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육아시⑤단무지 산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khk9011@hanmail.net | 2025-02-10 09:21:54
단무지 산
옥수수알 같은 뽀얀 이가
하나, 둘 났다
천사가 두고 간
하얀 미소의 발자취일까?
선녀가 두고 간
옷고름 끝자락일까?
자꾸만 하늘을 향해 칭얼칭얼
그리움을 달래려 작고 귀여운 이빨을
뽀드득 뽀드득
나도 어른이 될래요
이빨 닦는 어른이 될래요
웃을 때마다 살짝 내비치는
먹다 만 단무지가 낀 듯한 내 이빨
어, 어느새 위쪽에도 단무지 산이
하나 더 생겼네
[맘스커리어 =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아기의 처음은 모든 것이 기적이며 신비로움이다. 처음 뽀족이 새하얀 이빨이 고개 내밀면 마냥 신기했다. 개인별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생후 6~7개월이 되면 이가 나기 시작한다. 아래쪽 앞니 2개가 먼저 나오고 3~4개월 후 위쪽 앞니 4개가 난다. 보통 돌이 될 때쯤에는 6개의 치아가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가 나지 않다가 다시 6개의 이가 차례대로 나온다. 남은 앞니 2개와 어금니가 계속해서 나온다. 그 후 수개월이 지나 1년 6개월 무렵에는 송곳니가 나오고, 2년 6개월 무렵에는 총 20개의 젖니가 갖추어진다.
젖니라도 행여 치아가 썩을까 봐 이래저래 이를 닦이려고 애를 쓴 기억이 난다. 첫째와 달리 둘째 아이는 무얼 먹다가 곧잘 잠이 들어 이를 닦이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후 어린이 치과를 한참 들락날락했다. 아이들에게 치과는 엄청 무시무시한 곳이다. 어른이 되어도 치과는 무서운데 아이는 오죽했을까?
치과에 들어서는 순간, 온갖 장난감을 흔들어도 병원이 떠날 갈 듯 울곤 했다.
나도 어릴 적 아빠가 흔들리는 내 이빨에 실을 묶어 하나, 둘, 셋 머리를 툭 치며 이빨을 뽑았던 기억이 난다. 이빨 뽑는 날은 공포, 그 자체였다. 점차 요령이 셍겨 이빨 흔들린다는 말을 부모님께 안 하고 혼자서 몰래 이빨을 좌우, 위아래 열심히 흔들기도 했다. 그래도 결국은 다시 아빠 손에 이끌려 두 눈 꼭 감고 공포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어디론가 던지며 예쁜 이빨을 달라고 소원을 빌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이빨 닦는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나중에는 제때 안 닦는다고 혼났던 그때 그 시절, 나를 혼내주던 부모님이 그립고, 첫 아이의 뽀족이 솟아오르는 단무지 산 같은 이빨이 문득 그리워지는 겨울밤이다.
맘스커리어 / 김혜경 펀펀힐링센터 센터장 khk90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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