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터뷰] "출산 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분만과 여성 건강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 2023-10-20 13:20:06
류지원 산부인과 전문의
"임신과 출산보다 육아하며 느낀 고립감이 더 무서워... 따뜻한 시선 필요해"
▲ K클래스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는 류지원 원장[사진=맘스커리어] ▲ 류지원 원장은 '분만과 여성 건강'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사진=맘스커리어]
▲ 류지원 산부인과 전문의[사진=본인]
"임신과 출산보다 육아하며 느낀 고립감이 더 무서워... 따뜻한 시선 필요해"
[맘스커리어=김혜원 엄마기자] 맘스커리어 창간 2주년과 임산부의 날을 기념한 제39회 K클래스가 10일 오후 1시, 서울시 동작구 스페이스살림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류지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분만과 여성 건강'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류 원장은 강의에서 임산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표적 임신 증상과 분만법, 그리고 여성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줬다. 참석한 임산부·육아맘 200명은 류 원장의 강의에 열렬히 호응했다.
임신 중엔 산모 몸의 변화가 크다. 산모는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지만 이 가운데 치료받아야 할 질환은 거의 없다고. 류 원장은 산모들에게 ‘숨이 막힌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산모는 일반인들보다 호흡을 더 많이 한다. 산모가 숨을 쉴 때 아기에게도 산소를 넣어 줘야 해 호흡 중추가 자극되는 것이다. 우리가 호흡 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주고받는다. 이때 몸에서 축적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 중추는 ‘제대로 호흡을 안 했구나 빨리하고 뱉어내야지’ 하고 작용하게 된다. 또 프로게스테론이 호흡 중추에 이산화탄소에 대한 농도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작용해 숨을 쉬었음에도 끊임없이 한숨을 쉬게 되고 호흡량이 많아지게 된다. 류 원장은 “혼자 2명분의 호흡을 해야 하고 아이가 자라며 폐가 지닌 예비 용적이 줄어드는데 이를 대비한 몸의 적응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라며 “몸이 임신에 적응하는 자연의 신비이기도 하지만 산모에게는 조금 가혹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모들이 걱정하시는데 숨을 잘 쉬고 있는 것이 맞고 출산 후 호르몬이 정상이 되면 거짓말처럼 이 증상이 사라진다”라고 덧붙였다.
임산부는 소화가 잘 안 되기도 하는데 호르몬의 영향으로 위장관 운동이 길어져 위에 음식물이 정체된 시간이 늘어나고 위식도 조인근의 힘이 약해진다. 류 원장은 “산모분들이 밤에 자꾸 기침하는 이유다”라며 “밥을 먹고 산책을 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라”라고 조언했다.
임신 전보다 과식을 하지도 않는데 체중이 증가하는 것 역시 이유가 있었다. 류 원장에 따르면 임신을 하면 몸의 구조가 변화해 일반인과 똑같이 먹어도 체중이 늘 수밖에 없다고. 요즘은 먹을 것이 풍부하지만 전쟁이 터지거나 기후 변화로 인해 음식 공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우리 몸은 어떤 환경에서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임산부가 음식을 먹으면 일반인과 비교해 혈당이 높아진다. 활동량은 똑같거나 더 줄어들기에 살이 찌게 된다.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 팔뚝 안쪽 등으로 저장 지방이 늘어난다. 류 원장은 “유사시를 대비해 아이에게는 최적화됐으나 산모에게는 조금 가혹하다”라며 “체중이 너무 증가하면 척추뼈와 무릎뼈에도 무리가 갈 수 있어서 조심하라”라고 당부했다.
잇몸이 잘 붓고 약해지기에 스케일링은 필수다. 류 원장은 “임신 중이라 치과 가는 걸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평소에 안 갔더라도 임신 중에는 꼭 가야 한다”라며 “치은염이 잘 생기는데 스케일링을 잘해 주면 예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임산부의 경우 분비물이 많아지는데 내 몸을 지켜야 하기에 외부 물질에 대해 방어 체제로 몸이 변하기 때문이다. 감기도 아닌데 콧물이 많아지거나 코가 막히고, 잘 때 코를 골기도 하는데 모두 임신의 증상이다. 코는 호흡 시 외부 물질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이다. 먼지, 오염 물질, 균 등이 들어왔을 때 산모의 몸에서는 ‘나는 아이를 가진 몸이니 아프면 안 돼’라며 분비물을 늘리는 것이다. 날씨가 조금만 쌀쌀해져도 콧물이 훅 흐르고, 먼지가 있는 곳에 가면 비염 증상처럼 맑은 콧물이 난다.
임산부들은 질 분비물도 많아진다. 이런 분비물은 외부의 오염 물질을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하기에 우리 몸은 나쁜 물질을 들어오는 걸 막아 주고자 자꾸 분비물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다.
