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어디까지 왔나...9월부터 '영·유아학교(가칭)' 시범 운영 실시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4-08-23 09:40:13
전국 152개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시범 운영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의 영유아 교육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라는 이원화된 체계로 운영돼 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선택에 따라 만 0세부터 5세까지 쭉 어린이집을 다니기도 하고 만 0~2세 때는 어린이집, 만 3~5세 때는 유치원을 다니기도 한다.
영유아를 위한 보육과 교육이 각각 다른 제도와 행정체계 아래 운영되면서 현장의 혼란이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제기돼 온 유보통합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모두 국가에서 공통으로 제공하는 누리과정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교육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소속인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가 '보육'을 중심으로, 교육부 소속인 유치원은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교사가 '교육'을 중점적으로 한다는 생각이 주를 이룬다. 또한 어린이집은 운영 시간이 길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치원에 비해 특색 있는 교육 활동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에 정부는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보육 환경을 조성하고 영유아에게 체계적인 생애 초기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일원화하는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추진했다. 지난해 4월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 우선 이행과제와 실천 방안을 발표했으며 중앙단위 영유아 보육 사무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정부조직법을 12월 개정했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최고 수준의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 구축을 위한 5대 상향평준화 과제와 5대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과제, 3대 관리 체제 개선 과제 등이 포함된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을 발표했다. 5대 상향평준화 과제로는 △충분한 이용 시간 및 일수 보장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 △단계적 무상교육·보육 실현 △통합연수체계 마련 △수요 맞춤 프로그램 강화 등이 제시됐다.
먼저 희망하는 모든 영유아에게 기본 운영 시간(8시간)에 맞춤형 돌봄(4시간)을 더한 1일 12시간씩 돌봄을 제공하고 연장과정 및 돌봄 운영을 위한 전담 인력을 지원한다. 기본 운영 시간은 4~5시간의 교육과정과 3~4시간의 연장과정으로 구성되며 연장과정은 외부강사를 활용해 내실 있게 운영한다.
맞춤형 돌봄 시간은 각 2시간 이내의 아침 돌봄과 저녁 돌봄으로 구성해 이른 시간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도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다양한 돌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립유치원의 방학 중 운영 학급을 확대하고 휴일 거점기관을 운영한다.
교사 대 영유아 비율도 개선한다. 0세반은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이 1:2가 될 수 있도록 하고 0~2세반의 보조교사를 2학급당 1명으로 확대한다. 3~5세반의 평균 비율도 1:12에서 1:8로 낮추는 과밀학급 해소를 추진한다. 교사 배치 기준은 교사 대 영유아 비율로 일원화하며 시도교육청은 교육부가 권고하는 범위 내에서 비율을 결정한다.
학부모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2025~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만 3~5세 아동의 무상교육·보육을 실현한다. 사립유치원은 표준 유아교육비 수준으로, 어린이집은 표준보육비 및 기타 필요경비 수준까지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전체 교원이 교육·보육 전문가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과정 실행 △영유아 지원 △영유아 정서발달 지원 △특별한 영유아 지원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맞춤형 직무연수 체계를 마련하고 연수 시간 상향, 연수 형태 다양화, 자율연수를 통한 연수 문화 조성 등을 추진한다.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우선 만 2세와 5세를 이음 연령으로 지정하고 각각 누리과정, 초등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강화한다. 소규모 기관에서는 교육과정 공동 운영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또래의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아울러 영유아의 정서·심리 지원을 위해 전문가의 순회 검진을 실시하고 특수교육기관의 접근성을 확대한다.
교육부는 위와 같은 과제에 중점을 둔 유보통합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9월부터 전국 152개 기관에서 '영·유아학교(가칭)'의 시범 운영을 실시하기로 했다. 시범학교에 선정된 기관은 유치원 68곳과 어린이집 84곳으로 특수학급이 있는 유치원 4개와 장애통합어린이집 13개, 장애전문어린이집 3개 등의 기관이 포함됐다.
17개 시도교육청은 지역자문단 및 원장협의체 등을 구성해 시범학교에 대한 관리 방안과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또한 관내 기관의 질적 개선을 위해 다양한 특색사업을 운영한다. 교육청별 특색사업으로는 △기관별 건강·안전 관리 영역 컨설팅 및 환경 개선 지원(서울) △유보이음 관계망 운영 및 공동 문화예술체험 운영(부산) △주말 가족 체험, 찾아가는 공연 등 영유아 체험활동 지원(대전) △거점형 방과후 과정 운영(경기) △영유아 정서·심리지원센터 구축 및 운영(강원) △거점기관과 소규모 유치원을 연계한 돌봄 모델 발굴(전북) 등이 있다.
한편 교육부는 유보통합 과제들을 선제적으로 적용한 시범사업의 운영 및 성과평가 단계에서 현장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유보통합 확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유보통합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다. 영유아에게 균등한 교육·보육 기회를 보장하려는 국가적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물론 혼란도 많을 것이다. 향후 정책 실행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느냐가 유보통합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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