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전문가에게 궁금한 걸 직접 물어요!...2024 서울양육포럼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4-10-30 13:56:30
조선미·김효원 교수에게 궁금한 점 질문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서울양육포럼’이 개최됐다. 양육포럼은 강의를 듣기만 하는 대신 참석자가 전문가와 직접 소통하며 자신이 지닌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소통형 강좌다. 서울시는 지난해 두 차례 열린 양육포럼에 시민이 보내준 성원에 힘입어 올해도 전문가를 모셔서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선미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가 엄마들 앞에 섰다. 사회는 딸 셋 아빠이자 개그맨 오지헌 씨가 맡았다.
2024년도 서울양육포럼의 주제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훈육 노하우, 양육 스트레스 관리’였다. 포럼은 훈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석자가 남긴 질문에 두 전문가가 대답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전문가에 따르면 훈육은 ‘반복적 훈련을 통해 몸에 익히는 것’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동을 익힐 수 있도록 훈육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훈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김효원 교수는 만0세나 만1세 경우엔 훈육을 알아차리진 못하지만 ‘이놈’ ‘하지 않아’ 등을 반복해서 말해 주면 아이도 잘못을 인지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아이가 말은 못 알아들어도 이 행동이 잘못됐다는 느낌은 안다”라며 “아주 어린 나이여도 자녀에게 때리거나 던지는 행동은 남에게 피해 주는 것임을 알려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행동한 결과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때리는 건 아야지” “던지지 않아요” 등을 반복해 아이가 완전히 몸에 배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때까지 말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훈육할 적엔 아이가 위험할 것 같으면 꼭 안고 있으라고 했다. 이때 부모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김 교수는 “애도 기분이 안 좋고 엄마 역시 말하다 보면 감정이 상하니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라고 했다. 이어 “그냥 아이가 순응할 때까지 두세 시간이라도 안고 있어 보라”라며 “한번 끝을 보면 이후에 아이는 점점 받아들이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만0세 아이를 효과적으로 훈육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앞집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배가 고프면 받아먹고 먹기 싫으면 침대로 가서 뱉었다. 조 교수는 “이 아이는 침대에 뱉으며 두 가지 이익이 있는데 하나는 자기주장을 표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엄마를 화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엄마의 고민을 들은 조 교수는 이런 답변을 주었다고. ‘이 행동을 했을 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걸 알려 줘라’였다. 아이가 이유식을 뱉으면 즉시 안아서 일 분 정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이 연령의 아이에게 신체행동 제한은 굉장히 싫은 일이다”라며 “이 행동을 했을 때 신체행동을 제한받는다는 걸 알아차린 뒤 아이는 다시 이유식을 침대에 뱉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만 1세 아이가 징징댈 때 너무 힘들다는 질문에 조 교수는 “아이가 간절하다면 울 것인데 징징거린다면 간절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해 현장에 있던 엄마가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조 교수는 “아이가 징징거리는 건 심심하거나 배고플 때 혹은 불쾌한 것”이라며 “우리 남편도 배고프면 화를 낸다”라고 말했고 사회자 오지헌 씨가 이에 동의하며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조 교수는 “아이가 징징거릴 때 ‘너 또 징징거려’ 하며 대응하면 아이가 원하는 걸 주는 것이라며 이 경우 ‘무시하기’ 방법을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이를 어디에서 훈육할지에 대해서 엄마들은 궁금해했다. 조 교수는 “만 0~1세의 경우엔 즉각적으로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며 뭘 가르칠 순 없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만1세는 불편하거나 좌절했을 때 단 1초도 참을 수 없는데 이는 뇌의 발달에 따른 것이라고. 대신 부모가 즉각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모르고 부모가 아이에게 ‘축축해도 참아 봐’ ‘조용히 해 봐’ 이렇게 말하는 건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기저귀가 불편하다면 방법을 찾아 얼른 갈아 주고, 식당에서 아이가 울면 얼른 데리고 나가서 달랜 뒤 들어가야 한다.
김 교수는 만 3세 아이가 드러눕고 떼를 쓸 경우엔 얼른 데리고 그 장소를 벗어날 것을 제안했다. 부모는 종종 내 아이가 아닌 척 그 자리를 피하는데 그러면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떼를 쓰는 건 관심을 받고 싶어서인데 많은 이가 쳐다보고 참견하면 그 행동이 더 오래간다. 김효원 교수는 “예전에 저는 아이가 그러면 재빠르게 안아서 차로 데리고 갔다”라며 “차에선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도 괜찮으니 그곳에서 아이가 진정할 시간을 줬다”라고 말했다. 조용한 곳에서 아이가 스스로 진정하는 시간을 가지면 조절 능력이 자란다.
부모의 육아관이 다를 경우 누가 훈육하느냐 여부도 참석자의 관심사였다. 조선미 교수는 “누구의 훈육이 맞느냐는 틀리냐는 없으며 내용이 아닌 내가 어떤 방식으로 했을 때 아이가 순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훈육 태도보다 어느 방식이 효율성이 높은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훈육했는데 아이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아이에게 말은 했지만 전달되지 않을 것이고 훈육을 했다면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훈육 태도가 다른 건 엄마 아빠의 성향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엄격하다면 아빠는 ‘엄마가 애를 잡는다’라고 생각하고 ‘나와 있을 때 애가 편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너그러워진다. 이 때문에 부부 사이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김효원 교수는 “아이를 키우면서 착할 수만은 없다”라며 “부모는 아이가 싫은 걸 하게 하는 존재이며 나쁜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쁜 부모가 되는 걸 두려워하면 훈육을 할 수 없으며 자식에게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라”라고 말해 많은 부모의 공감을 자아냈다. 김 교수는 “자식이라도 나를 100% 좋아할 수 없다”라며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지만 가르치고 혼내며 지적하는 것을 아이가 경험하게 해 줘야 한다”라며 “나쁜 부모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조선미 교수는 “모두 성향이 있고 자녀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라며 “예민한 애는 무던한 부모와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둔한 아이는 섬세한 부모에게 배우는 것이 있다”라고 했다. 조 교수는 “사람의 성격과 기질은 바꿀 수 없으며 일정 부분은 아이에게 맞춰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활발한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한다면 집안에 매트를 깔아둔다는 등 환경을 변화해 주고, 안 되는 건 명확하게 말해 줘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민하고 겁이 많은 아이에겐 다음 날 무슨 일이 생길지를 알려 줘 마음속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조 교수는 “아이는 부모가 모습을 보고 배운다”라며 “예민한 아이는 이를 통해 새로운 데 가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걸 익히게 되고 그러면서 한 뼘 더 자란다”라고 전했다.
이날 시 관계자는 “오늘 행사에 200여 명 정도 참석했다”라며 “올해 양육포럼은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최됐으며 앞으로도 매년 진행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라고 말했다.
4세 여아를 양육하는 서울 시민 A씨는 “직접 교수님들에게 양육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싶어서 왔는데 고민이 다들 비슷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라며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면 좋을지에 대해 많이 배우고 간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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