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 속 세상] 여성 스타트업 현주소는?

최영하 기자 / 2022-03-13 18:45:18
창업자 2명중 1명은 여성..."여성, 고학력·경험 활용한 창업이 합리적 대안"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맘스커리어는 경력단절여성과 사회재진입을 앞두고 원하는 모든 여성들을 위해 기획 [MOM 속 세상]을 연재한다. 경력단절여성과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문제점과 현황을 살펴보고 경력단절여성이 아닌 여성을 사회구성원으로 되돌리는 노력을 지속한다. 

▲[사진=픽사베이]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분야도 존재한다. 취업 시장이 바로 그렇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 속에 2020년 기준으로 여성 취업자 수는 남성 취업자에 비해 전년 대비 1.6배나 감소했다. 범위를 적극 노동 연령인 30대 여성으로 한정하면 감소 폭은 훨씬 더 커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창업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 여성이 가진 고학력과 다양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성 차별과 배제의 잔재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기존 기업문화와 달리 혁신을 기치로 하는 스타트업은 보다 자유로운 그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0년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여성 창업기업의 비율은 어느새 46.7%까지 올라왔다. 이제 창업자 2명 중 1명은 여성이 대표자인 시대다. 여성 창업기업의 여성 고용률이 평균 70%를 넘나든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성 고용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여성 창업이 가장 두드러지는 건 소비‧경험‧공감 무기로 한 아이템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고개를 드는 시점에 패션·뷰티·가전 등 여성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소비 형태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창업의 관점도 다르지 않다. 소비 과정에서 섬세하게 포착된 문제의식은 비즈니스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발맞춰 늘어나고 있는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도 든든한 우군이다. 여성 창업 육성을 위해 정부·지자체·민간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지원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수출‧판로‧인력을 지원하는 세부사업까지 다양한 인프라들도 조성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극복하려는 여성 창업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지난 2020년 여성 창업기업 수는 70만개에 육박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16.5%나 늘어난 것으로 남성의 14.7%를 넘어섰다. 최근 10년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주목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여성 친화 창업은 패션‧뷰티 분야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경쟁력이라는 점은 보편적인 인식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을 유해성분과 환경오염 없이 만들어내는 ‘클린뷰티’ 제조 스타트업부터 차별화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육아 교육 플랫폼, 여성의 신체 특성에 초점을 맞춘 패션 스타트업까지 그 영역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일상적인 경험과 그를 통해 얻어진 감각을 친환경, 안전, 성차별 해소 같은 사회적 문제와 연결해 풀어내는 방식이 눈에 띈다. 

 

하지만 여성 창업가들의 앞길이 장밋빛 희망으로 가득한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장애물들로 인해 아쉬움과 불안감은 완전히 떨치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첫 미팅 자리에서 대뜸 말을 놓는 나이 지긋한 남성 투자자, 사업의 끈기와 역량을 의심하는 기관 관계자, 외모를 어필하는 방향성의 비즈니스를 서슴없이 권하는 창업 멘토까지. 이 모든 것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창업가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이다. 심지어 일부이긴 하지만 VC(Venture Capital, 창업투자회사)들 중에는 여성 스타트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픽사베이]

 

여전히 강고한 남성 중심의 문화 자체가 문제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여성 창업경진대회 같은 경우, 여성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스타트업 분야가 이미 남성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음을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화 때문에 여성들이 대외 활동 및 커뮤니케이션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이를 다시 여성 고유의 특질로 치부하고 리더십의 한계를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여성 창업가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배려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평가절하를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한 여성 창업가의 강변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결국 이를 해결할 방법은 탁월하고 차별성 있는 아이템이다. 여성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넘어 보다 담대한 도전도 함께 이뤄진다면 더 나은 창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인공지능·블록체인·바이오 등 기술기반 창업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다. 벤처기업 등의 기술 인증을 획득하는 사례도 꾸준한 증가세다.

 

전통적으로 보수성이 강한 분야가 이들의 도전으로 조금씩 영역을 내주고 있는 것이다. 대체로 대외 활동과 소통에 강점을 가진 남성에 비해 투명하고 꼼꼼한 일처리와 집중력이 뛰어난 여성의 강점이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많은 여성 창업가들이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스타트업에 맞지 않는다고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창업가의 남성적이고 활동적인 모습만이 모법답안은 아니다. 오히려 차분한 이들이 가질 수 있는 높은 집중력과 신중함, 그리고 따뜻한 공감능력은 또 다른 성공 신화의 비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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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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