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제주도 이주민이 설립한 '공심채', 지역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법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 2024-11-12 14:10:05

홍창욱 공심채농업회사법인 대표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2009년 제주도로 이주를 했어요.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은데,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농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서귀포 지역은 농사를 많이 지으니까요.”


그렇게 선택한 것이 ‘모닝글로리(Morning Glory)’로도 익숙한 ‘공심채(空心菜)’. 홍창욱 공심채 대표는 “제주도가 점차 더워지고 있으니 아열대 채소 등 새로운 작물을 기르고 싶었다”고 공심채농업회사법인(이하 공심채)를 설립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그렇게 공심채는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시작해, 2021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으며 현재까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공심채 홍창욱 대표 모습.[사진 출처=공심채] 

 

“제주도로 이주한 결혼이주여성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 국가에 살았던 분들이고, 그분들이 좋아할 채소이기도 하고요. 국내 소비도 올라가고 있으니까 (농사) 아이템으로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실제로 농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홍창욱 대표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제주도로 온 결혼이주여성이 결혼 전 고향에서 먹는 아열대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모델을 생각했다. 2명의 직원을 고용했고 서귀포시 가족센터(구. 서귀포다문화지원센터)와 함께 하며 결혼이주여성들과 공심채, 고수, 바질 등 다양한 아열대 작물을 재배했다. 또 사회적 농장을 운영하면서 한 달에 한 번 함께 간단한 (동남아시아) 음식을 만들고 먹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농업만으로는 기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심채 역시 기업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귤을 판매했고,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한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홍 대표는 “농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도 많아서 초기 3년 간은 정말 많이 헤맸고, (제주도이다 보니) 귤을 판매했다. 귤을 팔아야 회사가 돌아갔기 때문이다”라면서 “그런데 실제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제조’였다”고 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제조업에 대해 목마름도 있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홍 대표는 “제주도 지역 특성상 공장이 많지 않고 청정한 곳이다 보니 OEM 제조를 하기에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지역에서는 제조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고 했다. 어렵게 생산한 작물을 팔지 못하면 시들어 버리거나 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 그렇게 그는 ‘농산물의 맛과 향을 더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했고, 그렇게 ‘바질 블랜딩 티’가 탄생했다. 

 

그는 “우리 바질티 티백을 통해서 음료를 제작했고, 지역에서 나오는 나물을 잘라서 간편식으로 만든 ‘제주밭한끼’라는 제품도 있다. 또 그와 어울릴만한 비빔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주 딱새우 비빔장’도 선보였다. 아울러 비빔장의 분말 과립을 올린 김, 귤 맛이 나는 과립을 올린 김. 이렇게 5가지 제품을 만들면서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잘 운영하고 있다(웃음)”고 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라이브커머스를 직접 운영했다.[사진 출처=공심채] 

 

공심채는 현재 제품을 지역시장과 SRT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라이브커머스 등을 통해서도 제품을 선보이면서 점차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홍 대표에게 많은 기업(기관)과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물으니 “살아남으려면 열심히, 또 많이 다녀야 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는 “특별히 엄청난 홍보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발로 뛰는 거다. 퇴짜맞는 걸 겁내지 않고, 찾아갔는데 연락을 안 해주는 곳도 많지만, 그래도 계속 다녀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냥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어찌 보면 매출이 얼마 안 되는데 직원을 여러 명 고용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실패죠. 그래서 (살아남으려고) 농사를 하다가 귤을 팔았고, 제조업으로 가면서 피봇을 한 거고요. .”

▲대만 타이베이 식품 박람회 부스 운영 및 상담회에서.[사진 출처=공심채] 

 

홍창욱 대표는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제주종합상사 대표를 맡고 있다. 공심채는 물론 제주도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판로 확보를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것. 그에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자 “직원들이 잘하고 있다”며 웃었다.

“지금 시장경제가 엄혹한데 사회적경제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애정만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 친구들(직원들)이 판로에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지원하려고 해요. 전국적으로 봐도 종합상사 말고는 판로에 잘하는 사람이 손에 꼽힐 정도거든요. 그래서 (종합상사를 통해서) 제주도에 있는 기업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공심채 대표이자 제주종합상사 대표를 맡으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홍창욱 대표에게 현장을 계속 부딪치면서 느낀, 판로 확보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아, 우리가 너무 멀리만 쫓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눈앞에 있는 동전도 쓸어 담으려면 바쁜데, 저 멀리 있는 곳에 가서 뭔가를 잡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수출이나, 대기업을 통한 판로 확보만 보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외부 지역으로 나가보니 지역 안에 있는 시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피부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지역에 기반을 둔 큰 기업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지역 브랜드를 잘 살리면, 지역 안에서도 시장을 공략하는데 큰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역에서 브랜드를 잘 만들어서 지역시장을 먼저 공략하면 세계적인 건 그냥 따라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 대표는 “제주도 지역의 장점을 살려서 좋은 조건을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 기업은 전국은 물론 해외에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고품질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렇게 가면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지역에 찾아오는 관광객이나 주민들에게 기업의 제품을 어필한다면 브랜딩이 중요하다”라며 “제주도는 양쪽을 공략하기에는 너무 좋은 곳이다”라고 했다.

▲공심채가 새롭게 선보인 신제품. 아임그레잇 딱새우 고추창김과, 귤김.[사진 출처=공심채]

 

인터뷰 내내 홍창욱 대표가 가장 강조했던 말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살아남아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살아남아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이윤을 내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 자체가 참 어려운 문제죠.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이윤을 내야 해요. 어떻게 하면 고정적이고 반복적으로 이윤을 낼 수 있는지, 어떻게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합니다. 일단 살아남아야 사회적 가치도 창출 할 수 있어요.”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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