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이 어려운 이유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6-01-21 11:10:16
현장에선 돈·생활 관리 어려움, 심리·정서적 외로움 토로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집계된 자립준비청년의 수는 8586명에 달한다. 매년 1700여 명 정도의 보호 종료 아동들이 자립을 위해 사회로 첫 발을 떼는 것이다. 이들은 보호가 종료되는 순간부터 주거를 마련하고 생계를 책임지며 사회의 일원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을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아동 본인의 의사에 따라 18세 이후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한 사람 또는 보호 조치가 종료된 지 5년 이내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이 시설이나 위탁 가정을 떠나 후에도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호 종료 후 5년 동안 매월 50만 원씩 지급하는 '자립수당' △만 18세 이후 보호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에게 전국 17개 시도에서 지급하는 '자립정착금(서울 기준 2000만 원)' △0세부터 만 18세까지의 월 저축액에 지자체가 1:2 비율로 매칭 지원하는 '디딤씨앗통장(월 10만 원 한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현금 지원 외에도 △자립준비청년 대상 생계급여 수급 자격 완화 △자립 교육과 멘토링을 수행하는 자조모임 '바람개비 서포터즈' 운영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참여 시 자립준비청년은 본인 부담금 제외 △요양급여 비용 본인일부 부담금 경감 등 정책은 다각도로 설계돼 있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운영되는 지원 제도와 민간단체, 기업 재단의 지원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겉으로 보기에 자립준비청년 지원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립준비청년들의 자립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자립 지원 실태조사' 결과 따르면 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5.6점으로 일반 청년들보다 낮고 자살 생각 유경험률은 46.5%로 높게 나타났다. 심리·정서적 취약성이 두드러지며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거나 생계형 범죄에 노출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자립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먼저 주거와 생활의 불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자립준비청년은 보호 종료와 동시에 바로 살 집을 구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는다. 공공임대주택 등의 지원이 있더라도 계약부터 관리비와 공과금 납부, 집 유지에 필요한 생활 능력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주거가 마련되더라도 이를 유지하지 못해 다시 위기에 놓이는 경우가 반복된다.
보호 종료 시점에 지급되는 큰 액수의 현금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지급액은 지역의 자립정착금과 디딤씨앗통장의 저축액, 개인 후원금에 따라 달라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기도 하는데 돈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온 자립준비청년들이 이 돈 때문에 원가정의 갈취나 지인들의 돈 요구에 무방비로 노출되거나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퍼주기식 현금 지원이 오히려 이들의 자립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현금 보유는 과소비를 유발하거나 근로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고 일부 청년들은 일하는 대신 받을 수 있는 지원금만 찾아다니는 이른바 지원금 쇼핑을 하기도 한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지원금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적 자립 역시 쉽지 않다. 자립준비청년의 취업률은 52.4%로 20~29세 청년 고용률(61.3%)보다 낮고 실업률은 15.8%로 일반 청년의 실업률(5.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체 자립준비청년의 월평균 소득은 165만 원이었으며 월평균 생활비는 108만 원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관계의 부재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예를 들어 살 집을 계약하는 등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될 때나 직장 내 갈등, 건강, 금전 문제처럼 인생에 위기가 닥치는 순간마다 주변에 조언을 구할 어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의사결정 부담이 자신에게 집중되면서 작은 위기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비빌 언덕이다. 부모처럼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어른, 자신을 지지해 주는 멘토, 느슨하지만 끈질긴 자립지원 전담 요원의 사후 관리가 절실하다.
배지연 사단법인 은만 이사는 지난달 11일 열린 경기도 정책토론회에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립준비청년 지원 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현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아동 시절부터 개별 맞춤형 자립 역량을 키우는 체계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기관과 기업, 지역사회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 관계망 형성, 장학금, 일자리 연계, 주거 지원 등 공공 부문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인식 개선,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및 자조 모임 확대, 데이터 기반 맞춤형 자립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