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의 경제교육,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김보미 엄마기자 / 2024-07-15 09:40:57
옥효진 교사, 초등 학부모 대상으로 강의 진행해
14일 오후 2시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열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경제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제력은 곧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에도 경제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인 지식만으로 실질적인 경제 활동을 꾸려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정에서의 경제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 특구인 영등포구는 관내 어린이의 올바른 경제교육을 위해 초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명사 초청 특강을 마련했다. 특강은 지난 14일 오후 2시 영등포아트스퀘어 스퀘어T에서 개최됐으며 '세금 내는 아이들'의 저자이자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옥효진 강사가 '가정에서 시작하는 경제교육'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세금 내는 아이들'의 저자이자 현직 교사인 옥효진 강사가 '가정에서 시작하는 경제교육'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사진=김보미 기자]

 

옥효진 교사는 학교의 교실에서 색다른 경제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학급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처럼 설계해 학생들이 경제·금융 활동을 놀이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번 강의를 통해 옥 교사는 교실에서 직접 운영해온 학급 화폐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서도 해볼 수 있는 경제 교육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지금의 부모 세대가 학교에서 받았던 경제교육은 절약과 저축,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옥효진 교사는 "실제로 저도 고등학교 때 경제 과목을 선택해 수능을 봤던 사람이지만 실질적으로 사회 초년생이 됐을 때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이 하나도 없었다"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돈을 벌고 써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체험을 통한 경제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옥효진 교사가 교실에서 운영 중인 '학급 화폐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보미 기자]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바로 '학급 화폐 활동'이다. 옥 교사의 교실은 새 학기가 되면 나라 이름과 국기를 정하는 것으로 학급 활동을 시작한다. 학생들은 직업을 선택해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써야 한다. 월급은 교실 안에서만 쓸 수 있는 '미소'라는 화폐로 지급한다.

교실의 직업은 반장·부반장과 같은 공무원부터 우유 급식을 담당하는 낙농협회 직원, 교실 불을 켜고 끄는 한국전력 직원, 가정통신문을 나눠주는 우체부, 환기를 담당하는 기상청장, 이동 수업 시 학생들을 인솔하는 교통경찰, 은행원, 국세청장 등으로 다양하다.

학생들의 월급은 직업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소득세, 자리 임대료, 전기 요금, 고용보험료,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을 제한 실수령액만 지급된다. 학생들은 받은 월급으로 좋은 자리를 살 수 있고 저축을 하거나 선생님의 몸무게를 기준으로 주가가 변동되는 투자 상품에 투자도 할 수 있다. 학생들이 낸 세금은 학급에 필요한 물품을 사거나 각종 행사 진행비, 쓰레기 처리 비용, 공무원 월급 등으로 쓰인다.

아이들은 교실 속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내가 힘들게 일해 번 돈의 가치를 깨닫고 어떻게 소비할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적금과 예금의 개념을 알고 저축상품의 이자율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며 선생님의 몸무게 변화를 예측하면서 투자의 개념을 정립해 나간다. 또한 세금을 왜 내야 하고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강의하는 옥효진 교사[사진=김보미 기자]

 

그러나 옥 교사는 "돈 공부를 시킬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코브라 효과, 즉 부작용"이라고 강조했다. 잘못된 돈 공부는 자칫 아이들에게 '돈이 최고다', '돈이면 다 된다'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자녀에게 경제교육을 할 때 잘한 행동을 칭찬하기 위해 또는 잘못한 행동을 벌하기 위해 용돈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대신 집에서도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정해 직업을 갖게 하고 일정 기간 역할을 잘 수행했을 경우 월급의 형태로 용돈을 주는 것이 좋다. 근로계약서를 써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서화는 약속에 대한 책임감을 배가시킨다.

또한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소비의 영역도 확장시켜야 한다. 처음 용돈은 간식이나 학용품 구매 비용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식비, 의류비, 교통비, 통신요금 등으로 자신이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영역을 늘려주는 것이 좋다. 한 번에 통으로 넘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일정 비율을 부담하도록 한다.

아이의 저축하는 습관 형성을 위해 엄마·아빠가 이자를 지급하는 우리 집 은행을 운영할 수도 있다. 용돈을 은행에 저축해 이자를 받는 것은 사실 아이에게 그리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만기도 기다리기 힘들 뿐 아니라 이자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은행 대신 부모가 10% 정도 이자를 지급하는 12주 만기 저축 상품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아이는 저축하는 기쁨을 훨씬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부모의 소비 습관과 경제적 태도 또한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계획적인 소비를 실천하고 무분별한 소비보다 가치 중심의 소비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 역시 자연스럽게 돈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을 공유하는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돈을 두려워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현명하게 다룰 확률이 높다.


끝으로 옥 교사는 "초등학생 때 적절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번 돈을 저축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저축 습관이 형성되고 난 후에 투자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려주면 된다"며 "경제 교육은 집에서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아이를 부자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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