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쾅 닫고, 입은 꾹 다물고"...사춘기 자녀와의 전쟁, 어떻게 해결하나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6-01-20 15:08:49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솔직히 매일이 전쟁 같아요. 밤늦게까지 게임하느라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방 정리는커녕 휴대폰 사용까지 통제가 안 돼요. 학교와 학원 숙제까지 챙기다 보면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는데, 한마디만 해도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죠. 도대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중학생 아들을 둔 육아맘 A씨(45)는 요즘 가슴이 답답하다. 아들과 진중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답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은 많은 부모들이 겪는 보편적인 고민이다. 하지만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인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는 "지금의 청소년 세대는 힘들어서 힘든 게 아니라 사는 것 그 자체가 부담스럽고 무겁다고 느낀다. 그래서 부모도 아이와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사춘기는 자녀와의 전쟁을 치르는 시기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해가는 여정이다.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지만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의 강의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은 '불안 세대'라고 정의된다. 특히 극핵가족화된 가정 환경, 코로나로 인한 단절, 사회성 부족 등의 요인은 아이들에게 더욱 큰 심리적 손상을 안기고 있다. 집에서는 왕자, 공주 대접을 받던 자녀가 집단 속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경쟁과 비교를 견디지 못해 좌절하고, 욕구를 잘 조절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시스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불안해지고 무기력해진다.
김 교수는 "요즘 아이들이 뭐든지 쉽게 포기하고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는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초등학교부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입시를 준비해왔던 친구들과 비교당하는 순간 아이는 '내가 지금부터 죽도록 열심히 해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겠다'는 좌절감에 빠지고 결국 공부를, 학교를, 삶을 포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의 반응이다. 대화로 설득해 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하는 자녀를 대하다 보면 부모도 지친다. 결국 참다못한 부모는 "너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굶어 죽는다", "그런 마음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 "그 실력으로 꿈을 이룰 수 있겠냐" 하는 식의 말들을 퍼붓게 되고 이는 아이의 자존감을 완전히 꺾어버린다.
김 교수는 "부모가 기대했던 아이와 실제 아이는 다르다. 사춘기는 그 꿈꾸던 아이와 이별하고 내 앞에 있는 현실의 아이를 받아들이는 시기"라며 "물론 당황스럽긴 하겠지만 부모의 기대에 어긋난 자녀를 받아들이는 것이 사춘기 부모의 정신 수련"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모가 사춘기 시기를 조용히 보낸 경우 지금의 아이들을 더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나 부모가 자신의 시절에 겪었던 경험과 생각했던 방식은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달라진 환경과 문화에서 오는 세대 간의 격차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춘기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을 줄이는 부모의 대화 태도와 역할을 제안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울타리'다. 아이가 어디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적절한 경계의 설정이 꼭 필요하다. 단, 울타리가 지나치게 좁으면 너무 많이 싸우게 되고 너무 넓으면 아이를 망치게 되기에 아이에게 맞는 적절한 한계를 사전에 가족이 함께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규칙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강요하는 대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해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자녀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고 부모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자녀와의 대화에서 부모의 위치는 조언하는 사람보다는 공감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힘그괜' 대화법을 소개했다. 힘그괜은 '네가 이래서 힘들었겠구나’하고 알아주기, '그럴 수 있겠다'하며 인정해 주기, '괜찮다'라고 안심시켜주기의 줄임말이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하고 들어준 뒤 안심시켜주는 이 3단계 대화법은 아이의 마음을 여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끝으로 김 교수는 "좋은 부모란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따뜻한 지지를 보내는 존재"라고 설명하며 "한바탕 싸우고도 아침에 따뜻한 밥을 차려주는 부모, 아이가 실패했을 때도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부모, 자녀의 꿈을 조롱하지 않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해주는 부모가 아이를 지탱하는 울타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춘기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따뜻한 품이다.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부모가 곁에 있다면 아이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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