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omedians never die,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이정수 작가 / 2023-02-28 13:00:25

▲방송연예인이자 작가 이정수

 

[맘스커리어=이정수 작가] 중산층은 부채 없이 3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 급여 500만 원에, 매해 해외여행을 한 번씩 다녀올 수 있는 계층이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골프를 쳐야 한다. 명문대를 나와야 성공할 수 있다. 나는 지방 사람이라서 사랑 표현을 못 한다 등등 내가 보기엔 의미 없는 이런 프레임들. 우리는 자신이 만든 것이던 남이 씌운 것이던 프레임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프레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발버둥 쳤는데도 그 안에 답이 없을 때는 프레임 밖에 답이 있는 거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그 프레임을 잘 못 벗어난다. 그걸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래서 삶의 탈출구를 못 만들어 낼 때가 있다. 

 

코미디언들은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원래 코미디라는 것이 예상을 깨는 반전, 일상적이지 않거나 남들이 못하는 것들을 행동하면서 완성이 되는 것이다. 프레임을 잘 벗어난다. 연예계에서 유독 코미디언들은 코미디언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서 다른 장르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속옷 회사로 대박이 난 주병진님, 중국요리집으로 대박 난 김학래님, 투자 전문가가 된 황현희, 유치원 교사가 된 장효인, 이종격투기 선수가 된 윤형빈, 주부 작가가 된 이정수, 심지어 중고차 딜러가 된 사례도 있다. 사실 어느 분야든 일단 자리 잡으면 다른 장르로 도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우린 안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코미디언 특유의 ‘왜 안돼?’라는 성향 때문이다.

 

내 경우만 봐도 그렇다. 사람이 채신머리없이 자기 자랑하면 안 된다지만 나는 내 자랑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되게 잘난 것을 잘났다고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재수 없으니까. (웃음) 

 

“난 아내와 아이들을 엄청 잘 챙기는 최고의 남편과 아빠다”

 

이런 식의 얘기를 서슴없이 하곤 한다. 쥐뿔 없는데 이런 것도 자랑 못하나?! 하지만 이런 거라고 하기엔 해본 사람은 알지 않나?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가 따로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봉사직이다. 그러니 자랑이라도 해야지. 위에서 툭 언급했듯이 나는 주부 작가다. 사실 이 칼럼을 연재하는 맘스커리어(신문사)의 담당 기자가 내게 그랬다. 

 

"호칭을 뭐라고 쓸까요? 코미디언? 작가? 방송인?"

 

그래서 지금은 주부 작가쯤에 있다고 했다. 프로 작가라고 하긴 다소 부족하고, 주부라고만 하기엔 외근이 너무 많고, 방송인이라고 하기엔 방송이 적으니까. 사실 나는 나를 뭐라고 부르던 상관이 없다. 그냥 그렇게 믿으면 그 사람에겐 그것이다. 내 코미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에겐 코미디언이고, 내 글이 먼저 생각나면 작가고, 놀이터에서 애 엄마들과 만나면 주부다.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또다시 프레임을 하나 벗어났다. 

 

‘다른 이에게 내 밑장을 보여주지 마라.’

 

나는 내 밑장을 여러분에게 보여준 것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 나를 억지로 포장하지 않았다. 그냥 날 것을 보여줘도 상관없다. ‘왜 안 되나?’ 어차피 내가 아무리 날 포장해도 보는 사람이 속으로 다 알아서 본다. 날것이 오히려 신선하다. 그리고 상당한 자유로움도 느낄 수 있다. 난 요즘 강의를 많이 다니는데, 내 강의도 마찬가지다. 있어 보이려고 노력을 1도 안 한다. 그냥 내 밑장을 보여주고, 사람들이 재미와 교훈을 스스로 얻길 바랄 뿐이다. 

 

자! 다시 프레임에 갇혀서 힘든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왜 안 돼?’라고 물었을 때, 확실하고 객관적인 대답에 막히는 것이 아니라 애매모호하게 ‘그냥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라는 답이 나온다면 일단 해보길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고 해보면 '이걸 그동안 왜 안 했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왜 안 했는지는 알 수 있다. 이것만도 엄청난 수확이 아닌가? 살기 어려운 세상인데, 이럴 때 이유도 모르고 갇혀 있는 프레임을 벗어나기만 해도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기회는 많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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