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교육]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교육…IB, 교실의 판을 뒤집다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 2026-01-06 10:00:58

AI 시대,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한 갈증 커져
IB 교육과정, 전국 곳곳에서 빠르게 확산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한국 교육은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을 평가한다. 평가의 기준은 '얼마나 창의적으로 생각했는가'보다 '얼마나 정확하게 외웠는가'다. 교실은 질문과 탐구의 공간이 아닌 지식을 받아들여 암기하는 훈련의 장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학창 시절 내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외우는 공부를 하고 있고 대학 입시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경쟁에 시달린다.


이런 교육이 AI 시대에도 과연 유효할까. 지식을 외우거나 정답을 찾는 능력은 이미 인공지능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고 이에 사람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학생을 성적 순으로 줄 세우는 평가 방식과 수능 중심 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지난 11월 15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열린 '2025학년도 추계 학술대회'에서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발달한 시대에는 질문을 잘 하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교육기관은 남보다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사회를 주도할 수 있도록 남다른 생각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확대와 인문학적 소양,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현실에서 탐구 중심의 교육 모델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IB, 국제 바칼로레아다. 1968년 스위스 제네바의 비영리 재단 IBO가 만든 IB는 원래 국제기구와 외교관, 주재원 자녀들이 어느 나라에서나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IB는 단순한 국제 학교의 프로그램을 넘어 '어떻게 사람을 키울 것인가'라는 교육의 본질적 질문에 답하는 하나의 교육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7월 기준 전 세계 159개국에서 5937개 학교가 I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도입과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IB 교육의 특징은 분명하다.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료를 수집해 토론, 발표하는 탐구 기반 수업이 핵심이다. IB 교육의 목표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과 배려심이 많은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며 추구하는 학습자상은 탐구하는 사람, 사고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배려하는 사람, 성찰하는 사람 등으로 지적 능력과 인성을 함께 기르는 방향을 제시한다.

과정은 크게 PYP(초등), MYP(중등), DP(고등 디플로마)로 구성돼 있으며 각 과정은 발달 단계에 맞춘 주제·문제 중심 학습을 통해 교과를 통합적으로 다룬다. 초등에서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가 속한 공간과 시간' 같은 초학문적 주제를 통해 다양한 교과 내용을 연결하고 중등에서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과학·사회·예술 등을 통합해 심화 탐구를 진행한다.

고등과정인 DP는 IB의 꽃으로 불릴 만큼 학문적 수준과 평가의 엄격성이 높다. 학생들은 2년 동안 6과목을 선택·이수하고 그중 3과목은 심화(HL) 과정으로 공부한다. 여기에 더해 소논문, 지식론, 창의·체험·봉사활동 등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평가 방식은 논·서술형과 구술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시스템은 단순한 암기 능력보다 비판적 사고, 연구 능력, 글쓰기와 발표 역량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는 점에서 대학 교육과의 연계성도 크다.

국내에서는 2019년 한국어화 협약을 기점으로 IB 도입이 본격화됐고 현재 전국 곳곳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 경기, 충북, 대구, 제주 등 12개 교육청이 함께 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는 700여 개교에서 운영 중이다. IB 도입은 준비학교-관심학교-후보학교-월드스쿨 등의 인증 단계를 거치는데 현재 월드스쿨 수는 약 80개교 정도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초·중·고 연계 체계를 구축해 지역 단위의 IB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풍산고 전경[사진=풍산고등학교 누리집 캡처]

 

최근에는 안동 풍산고등학교가 경북 지역 고교 최초로 IB 후보학교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풍산고는 그간 학생 중심 교육을 바탕으로 논술·토론·문제 해결 중심 수업을 운영해 왔으며 한동대와 인하대의 IBEC 과정을 이수하고 외부 전문가 초청 워크숍을 지속하는 등 교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 풍산고는 IB 도입을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경북교육청은 지역 내 IB 확산을 위한 교원 전문성 강화와 학교 공간·환경 개선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양주시에서는 덕정고등학교가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이번 인증으로 양주시는 효촌초, 남문중에 이어 초·중·고 전 단계에서 IB 연계 교육 체계를 완성한 유일한 경기 북부 지자체로서 명실상부한 IB 교육도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또한 덕정고는 IB 교육과정 운영과 더불어 교육부의 자율형 공립고 2.0 선정 학교로서 탐구 중심 학습과 학교 자율성을 결합해 자사고·특목고에 견줄 경쟁력을 갖춘 미래형 공립학교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의 긍정적 반응으로도 잇따른다. 지난 2024년 대구교육청이 관내 IB 월드스쿨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만족도는 △초등학교 94.7% △중학교 82.3% △고등학교 93.6% 수준이었으며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초·중·고 학교별로 각각 97%, 87%, 95.1%로 나타났다. IB 교육 경험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대학 생활과 학문적 과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도입과 확산 과정이 모두 순탄한 것은 아니다. IB는 교사의 전문성 확보가 핵심인데 이는 장시간의 연수와 실습, 평가 설계 경험을 필요로 한다. 또 평가 방식의 전환은 학교의 수업·평가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작업이라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대학 입시와의 연계성 문제, 공교육 내 형평성 확보, 재정 및 인프라 지원 등 정책적 과제도 남아 있다. 특히 공립 학교가 IB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학교, 지역사회가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적 지원이 필수다.

IB 교육은 분명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를 한국의 입시 중심 구조 속에서 어떻게 정착시킬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더 나아가 특정 학교나 지역에만 기회가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와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아무쪼록 경쟁보다 성장에 초점을 둔 교육 철학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되길 바란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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