기미가 생기고 피부가 착색되기도 한다. 류 원장은 “산모들이 걱정 많이 하시는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멜라닌 세포가 임신하면 내 몸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져 평상시보다 활성화가 된다”라며 “기미가 생기거나 사타구니, 속옷라인 등이 까매지는데 이 또한 자극 접촉으로 인한 색소 침착이다”라고 전했다. 류지원 원장은 “너무 꽉 끼는 속옷이나 브래지어를 입으면 착색이 더 심해지기에 입지 말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류 원장은 임신의 장점을 소개하며 산모들을 격려했다. 먼저 머리카락이 풍성해지고 윤기가 난다. 머리카락 역시 몸을 보호하는 도구 가운데 하나이기에 그렇다. 몸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카락의 성장을 촉진하고 빠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다. 류 원장은 “평상시 50개가 빠졌던 분도 임신 후 하루에 5~10개밖에 안 빠진다”라고 전했다. 또 난소암에 걸릴 확률도 줄어든다. 임신 중에는 난소가 쉬기에 발생이 낮아지며 모유수유를 하면 유방암의 발생 비율도 낮춰 준다. 식욕 역시 좋아진다. 몸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류 원장은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에 관한 산모들의 오해를 소개하며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에 대해 고민해 보라고 당부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머리가 더 좋다는 건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딱 잘라 말했다. 또 예전과 달리 요즘은 아이와 산모에게 문제가 없다면 39주 이후에 제왕절개를 하기에 아기의 호흡이나 움직임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류지원 원장은 “가끔 날을 잡아와 ‘이때 나와야 사주가 좋대요’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39주까지 배 속에서 키워 주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말씀드린다”라고 설명했다.
자연분만을 하면 질이 늘어져 여성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고 부부 생활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류 원장은 “이는 노화와 개인이 지닌 근육의 특징이다”라고 일축했다.
출산 직후에는 자연분만을 한 경우 30%, 제왕절개를 한 경우는 10% 정도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 자연분만 시 태아 머리가 크거나 자궁이 다 열린 상태에서 아이가 나올 때 그 시간이 길었던 사람이 요실금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1년 안에 회복되지만 케겔 운동 등을 통해 노력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제왕절개 시 아이를 두 명밖에 낳을 수 없느냐는 질문도 있는데 최근엔 가로절개를 하기에 분만 횟수에 제한이 없다고 소개했다. 류 원장은 “유착이 있을 수 있고 수술이 쉽진 않지만 원한다면 넷째, 다섯째도 낳을 수 있다”라며 웃으며 말했다.
류 원장은 “‘자연분만은 선불이고 제왕절개는 후불이에요’라는데 이 말이 딱 맞다”라며 “자연분만이 10시간에서 1박 2일 정도 아프다면 제왕절개는 그 고통을 일주일간 나눠서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만 방법이든 편안한 것은 없다”라며 “출산은 인내와 회복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제왕절개 시 출혈이 많기에 대비해야 하고, 상처가 남거나 간지럽고 따가워 불편할 수도 있다. 류 원장은 “이런 걸 보면 제왕절개도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아는 엄마 자궁에서 무균 상태로 있다가 출산할 때 수많은 미생물을 전해받는다. 특히 질을 통화하며 신체에 많이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를 ‘질 샤워’라고 한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 가지고 있는 세균이 다를 것이라고 한다.
류지원 원장은 “아이의 평생 면역을 결정하는 태균은 분만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작용하게 된다”라며 “분만에서 산모와 아기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 이 때문에 자연분만을 할 필요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류 원장은 “힘들더라고 초유는 꼭 먹이라”라며 “적어도 한두 달은 하고 50일 정도까지는 힘껏 먹여 보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류 원장은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출산 시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0%는 아니라며 분만은 여성에게 대사건이고, 위험이 따를 수 있기에 엄마와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전했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산모에게 “거짓말처럼 좋아진다“라며” “4주간 우울감이 있지만 대부분 좋아지고, 체중도 6개월 이내에 회복되며 요실금도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5%뿐이다”라며 안심시켰다.
출산 후 100일 이후부터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며 갑상선, 자궁, 유방암 검사를 꼭 받아 볼 것을 권유했다. 출산 전후로 갑상선 기능과 유방에도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빈혈, 혈당, 고지혈증 검사도 필수다. 엄마 몸을 잘 챙겨서 회복할 것을 당부했다.
류 원장은 자신 역시 두 번의 임신과 출산 경험을 했는데 이를 두려워한 건 육아의 과정에서 느낀 고립감과 버거움 때문이었다며 아이와 함께 다니며 마주하는 차가운 시선을 우려했다. 우리 사회가 아이는 아직 미성숙하고, 성장 과정에 있음을 알아주고 보다 관대하게 바라봐 주길 바랐다.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무조건 부모의 탓이 아닌 ‘아이이니 그럴 수 있다’라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류지원 원장은 “여기 모인 임산부와 육아맘부터 아이들을 또 다른 엄마들을 서로 배려해 아이가 많아지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제39회 K클래스는 서울특별시·맘스런·참약사·베이비박스·코타키나발루 수트라하버리조트 한국사무소·한국두뇌계발심리상담협회·큰사랑심리상담센터·테이크호텔·더블하트·브릿지경제 등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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