안 나오고 찜통 같은 교사실을 그나마도 교대로 사용하면서 업무하고 있었습니다. 원장 1명만 고생하면 되겠다 싶어서 교사실과 원장실을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 맘스커리어는 경력보유여성의 사회 복귀와 저출생 극복을 미션으로 하는 예비사회적기업 언론사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아이를 키우면서 동분서주하고 있을 워킹맘과 전업맘, 그리고 경력보유여성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까지도 여성이 일과 가정을 함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절대 자신의 목표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주위 사람도 떠나가지만, 자신이 가진 꿈은 항상 자신과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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