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돌연사증후군(SIDS)은 왜 발생하는 걸까?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4-12-10 13:10:22

산모의 음주와 흡연, 아기의 수면 환경 등 다양한 요인 존재해
한국소비자원, 영아 수면용품 조사하고 안전기준 강화 촉구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일명 '요람사'라고도 불리는 영아돌연사증후군(SIDS)은 12개월 미만의 건강한 영아가 수면 중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275명의 아기가 영아돌연사증후군(SIDS)으로 사망했으며 이는 출생아 1000명당 0.2명꼴이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은 왜 발생하는 걸까?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영아돌연사증후군에는 임산부와 아기의 상황, 수면 환경, 유전적 요인 등과 관련된 다양한 위험 인자가 존재한다.

 

 

겉보기엔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해 보이던 아기가 갑자기 사망한다면 부모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특별한 전조 증상 없이 수면 중 조용히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이나 대처가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임신과 아기에 관련된 요인으로는 △여러 자녀를 둔 경우 나중에 태어난 아기 △임신 간격이 짧은 경우 △산전 진찰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경우 △형제나 자매가 영아돌연사증후군을 겪었던 경우 △조산아인 경우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기의 헐떡거림 반응이 떨어진 경우 등이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임산부의 음주와 흡연을 들 수 있다. 엄마가 임신 중이나 출산 직후 음주를 하거나 마약 등의 약물 복용을 했을 때 아기의 영아돌연사증후군 발생 확률이 6~8배 더 증가하며 흡연하는 임산부의 아기는 일반 아기들보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이 발생할 확률이 3~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의 흡연량이 많을수록 더 위험하며 출생 후 영아가 가족의 흡연에 노출될 경우에도 위험도가 커진다.

하지만 영아돌연사증후군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아기의 수면 환경이다. △아기를 옆으로 눕혀 재우거나 엎어 재웠을 때 △푹신한 침대나 부드러운 침구, 인형 등을 사용했을 때 △뒤집기를 할 수 있는 아기를 속싸개나 이불로 싸 놓았을 때 △아기가 자는 방의 온도를 너무 덥게 설정했을 때 △어른과 같은 침대를 쓸 때 영아돌연사증후군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목을 가누지 못하는 영아를 엎드린 자세로 재우면 안 되는 이유는 침구가 아기 코와 입 주변의 공기 흐름을 차단해 내쉰 이산화탄소를 재흡입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아기의 혈중 이산화탄소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고탄산 혈증이 발생하거나 체내의 산소포화도가 낮아져 사망에 이르게 된다.

유전적인 요인으로는 심장의 부정맥이나 호흡을 담당하는 신경의 발달에 관련된 유전자 등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영아돌연사증후군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다른 환경적인 요인들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결국 치료법이 없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은 예방이 최선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은 영아돌연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아기를 단단하고 평평한 곳에 등을 대고 눕힐 것을 권하는 안전한 수면 캠페인을 오랜 기간 실시해 왔다. 또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2021년 영아를 위한 안전한 수면법을 제정하고 표면이 10도 이상 기울어져 영아의 질식을 유발할 수 있는 유아용품을 수면용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아직 목을 가누지 못하는 영아를 경사진 곳에서 재울 경우 머리가 가슴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기도가 압박돼 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아는 수면 활동을 조절하는 수면 중추가 미숙해 수면 중 호흡이 불안하고 폐가 작아 저산소증으로 인한 질식 위험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수면용과 비수면용 요람을 구분 없이 유아용 침대로 관리하고 있으며 유아용 침대의 등받이 각도는 80도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쿠션이나 베개와 같은 영유아 침구류는 안전확인대상 어린이 제품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등받이 각도 기준은 없다.
 ▲[자료=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 중인 요람·쿠션류·베개 등 영아 수면용품 30개 중 17개 제품의 등받이 각도가 10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람은 조사 대상 10개 제품의 각도가 모두 20~58도 사이로 확인됐고 쿠션은 10개 중 7개 제품의 표면 각도가 11~36도로 조사됐다. 미국의 기준에 따르면 수면용으로 판매될 수 없는 제품이지만 국내에서는 모두 수면 용도의 제품으로 광고된다. 또한 조사대상 30개 중 24개 제품이 영아 질식 위험 관련 주의 사항을 표시하지 않았으며 9개 제품이 안전 확인 및 경고 표시를 누락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아기의 안전하지 않은 수면 환경이 영아돌연사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영아 수면용품과 비수면용품의 안전기준을 분류하고 영아 수면용품의 등받이 각도 기준을 해외 수준인 10도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영아 수면용품에 질식 위험 관련 경고 등을 표시하고 비수면용품에는 주의사항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 안전을 위한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돌 전의 아기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라면 영아돌연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아기의 수면 환경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 

 

작고 소중한 우리 아기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부모는 작은 위험 요인에도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수면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아기의 안전을 지키는 필수 조건이다. 예방만이 최선인 만큼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소중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없길 바란다. 부모의 관심과 예방만으로 막을 수 있는 위험이라면,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작은 수면 환경 하나가 아이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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