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결핍을 채우는 숙성: AI 시대, 경륜이 지혜가 되는 순간

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imjun7@kakao.com | 2026-01-20 11:10:30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의 협주곡 ▲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맘스커리어 = 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20대 때는 밤을 새워도 다음 날 멀쩡했는데, 40대가 되니 체력은 확실히 떨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 처리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회의 자료를 만들 때도 예전처럼 이것저것 다 뒤지지 않아도, 핵심이 무엇인지 바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익숙함'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의 교차로 설명한다.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이 흥미로운 변화를 이해하면, 자녀 교육과 자기 성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1. 지능의 두 얼굴: 빠른 머리와 깊은 생각

심리학자 레이먼드 카텔은 인간의 지능을 유동지능과 결정지능, 두 가지로 나누었다.

유동지능은 새로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능력이다. 처음 보는 퍼즐을 푸는 속도, 낯선 상황에서의 순발력,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힘이 여기 속한다. 컴퓨터로 치면 CPU 속도와 같다.

결정지능은 평생 쌓아온 지식과 경험의 총합이다. 업무 노하우, 사람 보는 눈, 상황을 읽는 감각처럼 시간이 지나며 축적되는 모든 것이 여기 해당한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비유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지능이 정반대의 인생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유동지능은 20대 초반에 정점을 찍은 후 서서히 내려간다. 뇌의 유연성이 줄어들고 신체 능력도 함께 쇠퇴하기 때문이다. 반면 결정지능은 유동지능이 내려가는 바로 그 시점부터 오히려 상승한다. 60대, 70대까지도 계속 늘어난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자리를 경험과 경륜이 채워나가는 것이다.

2. 체력은 줄어도 실력은 늘어나는 이유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 때를 떠올려보자. 초등학생은 문제마다 처음부터 하나씩 계산한다. 하지만 경험 많은 선생님은 문제를 보는 순간 "아, 이건 비례식 문제구나" 하고 유형을 꿰뚫어본다. 속도는 느려도 정확도는 훨씬 높다.

이것이 바로 발달심리학자 발테스가 말한 '선택적 최적화와 보상' 원리다. 조금 어려운 용어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젊을 때는 넘치는 에너지로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본다. 100가지 시행착오 끝에 정답을 찾는 방식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전략이 바뀐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선택),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며(최적화), 부족한 체력은 숙련된 기술과 인맥으로 메운다(보상).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은 자료를 10개 찾아 3시간 동안 보고서를 쓴다. 베테랑 부장은 자료 3개로 30분 만에 핵심을 뽑아낸다. 이것이 바로 '직관'이다. 수천 번의 경험이 쌓여 논리적 단계를 건너뛰고 본질을 보는 능력 말이다.

유동지능이 줄어드는 것을 결정지능이 메우는, 인간만이 가진 놀라운 적응력이다.

3. 지식이 지혜가 되는 순간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 저절로 지혜로워질까? 그렇지 않다. 단순히 아는 것이 많다고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지혜는 '얼마나 아는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교육 앱이 나왔다고 해보자. 20대 교사는 "이 앱의 기능이 뭐지? 어떻게 구현했지?"에 집중한다. 반면 경력 20년 교사는 "이게 아이들의 자기주도 학습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디지털 격차를 오히려 벌리진 않을까?"를 고민한다.

기술의 성능을 보는 것과 기술의 영향을 보는 것, 이 두 시각이 만날 때 비로소 지혜가 탄생한다.

필자가 IAM교육연구소에서 연구한 다문화청소년 사례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부모 지지가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통계를 아는 것과, 그 아이들이 겪는 문화적 충돌과 정체성 혼란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후자가 바로 지식을 지혜로 만드는 '통합적 사고'다.

4. 세대 협력: 가속 페달과 핸들을 함께 잡기

AI 시대가 되면서 계산, 패턴 인식, 논리적 추론은 점점 기계의 영역이 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경험 기반의 지혜'다.

이제 우리는 '세대 차이'라는 갈등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대신 '세대 협력'이라는 생산적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이렇다. 청년은 가속 페달이다. 빠른 속도로 혁신을 만들어낸다. 시니어는 핸들이다. 그 혁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조정한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차는 폭주하거나 멈춘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자녀에게는: 실패를 두려워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도록 격려하자. 유동지능이 최고조인 시기다. 시행착오 자체가 학습이다.

부모 자신에게는: 당신의 경험을 나누자. 멘토링, 재능기부, 동네 모임에서의 조언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당신의 결정지능은 누군가에게 귀한 자산이다.

함께: 가족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아이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부모의 현실적 조언을 동등하게 존중해보자. 10대 자녀가 "유튜브로 용돈 벌고 싶어요"라고 할 때,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그럼 한 달 동안 주말에만 해보자. 조회수, 수익, 공부 시간 변화를 함께 기록해보자"고 제안하는 것처럼 말이다.

5. 성숙이라는 이름의 업그레이드

결국 나이 든다는 것은 기능을 잃는 게 아니다.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체력과 처리 속도가 줄어드는 자리에 경험과 통찰이 들어차면서, 우리는 세상을 입체적으로 보는 능력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지혜이다.

교육학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다. 청소년에게는 유동지능을 마음껏 발휘할 '도전의 장'을, 기성세대에게는 결정지능을 사회에 환원할 '전수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지혜는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유동적인 젊음과 결정적인 노련함이 서로를 지지하고 보완할 때, 우리 사회는 세대 갈등이라는 소모전 대신 '지혜의 총합'이 늘어나는 진정한 성숙의 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

오늘 저녁, 자녀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자. "네가 요즘 관심 있는 게 뭐야?"라고 물으며 그들의 유동지능을 존중하고, "엄마, 아빠가 그 나이 때는 말이야"라며 당신의 결정지능을 나누어보자.

그 대화 속에서, 지능은 지혜로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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