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of Memory]11월25일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최영하 기자 / 2022-04-03 19:05:03
카리브해 섬나라 세 자매가 붙인 횃불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여성과 관련해 존재하는 전 세계의 특별한 기념일을 다룬다. 각각의 유래는 무엇이며 어떤 목적으로 지정됐는지 그 이면을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고민해보려 한다.

▲[사진=픽사베이]

유엔(UN)은 23년 전인 1999년 총회에서 11월25일을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로 공식 지정했다. 전 세계 여성들이 겪고 있는 갖가지 폭력 행위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여성 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함이었다. 

 

이 기념일의 기원은 1960년 11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도미니카 공화국에는 미라발(Mirabal)이라는 성을 가진 세 자매 파트리아, 마리아 테레사, 미네르바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성공한 농부이자 무역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모두 대학 교육을 수료했다. 사회 활동에 활발했던 친척들의 영향으로 정치적 관심도도 높았다. 자매들은 당시의 일반적인 여성들과 조금 달랐던 것이다. 

 

법을 전공하고 변호사가 된 막내 미네르바를 필두로 세 자매는 당시 도미니카 공화국을 30년 넘게 지배하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에게 반감을 가졌다. 이들은 각각 남편들과 힘을 합쳐 비밀조직을 결성하고 트루히요 정권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자매들의 조직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자 트루히요는 위협을 느끼고 이들을 수차례 체포해 구금하고 협박하며 반정부 활동 중지를 요구했다. 세 자매는 고문과 학대 등 끊임없는 괴롭힘을 겪고 재산을 몰수당했다. 독재정권은 이들에게 구타와 강간까지 자행했다.

 

결국 1960년 11월 25일 세 자매는 수감된 남편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트루히요의 비밀경찰들에게 끌려가 사탕수수 밭에서 곤봉에 맞아 살해됐다. 위협에 굴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맞서다 끝내 변을 당한 것이다. 트루히요 정권은 이들의 처참한 죽음을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죽음은 도미니카 공화국 민중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자매 살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트루히요 정권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결국 이듬해 5월, 트루히요는 반대파 세력으로부터 암살당했고 30년 동안 지속된 독재도 막을 내렸다.

 

미라발 자매들이 남긴 영향력은 중남미 전체로 확산됐다. 이 지역 여성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라틴아메리카-카리브 페미니즘 조직’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세 자매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유엔에 기념일 지정을 요청했다. 유엔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이 제정된 것이다. 

 

매년 11월 25일이면 전 세계 여성들이 겪는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시위와 행진이 펼쳐진다. 62년 전 카리브해 섬나라의 세 자매는 세상을 떠났지만 여성 폭력을 막으려는 그들의 의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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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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