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부부의 연합"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4-01-19 15:43:02
서현석 미래가족성장연구소장
"청소년은 우리의 현재"▲ 서현석 미래가족성장연구소장[사진=미래가족성장연구소]
▲ 서현석 미래가족성장연구소장[사진=미래가족성장연구소]
▲ 강의 후 단체사진[사진=미래가족성장연구소] ▲ 서현석 미래가족성장연구소장[사진=미래가족성장연구소]
▲ 서현석 미래가족성장연구소자[사진=미래가족성장연구소]
맘스커리어와 같은 공동선을 이루는 매체가 역할을 다하고 저출산문제와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 부부가 육아 문제 뿐만 아니라 각자 가지고 있는 기술과 능력을 직장에서 또는 개별 사업체를 통해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맘스커리어 독자분들이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청소년은 우리의 현재"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서현석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아동・청소년교육과 겸임교수는 42년간 일한 인천교육청 대안교육지원센터장직에서 은퇴한 이후 미래가족성장연구소를 설립해 사춘기 청소년과 그 부모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 공로로 지난 2020년에는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하기도 했다. ‘사춘기에 방황하는 학생에게 ‘1%의 가능성만 보여도 포기하지 않겠다’라는 일념으로 수십 년간 청소년과 그 부모를 위해 노력 중인 서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 서현석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는 아이들의 눈빛을 먹고 사는 교육자’라는 신념으로 45년간 교육현장에서 위기청소년과 그 가족의 관계회복을 돕는 일을 해온 패밀리디자이너이자 아동・청소년 교육학 박사 서현석입니다.
- 42년째 일해 온 교육현장, 인천교육청 대안교육지원센터장직을 정년퇴직한 뒤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저는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아동・청소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위기청소년 가정의 가족 관계 회복과 학업중단위기청소년의 학업 지속을 돕는 미래가족성장연구소를 설립해 부모 교육 및 상담을 합니다. 우울증, ADHD 등 정서행동 불안정으로 인해 학교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 치유형 대안학교에서 치료와 공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안정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재능기부도 하고 있습니다.
- 오랜 기간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셨습니다. 최근 청소년전문가가 많아지며 이들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청소년전문가는 어떤 사람입니까?
먼저 청소년전문가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성숙을 돕는 전문적인 식견이 중요합니다. 또 청소년 세대를 ‘미래세대’라고 하는 정책적 용어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의식의 변화가 필요할 뿐 아니라 청소년 세대를 ‘현재세대’로 인식하고 청소년이 지닌 잠재력을 정책적 대안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견인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급속한 시대 변화에 발맞춰 청소년정책과 복지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청소년전문가 스스로 정체성을 점검하고 소명 의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미래가족성장연구소 소장으로 청소년 및 부모상담을 하고 계십니다. 미래가족성장 연구소를 소개해 주세요.
저는 ‘세상에 문제행동을 하는 청소년은 있지만 문제아는 없다. 문제어른, 문제부모, 문제교사가 있을 뿐이다’라는 신념으로 위기청소년을 보듬는 일을 해왔습니다. 다양한 문제행동으로 부모, 교사와 갈등을 빚거나 학업중단 위기에 놓인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계회복과 가족결속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합니다.
‘부모가 2% 바뀌면 자녀는 100% 변한다’는 확신으로 부모의 양육 태도 변화를 통해 위기 청소년이 방황을 멈추고 안정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회복을 돕는 ‘부자일체 감동캠프’와 다양한 주제별 자녀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부모성장학교’를 진행합니다. 가족 구성원의 가치관, 비전, 사명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는 가족의 정체성을 확립과 ‘어쩌다 부모 & 어른다움’이라는 주제로 대중 강의와 방송 출연 등을 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청소년은 다음세대가 아닌 현재’라고 강조하며 널리 전파하고 계십니다.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청소년을 ‘다음세대’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책용어일 뿐입니다. 이렇게 인식하는 순간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허울 좋은 청사진일 뿐입니다.
K팝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놀라운 경제효과를 창출해 낸 BTS는 결성 당시 멤버 평균나이가 19세였습니다. 그들은 중학생 때부터 누구 하나 인정해주는 사람 없이 열악한 공간에서 피나는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그들에게 그 모든 상황이 미래가 아닌 현재였습니다. 지난 10년간 BTS의 경제효과는 약 42조 원이라고 합니다. BTS가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것을 보고도 여전히 청소년을 ‘미래세대’, ‘다음세대’라고 부릅니다. 패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세대를 여전히 소비하는 세대로 인식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에 참으로 답답함을 느낍니다. 더 이상 청소년은 ‘미래세대’, ‘다음세대’가 아닌 ‘현시대의 트렌드에 영향을 끼치는 세대’라는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청소년은 우리의 현재다’라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습니다. 이런 청소년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지름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001년 겨울, 영국을 방문했을 때 히드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중에 제 눈을 의심하는 광경을 보게 됐습니다. 국제규격의 축구경기장 4개에 개미가 보일 정도로 조명이 비치는 천연잔디 운동장에서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축구를 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보며 놀라움도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영국 여행 직전에 근무하는 고등학교에서 밤늦게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는 중에 운동장 한켠 농구장에서 달빛을 조명 삼아 농구하는 아이들을 봤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후 지자체 청소년위원회 참석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방과 후 청소년의 놀 공간 확보를 위해 기초지자체 단위마다 한 개의 학교에 인조 잔디와 조명설비를 해줄 것을 간곡하게 건의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었습니다.
