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문화생활] 그때 그 시절 빨강머리 앤과의 추억이 '퐁퐁'...뮤지컬 '앤 ANNE'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3-11-28 11:10:51
소설 '빨강머리 앤' 각색한 대학로 스테디셀러 뮤지컬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하고 붉은색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소녀 '앤 셜리'를 기억하는가. 고아였지만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자신의 삶을 일구어나가는 불굴의 캐릭터 앤은 캐나다의 여성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1908년작 소설 '빨강머리 앤(Anne of Green Gavles)'의 주인공이다.
세기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애니메이션·영화·드라마·뮤지컬 등 수많은 장르로 재탄생되면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영등포문화재단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하는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의 일환으로 뮤지컬 '앤 ANNE'을 선보였다. 공연은 11월 24일과 25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진행됐다. 티켓은 전석 2만 원이었으며 수험생은 50%, 영등포구 거주자나 재직자에게는 30%의 할인 혜택이 제공됐다.
뮤지컬 '앤 ANNE'은 소설 빨강머리 앤을 각색한 극단 걸판의 창작 뮤지컬이다. 2017년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 공간지원사업'에 선정돼 대학로에 입성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공연되고 있다.
공연은 걸판여고의 연극반 학생들이 발표회 때 빨강머리 앤을 연극으로 올린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남자 주인공 역할을 위해 걸판남고에서 지원을 나온 두 명의 남학생도 등장한다.
모든 학생들이 '앤' 역할을 하고 싶어 하자 선생님은 주인공을 돌아가면서 맡자고 제안한다. 뮤지컬 앤의 포문을 힘차게 여는 첫 곡의 제목은 다름 아닌 '내가 앤이야'이다.
학생들이 앤 배역을 돌아가면서 연기하는 덕분에 관객들은 3명의 앤이 뿜어내는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극 전개 중 갑작스럽게 앤이 바뀌는 설정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뮤지컬 앤은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나의 무대 구성으로 걸판여고와 프린스에드워드 섬을 구현해 내고 작은 소품 하나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작은 악기를 든 배우 두 명이 마차를 끄는 말을 표현한 장면, 앤의 셔츠를 활용해 초록지붕 집, 날개 등의 배경을 묘사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훌륭했다. 앤 역을 맡아 열연한 박소연·천우주·이하린 배우를 포함한 9명의 배우들이 1인 다역을 소화하면서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뮤지컬 앤은 극이 진행되는 105분간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어른들에게는 그때 그 시절 빨강머리 앤의 기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환영받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희망을 찾아내고 단짝 친구 다이애나와 각별한 우정을 나누는 천진난만한 앤의 모습은 왠지 애잔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이 뮤지컬은 어른들뿐 아니라 빨강머리 앤을 동화책으로 접한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뮤지컬 앤의 관람 가능 연령은 6세 이상, 권장 연령은 8세 이상이다.
뮤지컬 앤을 관람한 영등포구민 김씨는 "가까운 곳에서 아이와 대학로 창작 뮤지컬을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뮤지컬을 보면서 빨강머리 앤과의 옛 추억에 푹 빠졌던 것 같다. 빨리 집에 가서 소설 빨강머리 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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