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육아시① 누굴 닮았나?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khk9011@hanmail.net | 2024-07-17 11:00:36
누굴 닮았나?
사람들이 나를 보러 왔다
유리창 밖 나를 보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하루에 두 번씩
나를 만나러 왔다
아직 세상살이 적응이 안 돼 낯설고 힘겹지만
나를 찾는 이가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늘 같은 말을 한다
누굴 닮았나?
누굴 닮긴, 뾰족한 정답은 없어도
서로에게 웃으며 묻는다
내 코를 가리키며 아빠를 닮았다,
내 입을 가리키며 할머니를 닮았다,
엄마 닮은 데는 어디고?
저마다 말은 달라도
저들의 행복한 외침에
나도 마냥 기분이 좋다
시간이 흘러도 늘 이렇게 스타로 살았으면 참 좋겠다
[맘스커리어 =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20여 년 전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신생아실로 아이를 만나러 가던 첫 발걸음의 두근거림이 생각난다. 남편, 할머니, 차례대로 줄지어 아이를 만나러 갔다. 손가락, 발가락이 열 개인지를 확인하고 안심하기도 하고, 누굴 닮았나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세월이 흘러 아이는 자란다. 아이에 대한 욕심도 는다. 그저 태어나 줘서 고맙다는 존재 자체로의 감사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느새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무한 경쟁의 질주로 전심전력한다. 무언가 잘해야만 칭찬을 듣는 아이로 내몰린다.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로 아이를 바라보는 첫 시선, 초유를 먹이려 온갖 힘을 다하여 젖을 물리며 아이를 안아주던 첫 품, 첫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금 존재 자체로 고마워하는 관계가 되길 소망한다.
온 나라가 해마다 떨어지는 출산율을 걱정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가장 빨리 사라지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도 감돈다. 고단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다시 오지 않을 육아의 시기를 보내는 부모님들을 응원하며, 오래전 추억을 소환하며 매달 육아 시를 나누고자 한다. 육아 부모님뿐 아니라 자녀로 인해 지친 부모님들, 자녀와의 관계 회복을 소망하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지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다시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자. 첫 만남의 그때로 잠시 돌아가 보자.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빛나는 보물과 보석 같은 존재, 우리들의 스타로 살아가도록 응원해 주자.
맘스커리어 /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khk9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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