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세 사기 피해자 속출해... 깡통전세 보증금 못 돌려받아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3-04-24 11:10:23

극단적 선택 피해자들도 나와
당정...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 우선매수권 부여 검토 중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전세 사기 피해 의심 사례로 전국이 들썩인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빌라 280여 채를 매입하고 임대한 뒤 보증금을 가로챈 ‘빌라왕’ 사건 이후 유사 사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는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이다. 임대인과 중개인이 세입자를 속여 매매가보다 전세금을 더 많이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생애 첫 부동산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은 청년이 이들의 속임수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것이다.


지난 17일,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 사기를 일으킨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A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30대 A씨는 혼자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전세보증금을 다 날릴 처지에 놓였다. 수도가 끊길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해진다. 지난 2월에도 피해자 2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지난 20일에도 건축왕 일당에게 사기를 당한 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구조된 피해자가 있었다. 

지난 19일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도 동탄 일대 오피스텔을 다수 소유한 B씨 부부의 세입자들이 세무사로부터 “소유권 이전 등기를 접수해야 국세 체납으로 인한 세입자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 부부는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하고 있는데 일부 세입자에게 몇 달째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동탄경찰서에 따르면 B씨 부부에 대한 세입자 신고가 쏟아지고 있다. 50여 건 이상 경찰에 접수된 상태다.

B씨 부부는 역전세 현상을 이용해 자본 없이 부동산 투자를 진행했으며 한 부동산에서 이들의 물건을 중개했다고 알려졌다. 또 동탄 일대 오피스텔 40여 채를 소유한 C씨가 화성동탄경찰서에 신고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C씨는 지난 2월 법원에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한 상태다. 

부산에서도 빌라와 오피스텔 90호실을 소유한 D씨 부부가 계약 만료 전 세입자들의 연락을 끊고 잠적한 일이 발생했다. 또 오피스텔 세입자 100여 명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E씨가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부산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 오피스텔 100여 채의 세입자들에게 80억 원의 피해를 준 혐의로 구속됐다. 

정부는 전세 사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국에서 일어나는 전세 사기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했으며 조속히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피해자들이 요구한 임차인 우선매수권 부여를 검토하고, 저리대출 시행 같은 금융 지원을 내놓았다. 

당정은 피해자들을 위해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며 “피해 임차인이 많은 지역은 현장 부스를 설치해 ‘찾아가는 상담버스’를 내일부터 운영하겠다”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LTV와 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예외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6개월 이상 경매 유예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우리금융그룹은 전세 사기 피해 가구에 53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우리가(家) 힘이 되는 주거안정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주거안정 금융 지원과 대출 상담 현장 지원, 그리고 전세 사기 방지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기 피해가 집중된 인천 미추홀구를 시작으로 지원 대상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이런 대책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자에 대한 경매 중단이나 금융 지원 확대는 반갑지만 결국 대출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빚이 더 불어나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피해자 분들께 잠시의 시간은 벌어 드렸지만 이 시간이 헛되이 지나가지 않도록 주거·생계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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