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AI디지털교과서, 이제는 교과서 아닌 교육 자료다?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5-01-02 11:10:48

지난 26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로 교과서 지위 잃어
학교별 자율 채택에 예산 지원도 불투명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교육부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돼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본격 도입이 예정됐던 AI디지털교과서가 '교육 자료'로 변경됐다. 지난 26일 AI디지털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디지털교과서를 우선 도입해 종이 교과서와 함께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멀티미디어 자료와 실감형 콘텐츠, 평가 문항, 보충·심화 학습 등 풍부한 학습 자료에 학습 지원 기능이 더해진 AI디지털교과서는 인공지능을 통한 개인별 맞춤 교육을 가능하게 하고 지식 전달·암기 위주의 수업이 아닌 열린 의사소통과 협력적 학습활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까지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게 되면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더불어 문해력과 집중력 저하, 시력 저하, 기초 학력 저하 등 많은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며 AI디지털교과서의 성급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9일 교육 현장과 전문가 의견, 시도교육청의 정책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AI디지털교과서의 도입 이행안과 AI디지털교과서 검정심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행안에 따르면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교과는 AI디지털교과서 적용 교과에서 제외하고 사회·과학 교과에는 2027년부터 도입된다. 또한 국정도서로 개발하는 특수교육 기본 교육과정의 국어·수학 교과는 초·중·고까지 개발하고 생활영어와 정보통신활용 교과는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교과의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대해 검정심사를 진행한 결과 12개 출원사에서 제작한 76종의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최종 합격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짧은 시간 동안 나름대로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위해 촘촘한 준비를 해왔다.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했고 디지털 튜터 양성 및 교원 연수, 학교의 디지털 기반시설 개선, 교육지원청별 테크센터 운영 등 교실에서 디지털교과서가 원활히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교육부가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위해 2년간 투입한 예산은 약 1조 2797억 원이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일순간에 교육 자료가 돼 버린 AI디지털교과서는 모든 학교에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장 재량으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교육 자료에 대해서는 예산도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채택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학교에서만 사용될 경우 오히려 이로 인한 교육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법안 통과 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시도교육청과 함께 AI디지털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에 최대한 보급되도록 지원하고 교육 격차 해소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재의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AI디지털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유보해 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부를 믿고 AI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뛰어든 에듀테크 기업들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막대한 돈을 투자해 제작한 디지털교과서가 갑자기 교육 자료로 전락해 버린 탓에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손실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탓에 교육 현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국민들이 떠안게 됐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추진됐던 AI디지털교과서는 도입 목전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AI디지털교과서가 다시 '교과서'로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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