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서가] "우리가 바라는 가족의 모습은?"...김지혜 작가, 우리 사회의 가족 각본을 파헤치다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3-10-30 11:14:35

전통적 가족제도와 결혼과 출산의 절대 공식에 의문점 던져
다양한 가족의 현실과 변화에 따른 제도적 뒷받침 필요한 때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지난 8월 국내에서 동성 부부 김규진·김세연 씨가 딸을 출산했다는 소식이 기사를 통해 전해졌다. 이 부부는 2019년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지난해 규진 씨가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정자를 제공받아 출산했다.


규진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아이를 걱정하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며 "이미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있다. 딸 라니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이해해 주는 안전한 사회에서 즐겁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성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우리 가족의 이야기라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자식이 동성인 친구와 연애한다고 고백했을 때 뒷목 잡고 쓰러지지 않을 엄마가 몇이나 있을까.

▲[사진=창비]
김지혜 교수의 두 번째 저서 '가족 각본'은 우리 사회에 단단하고 견고하게 씌워져 있는 전통적인 가족제도 프레임에 날카로운 물음을 던진다.

동성 커플에 대한 껄끄럽고 불편한 마음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가족과 그들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작가는 그 불편한 마음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들다 보면 그 끝에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족 각본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작가는 집안의 며느리는 남자일 수 없고, 결혼을 하면 당연히 출산을 해야 하며, 동성 부부의 아이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한국 사회의 가족 공식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시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으로 비혼 가족이 많아지고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다고 해서 사회가 붕괴하거나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증명한다. 1993년 미국 매사추세츠 대법원이 아동 최선의 이익에 따라 하버드 의과대학교수였던 동성 커플의 공동 입양을 인정한 사례를 들며 아이에게 행복한 양육 환경을 조성해 주는 조건이 부모의 유무가 아님을 설명한다.

작가는 결국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사생활의 영역이며 전통적인 가족제도 속에 내재돼 있는 촘촘한 규율이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올해 5월까지 34개의 국가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결혼 외 공동생활을 보호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월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이, 5월에는 가족구성권 3법이 발의된 바 있다.

부조리한 가족 각본에 따라 성별이 사람의 인생을 규정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구분 지어 한쪽을 비난하기보다는 모두의 존엄하고 평등한 가족생활을 응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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