현재는 나름대로 청소년복지관련 정책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청소년문화와 복지 제도와 인프라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소년을 더 이상 ‘미래세대’, ‘다음세대’라 부르지 말라고 청소년 관련 종사자 또는 운동가들을 설득해 왔습니다. 저는 이 정책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종교계부터 인식의 전환을 하기를 이 기회에 강력하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청소년이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적인 면에서 지닌 잠재력은 놀라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청소년들을 막연한 미래 혹은 다음세대로 치부하지 말고 그들의 잠재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랜 기간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임상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청소년이 다양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어른들에게 있음을 알았습니다. 안정된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 청소년이 사춘기를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행동에 노출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된 양육태도와 어른다움의 결여가 그 원인입니다.
자녀의 문제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부모가 자녀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먼저 자신들이 바뀌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를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 삶의 태도가 바뀔 때 자녀의 문제행동은 놀랍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무너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부모의 불안입니다. 특히 자녀교육에 대한 엄마의 불안이 심할수록 자녀는 무기력에 빠지며 반항과 방황의 빈도가 잦아집니다. 결국 부부갈등으로 나아가 가족 전체의 불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부부의 연합입니다. 부모가 자녀교육 문제 전반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고, 모든 과정을 ‘공유’하며, 가족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때 위기 상황에 있는 자녀가 회복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자녀교육 ‘3공(共) 육아법’을 강조하셨는데 어떤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공동양육은 육아분담이나 가사분담 등의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부모로서 자녀의 성장에 대한 모든 과정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공동의 관심사를 가지고 자녀교육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자녀교육에서 공동양육이 선행되지 않으면 ‘공유’가 될 수 없습니다. 부부가 가족문제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소통문화가 필요하고 원활한 소통은 ‘공유부재’로 인한 가족갈등과 부부갈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자녀양육을 위해서는 자녀성장과정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유하기 전에 부모가 가지고 있는 교육의 방향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때 먼저 이 차이를 조절하여 공동양육의 방해 요소를 제거해야 합니다. 올바른 자녀교육을 위해 부모가 자녀와의 소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부가 공감하는 것입니다. 공감의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배우자가 고민이나 감정을 얘기할 때 지레짐작하고 해석하거나 판단하고 평가하는 태도는 공감을 방해합니다. 공감한다는 것은 바른말을 하고 지금 당장 문제해결을 위한 답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은 배우자의 말을 이해하고 당사자를 향해 끊임없는 질문이 던져질 때 가능한 것입니다.
-청소년을 올바르게 잘 성장하고 특히 저출산 문제의 시발점이 청소년기 교육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청소년 마약 문제와 잔혹성이나 죄질이 성인보다 더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는 청소년 범죄, 그리고 국가 존립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는 결국은 교육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2016년에 추진을 계획한 생애주기별 부모교육과정에 부모가 되기 전 고등학교 때부터 예비부모교육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만 계획뿐입니다. 대학생과 군장병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한 부모교육 확대 또한 지금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결혼관과 예비부모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출산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함양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청소년 이야기는 부모들을 빼고는 안 될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 4가지는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성,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입니다. 이 네 가지 역량을 갖추려면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범본 교육을 통해 대인관계 역량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할 수 있는 ‘미래의 보장’이 될 것입니다.
저는 부모 교육 기회 때마다 ‘이제는 관계 유산이다’라는 주제의 강의를 통해 부모를 통한 관계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대인관계 훈련의 가장 기본적인 교육장은 가정입니다. 특히 자녀는 가정에서 부모의 관계 상호작용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관계 훈련을 하게 됩니다. 부모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부모가 갈등 상황에 있을 때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갈등 해결 능력을 함양해나가기도 합니다.
탈무드에 어리석은 사람은 물질을 물려주고 학식이 있는 사람은 지식을 물려주고 지혜로운 사람은 신앙을 물려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혜안이 있는 사람은 관계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 엄마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경력단절여성들에게도 큰 힘이 돼줄 맘스커리어와 맘스커리어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C.S.루이스는 ‘사역자를 무너뜨리는 것은 일의 양이 아니라 성령의 기쁨이 없이 일하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경력 단절 위기에 있거나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현실일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남편이 아내의 가사와 육아를 도와준다는 인식이 있는 한 지금까지 앞서 제가 말한 이 시대가 요구하는 ‘3공 자녀 교육법’ 같은 부모 역할론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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